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집사가 된다

조회수 2019. 3. 20.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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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집사가 된다

책방을 오픈한 지 1년이 지난 요즘, 사람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마주하고 있다. 친한 고양이가 갈수록 늘어 났다. 책방 오픈 후 줄곧 책방에서 지내는 ‘둥이’, 책방 주변을 맴도는 TNR된 수컷 3마리, 출근길에 오며 가며 만나는 길고양이들과 얼마 전부터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아파트 화단 냥이들까지…. 8kg의 사료가 한달을 못 넘길 정도로 식솔들이 늘었다. 그래도 집에 고양이를 들인 적은 없었는데, 이조차도 결국 무너져 버렸다. 고양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내가 어떻게 집사가 되었나.

나의 첫 반려묘, 망고


지난 6월이었다. 남자중학생 네 명이 눈곱이 잔뜩 끼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책방에 왔다.


이틀간 지켜봤는데 어미가 나타나지 않았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동물책방이라고 하니 이리로 온 것이다. 어미가 잠깐 밥을 먹으러 나간 사이 떨어진 건지 버림을 받은 건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사람 손을 탄 녀석을 다시 데려다 놓으라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고양이를 데려와준 학생들의 마음이 기특했다. 연약한 새끼 고양이가 혼자 세상에 나가면 어떤 일을 겪을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모른 체할수 없었다. 잠시 임시보호를 맡겠다고 하고 고양이를 받았다.


며칠간 집에서 고양이를 돌보며 입양처를 알아보았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SNS에도 올려보고 동물보호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황이 급한 고양이들이 많았다. 가족을 기다리는 고양이들은, 정말 많았다. 3차 접종을 하기까지 두어 달 동안 녀석은 제법 살이 붙고 덩치도 커졌다. 이제는 500g 남짓의 아기고양이가 아니었다.


어서 양부모를 구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자 나도 모르겠다 싶었다. 입양 문제로 마냥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나와 우리 집에 익숙해진 고양이에게 정도 많이 들었다. 매일 밥을 챙겨 먹이고 함께 잠들면서 녀석을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돈벌이도 예전만 못하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동물에 관심도 없었다. 홀로 동물을 돌보며 떠안아야 할 부담감을 알기에 반려동물과는 담을 쌓으려 했는데. 고민은 깊어갔 다. 세상에 갈 곳 없는 동물들은 너무 많고 갈 곳 없는 생명을 거두는 사람은 너무 적다. 결국 나를 찾아온 이 생명을 외면 하지 않기로 했다. 망고, 나의 첫 반려묘. 그렇게 나는 집사가 되었다.

고양이를 모르던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개를 좋아하세요,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누군가 물을 때마다 ‘개’라고 대답하던 여자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마음을 담은 책이 있다. 가쿠다 미쓰요의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책이다. 3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양이보다는 개와 더 가까웠던 나로 서도 공감되는 제목이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를 유독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나는 고양이를 모르고 살았다. 고양이와 나는 그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 딱 그만큼이었다.


그런 내가 임보 중이던 새끼 고양이와 평생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책방에 머무는 고양이를 보살피려 부지런히 책방 문을 연다.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 들의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어미에게서 독립한 새끼 고양이 들이 첫겨울을 잘 살아내길 바란다. 갈 곳 없는 고양이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배곯은 생명에게 먹을 것을 건네는 것. 새끼 고양이들이 매서운 바람과 혹한을 피할 잠자리를 살피는 것.


고양이를 알아버린 나는 그들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양 이와 공존하고 있다. 이제 나는 조금만 눈을 돌려도 도움을 기다리는 작은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무심히 지나치는 길 위에도 심장이 뛰는 생명이 살고 있다. 그 숨결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집사가 되었다.



CREDIT

글 사진 심선화

에디터 이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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