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의 세상은 매일 조금 더 밝아진다

조회수 2019. 4. 8.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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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의 세상


나대의 세상은 매일 조금 더 밝아진다​


  

나대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푸들이다. 본명은 쪼끄맣다 할 때의 쪼꼬지만, 더 이상 쪼끄맣지 않기도 하고 커다란 몸짓으로 그 어떤 개보다도 잘 나대는 개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나대라 불린다. 강아지 놀이터에 가면 나대는 커다란 두 귀를 날개처럼 퍼덕거리며 뛰어다닌다. (종종 나대가 귀로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거나 다른 집강아지의 장난감을 뺏어오는 통에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야 한다. 나대야! 나대지 좀 마!!

 

나대는 오늘도 자유를 꿈꾼다


나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실수로 끈을 놓친 적이 있었다. 늘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나대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대는 (그간 딱히 숨겨놓지는 않았던) 질주의 본능을 꺼내 있는 힘껏 도로를 따라 뛰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 뒤를 짧은 다리로 쫓았다.


나대야!! 윤나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건만 나대는 늘 그랬듯이 들어주는 척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앞에는 커다란 차도가 있었다. 거의 울다시피 나대를 쫓아갔던 것 같다.


그때, 지나가던 나그네, 아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등장한다. 자신의 앞을 가로질러 열심히 뛰어가는 나대를 향해 아저씨가 딱 한마디, 입을 열었다.


“나대, 이리 와.”

그리고 나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저씨에게로 달려가 답싹 안겼다. 아저씨는 민망하다는 듯이 웃으며 나대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나대는 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도 모른 채 마냥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날 배신감에 치를 떤 나는 벌로 나대의 목욕을 1분 더 길게 시켰다.​



나대와 고양이 언니


나대는 현재 4살 위의 코숏 고양이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는 나대를 매우 귀찮아하지만 나대의 마음은 일방통행이다. 고양이 언니만 나타나면 바로 달려가서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꽉 껴안고 안 놓아주기도 한다. 착하고 순한 성격을 가진 언니이기에 나대가 애기였을 때는 애기라고 봐줬 지만 이제는 덩치 차이가 너무 나서 당하기만 한다. 나대만 나타나면 도망치기 바쁜데, 그렇다고 나대를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에 쓰레기를 내다놓으려고 잠깐 문을 열어놨던 사이 나대가 탈출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목격한 고양이는 굉장히 당황한 얼굴로 대문 앞을 서성거 렸다. 평소엔 절대로 대문 근처는 가지도 않는 아이이기에 뭔가 싶어 봤더니 나대가 계단을 뛰어올 라가고 있었다. 덕분에 나대는 금방 체포됐다. 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을 때면 나대에게 먼저 장난을 걸기도 하고, 간식을 양보하는 모습도 간혹 보곤 한다.



내일 나대는 또 무엇을 좋아하게 될까


아무튼 나대는 좋아하는 게 매우 많은 강아지이다. 일단 달리는 것과, 공,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을 제일 좋아하고, 그 다음엔 처음 보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그 다음으로 랭킹 된 것들이 엄마, 이모, 삼촌, 이상해씨 인형, 언니 등등이다. 내가 구운 빵도 엄청 좋아해서 한번은 막 구운 식빵을 식히려고 식탁 위에 두었는데 그걸 홀라당 집어 먹어버린 적이 있었다. 처음엔 내 빵인지 모르고 얘가 또 뭘뜯나 싶어서 가까이 다가갔다가 그대로 슬픔에 빠졌다. 맛도 못 봤는데 나대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린 게 너무 사무쳤다. 나대는 하루를 살아갈 때마다 좋아하는 것도 하나씩 늘려나간다. 최근엔 여치를 기쁜 듯이 주워 와서 같이 산책 중이던 언니를 식겁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내일 나대는 또 무엇을 좋아하게 될까. 아무나 좋아해주고, 때로는 낯선 사람을 나보다 잘 따르는 나대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나대의 세상이 나대가 좋아하는 걸로 좀 더 가득차고, 또 이로 인해 나대가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일이다.​ 

CREDIT

글·사진 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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