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닮은 둘, 언젠가는 친구가 되길

조회수 2018. 8. 20.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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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매거진 '매거진P'

BABY&DOG

서로 닮은 둘,

언젠가는 친구가 되길

3년, 부지런히 닮아가다



까노와 함께 산지 3년이 되었다. 3년 동안 까노는 내 생활을 아주 부지런하게 변화시켰다. 걷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까노의 산책을 위해 자주 걸어 다녔고, 까노가 뛰어 다니는걸 보고 싶어 함께 뛰기도 했다. 까노와 같이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귀찮음과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알게 되었고 바닥에 떨어지는 까노의 소변 방울 자국을 수시로 닦기 위해 걸레질도 끊임없이 하는 부지런함을 갖추게 되었다.


푸들의 특징인지 몰라도 까노는 유난히 활동량이 많고 활발한 편이었다. 틈만 나면 누워있는 걸 좋아하던 프로 와식생활러인 내곁에 어떻게 까노같은 아이가 왔냐며 주변에서도 신기해했었다. 내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기만 하면 장난감을 물고와 던지라고 재촉하니 말이다.​

서로가 닮아가는 속도



그런데 여기에 까노와 비슷한 활동량을 가진 아기가 내인생에 추가되었다. 까노의 속도를 따라잡고 싶어서인건지 아기는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졌다. 까노가 저쪽에서 보이면 까노한테 가고싶어 속도를 냈고 까노가 피하고 다른곳으로 가면 또 까노를 따라가기위해 속도를 냈다.


접종하러 병원에 갔더니 아기가 많이 먹는데 그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서 살이 안 찌는 거 같다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 비슷한 활동량을 가진 이 두 놈이 서로 같이 놀면 좋겠지만, 이 둘은 나의 바람처럼 같이 놀지 않았기 때문에 나만 더 바빠지고 정신이 없었다.


까노가 새끼 때 씹어대던 수많은 전선, 의자 다리, 각종 물건들이 아직 그 자국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이제는 아기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입에 넣고 빨고 씹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까노오빠가 가르쳐줬느냐며 입에 못 넣게 하느라 바빴다. 삑삑 소리 나는 인형을 좋아하는 것도 닮았고 아빠를 좋아하는 것도 닮았다. 남편이 귀가하면 둘은 누가 먼저 도착하냐 겨루듯 남편에게 달려간다. 매일 붙어있는 나는 느껴볼 수 없는 환영인사라 이런 대접

을 받는 남편이 가끔 부럽기도 하다.​

관종 둘, 서로 닮은 둘



산책하러 나가서 낯선 사람들을 마주칠 때, 이 둘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관종력을 펼친다. 까노는 시비를 거는 스타일이다. 누가 먼저 말 걸면 짖으면서, 또 막상 누군가 자기한테 관심이 없으면 먼저 뒤에서 냄새를 맡거나 빤히 쳐다본다. 마치 나랑 당장 눈을 마주치라는 듯. 그러다 막상 말 걸면 짖을꺼면서 말이다. 


아기는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웃는다. 밖에 나가면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곧잘 웃어주고 쳐다보는 스타일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남자 여자 어린아이 안경 쓴 사람 가리지 않는다. 아기가 어쩜 이렇게 낯을 안 가리느냐고 하면 나는 속으로 까노 덕분이라고 말을 한다. 항상 주변을 맴돌고 있는 까노를 보고 늘 활짝 웃었기 때문이다. 웃는 게 뭔지 모르던 신생아 시절부터 이미 까노를 보며 웃고 있었다고 난 믿고 있다.​

서로 닮은 둘, 언젠가는 친구가 되길



아기와 함께 산 지 벌써 9개월이 되어간다. 까노는 여전히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기를 향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인지 까노의 짖음이 점점 더 심해지는 거 같아 며칠 전부터는 방문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사님의 말로는 강아지가 보호자에 대한 애착이 심하면 아기랑 친해지는 건 어렵다고 한다. 그저 큰 충돌 없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잘 지내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까노는 나와 남편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기와 친해지는 건 포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둘이 서로 닮은 점이 많다는걸 모른 채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 체력도 활동량도 비슷한 둘이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다. 둘이 서로 닮은 점이 많다는걸 모른 채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



CREDIT

글 사진 주은희 (인스타그램 happyccano)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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