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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행복한지 어떻게 알아요?

조회수 2018. 3. 7. 15: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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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동물 복지의 시급성
(동물 복지 평가 과제가 주어졌던 영국의 경매 시장. 경매장 시설과 관리자들이 동물에게 대하는 태도, 그리고 동물들의 반응 등을 다방면에서 평가했었다.)

복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식

 

인간은 도덕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그 도덕적인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동물 복지의 저명한 교수 DM Broom은 우리가 동물을 이용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삶의 질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삶의 질이 곧 복지이다. 그렇다면 동물의 복지 상태, 다시 말해 그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동물의 복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식은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요즘 기분은 어떠니?” “지내는데 불편한 거는 없니?”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없다. 동물들이 말을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영국에서 언어 때문에 눈물 쏙 빠지게 고생한 것처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리는 흔히 가까운 지인에게 안부를 묻고는 한다. “요즘 어때?” 이렇게 광범위하게 물을 수도 있고, “요즘 잘 먹고 다니는 거야?” “일은 어때?” 세분화해서 물어볼 수도 있다.


또는 우리는 일 때문에 힘들다는 친구에게 일에 국한해서 더 자세하게 물어볼 수도 있다. 업무 자체가 힘든 것인지, 인간관계가 힘든 것인지, 급여가 불만족스러운 것인지 등등으로 말이다. 세분화해서 물어보면 그 친구를 힘들게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복지 상태를 이루는 것에는 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동물에게 전반적인 상태를 물어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까닭에 우리는 동물의 복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체크에 나가는 것에서 동물복지평가가 시작된다.


(동물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수의사들이 팬더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동물 복지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동물의 복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결국 사람이 동물에게 제공하는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투입 (input)’이라고 한다. 주요 요소로는 동물 관리자의 자질 (훈련을 받았는지, 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어떤지), 환경 자원 (사육장의 넓이, 바닥의 재질), 동물의 품종 (해당 사육체계나 기후에 적합한 종인지) 등이 해당된다.


이런 ‘투입’은 동물 관련 규정을 만들 때 사용된다. 즉 사육장의 규격이라든지, 물의 공급, 공기 중의 암모니아 농도, 동물 관리자의 자격 조건, 동물의 품종 선정 등이 여기에 해당 한다. (우리나라 법률 규정에는 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명시가 되어 있지 않다).


(동물들의 질병관리도 복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평소에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며 평소와 다른 변화가 관찰되면 동물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많은 과학자와 동물행동학자, 수의사의 노력에 의해 많은 부분 동물에게 적합한 자원의 공급 규정이 많이 확립되어 있어 이를 참고한다면 쉽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급되는 요소들만으로는 동물들의 복지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역부족이다. 동물에 따라 각각의 요소에 반응하는 것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동물 개체 자체를 관찰하여 그들에게 실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돼지들도 장난감을 넣어주면 굉장히 잘 논다. 놀이 행동은 반려동물이 양질의 복지를 누리고 있다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복지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관찰력

 

동물에게 주어진 요소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을 ‘산출 (output)’ 이라고 한다. 산출에는 질병 (눈, 코 분비물, 절뚝거림), 행동 (누워있는 시간, 정형행동의 유무), 생리학적 평가 (호흡수의 증가, 혈압 상승, 특정 호르몬의 증가) 등이 포함된다.

‘산출’은 동물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가장 적합한 이는 동물을 직접 돌보고 있는 관리자 (농장동물의 경우 농장주, 전시동물의 경우 사육사, 반려동물의 경우 보호자)로서 그들의 관찰이 중요하다. 또한 질병을 평가하고 이상 행동을 파악하는 데에는 수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동물행동학자, 생태학자 등 여러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이렇듯 동물과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노력 중에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으로 인해서 많은 부분 동물의 복지 상태를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물 복지 연구 50주년을 맞아 에든버러 대학 수의과 대학에서 열리는 Animal Welfare Day. 동물 복지는 여러 방면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요즘 반려인 천만 시대로 동물 관련 이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관심이 반려동물을 넘어 농장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대통령 선거에도 동물 복지 공약이 들어갈 만큼 관심이 뜨겁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동물복지의 발전을 위해서는 동물복지 관련 전문 인력의 확충과 연구가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동물 복지가 앞으로 실질적으로 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손서영 수의사

서울대학교에서 내과를 전공하고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동물 복지와 행동학을 공부하고 온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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