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견가정은 처음이라, 둘째를 들여야 할까요?

조회수 2018. 7. 1.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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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견가정은 처음이라,

둘째를 들여야 할까요?

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개껌이 나오나요?


이사 온 뒤 노리는 베란다에 까치발로 서서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어 낮이면 어린 친구들이 공을 차고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우리집 룸메이트는 뭐 그리 재밌는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재잘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계단과 의자를 만들어주니 노리는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었다. 나 또한 그 곁에 쭈그려 앉아 뛰노는 아이들과 노리를 흐뭇하게 번갈아 보곤 했는데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이리저리 고개를 젓는 노리를 바라보는 게 하루의 낙이랄까. 


노리는 강아지들이 흔히 겪는 분리불안 증상이 거의 없었다. 분리불안은 오히려 내가 겪었을지 모를 정도. 출근하는 나에게 가볍게 눈인사만 하는 노리의 모습에 서운해 하다가도 노리가 보고 싶어 칼같이 퇴근해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는 나였다. 하루 중 노리가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내가 집에 돌아와 목줄을 집어들 때다. 목줄은 노리에겐 산책의 신호. 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반겼고 그럴 때마다 나는 왠지 모를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뭐, 노리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하다.

노리는 외롭다?!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면 많은 강아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작디작은 귀여운 아가부터 늠름한 친구까지. 노리는 친구가 많이 생겨 신이 났다. 서로 기차놀이를 하며 냄새도 맡고 뛰어 놀기도 하며... 노리에겐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집에 갈 때면 노리는 아쉬운지 자꾸만 반대 방향으로 목줄을 끌었는데, 마치 우리가 어릴 적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먼지 나게 놀다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과 같아 웃음이 났다. 그렇게 어르고 달래 집에 돌아오면, 멍하게 있는 노리의 모습을 때때로 발견할 수 있었다. 


낮에 보았던 친구들과의 진한 만남이 여운으로 남았던 걸까? 노리의 뒷모습은 밤하늘 달만큼이나 크고 외로워 보였다.

두 번째 룸메이트


나는 노리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둘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노리가 외로울 것 같아 한 마리를 더 분양받는 거냐고? 절대 아니다. 그저 두 마리가 함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반려견과 견주 사이, 그 이상의 관계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경제적으로 두 마리를 모두 돌볼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 애정을 둘에게 힘들이지 않고 나누어 줄 수 있을 때가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한동안 그 시기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바로 오늘일 거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여느 때와 같이 룸메이트의 간식거리를 사러 간 동물병원에서 웬 갈색 솜뭉치를 발견했다. 


가정견의 아이로 병원에서 대리분양을 하고 있었는데, 노리를 처음 분양받았을 때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이 아이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다. 노리에게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감정을 이 아이에게 다시 한 번 느꼈다.


가족으로 함께 한다는 것은 앞으로 이 아이의 생이 행복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사랑으로 채워주는 것. 그동안 서툴게 준비해왔던 둘째 맞이는 어디까지 준비가 되었는지, 현실적인 여건과 노리 그리고 나의 심적인 여유를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되짚으며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노리와 함께한 지 3년이 되던 해, 둘째 보리가 새 룸메이트로 합류했다. 


CREDIT  

글 사진 신소현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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