개와 늑대의 시간

조회수 2018. 3. 14. 17: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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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견 모두 & 일러스트레이터 RD

일러스트레이터, 타투이스트, 디자이너, 즉흥적 여행가… RD를 지칭하는 단어들은 다양하다. 닉네임의 유래를 묻자 특별한 뜻은 없다며 웃는 얼굴에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이 비쳐 보였다.

아메바컬쳐 크리에이트브팀에 속해 있어요.


IT, 패션, 컨텐츠, 제품 디자인 등 개인적인 일러스트 작업과 타투도 병행 하고 있습니다. 지금 회사에 있기 전에는 의류회사에서 일했어요. 너무 좋은 회사였지만 어째서인지 옷을 만들면서 제 자신이 행복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해외의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 뉴욕행 준비를 하던 중에 타투이스트 104라는 형이 ‘네 그림으로 타투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해준 걸 계기로 타투의 세계에 들어서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관심이 있던 분야였기도 해서 처음부터 재미있게 배웠죠. 타투는 멋진 포트폴리오만 있다면 어느 나라에서도 먹고 살 수 있거든요. 그렇게 전시회를 열며 준비를 하던 중에 아메바컬쳐에서 너무 좋아하던 작가인 GFX형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줘서 과감히 뉴욕행을 접었어요.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니 꿈만 같았죠.

퇴근 후에는 ‘모두’의 매니저 노릇을 하고 있어요.


모두는 시바견이에요. 일본에 방문했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 귀국한 후 수소문해서 부산까지 직접 내려가 데려왔어요. 보그 코리아로 광고 데뷔도 했답니다. 그 외에도 헤지스, GQ 화보에도 등장했어요. 나름 인지도가 있는 아이예요.(웃음) 낯을 가리지도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도 않는 단순한 타입이어서 간식 하나 있으면 촬영이 금방 끝나요.
 

다음 주에도 광고 촬영이 예정되어 있어요. 무려 샤시 광고예요. 저는 잘 몰랐는데, 시바견을 잘 아시는 분들이 모두를 보시고 이렇게 잘생긴 시바견은 처음 본다고 어디서 분양받았냐고 여쭤보기도 해요. 제가 주인이어서 이런 말 하는 거 아닙니다. 

원래는 동물을 키울 생각이 없었어요.


한 생명을 데려와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제대로 돌봐줄 수 있을지 걱정됐거든요. 그랬던 게 자주 가던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귀가 들리지 않아 입양이 미뤄지고 있던 고양이 ‘무우’를 홀린 듯 데려온 걸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혼자 살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죠.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 침대 밑에 무우와 모두가 같이 자고 있어요.

모두를 기른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모두를 입양할 때만 해도 국내에 시바견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모두를 데리고 다니면 진돗개냐고 물어 보는 일이 많았어요. 똥개냐고 하셨던 아저씨도 있었는데, 그 아저씨와는 다소의 말다툼을 해야 했습니다. (웃음) 그도 그럴 게, 모두의 엄마는 일본 시바견 챔피언이란 말이에요. 암컷인데도 사이즈가 엄청 나요. 모두도 16kg 정도 나가요. 엄청 크죠? 보통 ‘마메시바’라고 작게 개량된 품종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인데, 모두는 마메시바가 아닌 그냥 시바견이에요.

모두는 어렸을 때 정말 사고를 많이 쳤어요.


여기 벽지랑 문짝 다 뜯어져 있죠? 이거 다 모두가 그런 거예요.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흥미진진했죠. 원래 부엌 바닥도 장판이었는데 모두가 뜯기 시작하기에 아예 다 떼놨어요. 누가 시바견 어떻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면서 손사래를 칠 정도였어요. 데려오고 싶다고 하면 뜯어말리고요.

지금은 좀 컸다고 말썽을 피우는 일은 줄었지만 운동량이 굉장히 많아서 매일 열심히 산책을 시켜줘야 해요. 평소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딘가로 나설 때마다 모두를 데리고 나가요. 혹시 모두가 서핑하는 동영상 보셨어요? (RD는 자신의 SNS에서 앞발로 헤엄치며 서핑보드에 올라서 있는 모 두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얘랑은 정말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밤바람을 기분 좋게 만끽하는 영상을 추가로 재생했다.)

제 그림은 보시다시피 굉장히 러프하고 키치해요.


스트리트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그래요. 일본에 자주 가는 편인데, 갈 때마다 제 그림으로 스티커를 천 장 정도 제작해가곤 해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공공기물을 제외한 길거리 여기저기에 붙이기도 하려고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예요.

하라주쿠 같은 곳에 가 보면 그렇게 붙어있는 스티커들이 하나의 문화예술로 자리 잡아 있거든요. 참, 일본에서 유명한 시바견 얼굴이 스티커로 만들어져 있는 걸 봤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저는 모두의 얼굴을 이용해서 동그랗게 쿠션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앞으로 모두를 이 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해 보려고요.

모두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친구같은 존재예요.


성격과 취미가 잘 맞는 절친이랄까. 일단 모두 때문에 변한 것들이 많아요. 모두를 위해 베란다가 넓은 이 집으로 이사를 했고, 혼자 훌쩍 떠나던 여행길 대신 이제는 모두를 데리고 나가게 됐어요. 신기하게 말도 참 잘 알아들어서 이리와, 올라와, 들어와 등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제 의도를 읽고 따라줘서 데리고 다니기 편하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모두랑 해외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강아지들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절차가 무척 복잡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요.


RD의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면 (Instagram / rdrdrdrd)​

CREDIT


인터뷰 장수연    


사진 엄기태     


자료협조 RD ​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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