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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쉼터 고양이 호스피스를 아시나요? [경기]

조회수 2018. 11. 11.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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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여가 공간인 ‘경로당’처럼 나이 든 고양이들을 모시기 위한 공간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경묘당(敬猫堂)’.


질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거나,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아이들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고통스럽게 눈 감지 않도록 마지막을 거둬 주기 위한 공간. 그곳이 바로 경묘당입니다.

현재 경묘당에는 스물세 마리의 고양이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을 훨씬 넘긴 삼순이와 형아부터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경묘당을 설립한 사단법인 봉사하는우리들(이하 봉우리)의 오경하 단장은 ‘고양이 호스피스 쉼터’라는 수식어로 경묘당의 정체성을 대변합니다. 길에서, 보호소에서, 일부는 애니멀 호더 집이나 교배 숍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구조된 아이들이 남은 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돌보고 있는 곳이 바로 경묘당입니다.

봉우리는 입양은커녕 임시 보호도 힘든 아이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차근차근 준비를 거쳐 마침내 지난해 5월 수원시 우만동에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의 보금자리 ‘경묘당’을 설립했습니다. 우선 사비를 털어 공간을 마련하고 봉사자를 모집해 아이들 돌보기를 시작했죠.


열정적인 봉사자들 덕택에 경묘당은 나름 자리를 잡아 갔으나 안정기에 접어들던 바로 그때 뜻밖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경묘당이 있는 건물의 재개발이 결정되어 당장 쫒겨날 처지가 된 것이죠.


처음 경묘당이 생길 때와는 달리 스무 마리 가까이 되는 많은 고양이를 한꺼번에 데리고 이사 갈 곳을 찾기란 절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고양이 자체에 거부감을 표하는 건물주들이 많았고 자금 사정도 넉넉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수원 연무동에서 적당한 좋은 환경의 공간을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몇 달 동안 방치되어 있던 공방 자리를 운 좋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사를 앞두고 새로운 경묘당을 위한 야심 찬 계획도 시작되었죠. ‘단순 보호 쉼터’가 아닌 ‘자립형 쉼터’로 확실히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기존 공방이 버리고 간 테이블과 각종 집기를 인수해 제법 카페 분위기를 낼 수 있었기에 실현 가능한 구상이었고, 마침내 10월의 마지막 밤을 하루 앞두고 ‘고양이와 함께하는 문화 카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2의 경묘당이 탄생했습니다.

고양이와 방문객이 함께하는 공간. 오후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는 창가 테이블은 고양이와 사람 모두에게 인기.

지금의 경묘당은 고양이 전용 생활 공간과 함께 입장 후원금 5,000원을 내면 기본 음료를 제공하는 유기묘 카페 및 쉐어 공간으로 동시 운영 중이며, 관리는 봉사자들이 요일과 시간을 정해 자율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고양이들이 많은 만큼 봉사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봉사자들은 매일 시간대별 봉사일지에 그날의 투약 및 급여, 대소변 현황 등을 꼼꼼하게 기록합니다.

경묘당은 봉사자들이 요일과 시간을 정해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진은 봉사일지를 적을 때마다 나타나 방해한다는 일지요정(라떼).

경기대 근처에 자리한 덕분에 경묘당에는 단골손님도 생기고 있습니다. 처음엔 호기심에 경묘당 문을 두드린 학생들이 이제는 가끔 아지트 찾듯 방문해 고양이들과 놀기도 하고 시험공부도 하고 간답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애묘인들도 늘 사람이 그리운 아이들과 어울리며 오히려 힐링을 하고 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평균 하루 두세 명 수준에 그치고 있어 운영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타 기관의 보조금을 받는 대신 올해 봉우리를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후원 체계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아이들 병원비며 약값이며 지출이 수입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경묘당은 ‘재정적 자립’을 위해 다양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봉사자들이 한 땀 한 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소품이나 쿠키, 후원받은 고양이 관련 용품들을 경묘당 한쪽에서 판매하고 지역에서 열리는 바자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합니다. 봉사자들의 재능 기부로 뜨개질이나 비누 만들기, 수채화 강좌도 개최할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방문해주세요.


“구조한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펫로스를 여러 번 겪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는데, 경묘당에서 같이 울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올바른 정신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경묘당은 그런 곳입니다. 고양이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그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곳. 앞으로 ‘자립형 호스피스 쉼터’로서 경묘당 고양이들의 생이 다할 때까지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따뜻한 이불 위에 냥글냥글 모여 있는 노령묘들
지난봄 TNR 덫에 걸린 엄마에게서 태어난 치즈 아기 고양이들. 예방접종을 마치고 드디어 케이지에서 나온 후 캣타워를 점령하느라 신났습니다.
창문 넘어 광교산이 훤히 내다보이는 멋진 공원 뷰의 고양이 공간. 후원받은 멋진 캣타워도 있지만 나이 든 안방 고양이들은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고.

고양이를 아니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 그리고 펫로스를 경험하셨던 분들이라면 경묘당에 한 번쯤 들러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마지막 안식처에 있는 고양이들과 눈으로 대화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 경묘당의 상세한 위치는 다음 또는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하시면 됩니다.


후원안내

카드/현금/휴대전화 결제(기부금 영수증 발급 가능)

http://www.ihappynanum.com/Nanum/B/SWU60DH6NZ

후원 계좌: 기업은행 010-9510-2013 봉사하는우리들


#사지말고_입양하세요

#묘르신_건강하세요~ 


여러분에 제보로 동물과 함께하는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e-mail : jebo.petzzi@gmail.com  


CREDIT

에디터 강이루 

제보 사단법인 봉사하는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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