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공장'이 연극으로 나온다

조회수 2017. 3. 28. 15: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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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9 영상연극단


작년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TV를 통해 방영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각계의 힘과 목소리가 모여 요지부동이었던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문제의 본격적인 해결은 이제부터건만 한숨 돌리려는, 손을 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지금, 209 영상연극단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의미 있는 제안이다. 209의 연극 <후> 준비 현장을 찾아갔다.

 




관심의 후, 무관심의 후

 

대학로 외곽, 한성대 입구 역 근처에서 만난 209 영상연극단원들은 밝은 모습이었다. 5월 초 상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지만 지친 기색은 없어 보였다. 강아지 공장이란 참담한 실화를 몸소 풀어내며 다리가 풀리고 맥이 빠질 법도 한데 기우였다.

 

209 영상연극단이 준비하고 있는 연극 <후>는 우화다. 연극은 ‘강아지 공장’이 인간 세계와 동떨어진 어떤 곳에서 일어난 비극이 아니라 그 세계 안에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자행된 ‘우리’의 초상이라 말한다. 누군가는 나와는 먼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아지 공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우리는 엄연한 그것을 외면해 왔다. 무관심의 베일을 한 꺼풀만 벗겨내면, 고발의 목소리에 한 번만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버젓이 자행되고 있던 생명 경시의 사태를 우리는 더 일찍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작품명 <후>은 한숨 소리의 의성어다. 거기에 어떤 일이 일어난 후後라는 의미를 더했다. 들불처럼 번졌다 놋쇠처럼 식는 세간의 관심이 문제를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하는 어쩌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을 연극은 말하려 한다.  

 

동물 사업장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며 설립 조건이 까다로워졌지만, 강아지를 양산하고 상품으로 만들려는 인간의 욕망은 여전히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 법 개정과 더불어 사건을 외면하고 방치했던 우리의 의식도 한 보 더 나아가야 하기에, 이들은 연극 <후>가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길 바란다. 세상의 욕심은 무한하고, 무관심은 사회의 방치된 자들에게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만드는지를 선명히 깨닫도록 말이다.



 

 



Q ‘강아지 공장’ 사건을 연극으로 만드는 데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작년 TV를 통해 강아지 공장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끔찍한 일에도 나 또한 무심한 사람 중 한 명이었던 거다. 그러다 강아지를 키우게 된 후 다시 사건을 돌이켜 보니 정말 남일 같지 않더라.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조사하다 팀원들에게 연극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다들 너무 좋다고 기뻐한 후, 당장 극본 쓰라고 하더라. (웃음). 시작은 내가 먼저 했지만 점점 단원들이 아이디어를 더해가며 극본이 완성됐다. ( 신은수 / 극본 )


 

Q 비극적 실화를 연극으로 옮기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후>는 강아지가 주인공이지만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만들어 갈수록 아수라장 같은 강아지 공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몸과 대사로 표현해 관객들한테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 이건 연습에 들어간 지금까지도 모두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 오준혁 / 연출 )


 

△ 오준혁 (연출)


 

 

Q 연극 홍보 문구인 '강아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세상을 비춘다'가 그런 맥락인가.


연극을 준비하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들은 말이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 있다. 공장에 갇혀있던 강아지들이 원하는 걸 들어 보니 지칠 때까지 달려 보기, 엄마 슬리퍼 옆에서 계속 걸어보기 같이 너무 사소한 것들이란 거다. 인간도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권력과 부조리 속에서도 그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살기 쉽지 않나. 연극을 보면서, 저항하지 않고 쉽게 길들여지는 우리의 모습 또한 떠오르길 바랐다. ( 서다예 / 군견 역 )​

 


Q 연기를 하며 힘들었던 점은?


강아지로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점이다. 강아지 공장 속에서 강아지가 직접 선택한 건 아무것도 없다. 모두 운명처럼 둘러싼 현실이다. “우리도 밥값을 하고 싶다” 이런 말이 강아지의 대사로 나온다. 핍박하는 공장 주인을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극에 들어가기 전에는 차마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거라 표현해내기 힘들었다. ( 서영서 / 비글 역)


 

△ 신은수 (극본)


Q 크라우드펀딩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좋은 무대 만들자며 극단을 꾸린 게 2년 전이다. 패기는 좋았는데 응원해 주는 사람이 적더라. 아직은 유명하지 않다 보니 시설도 허름하고. 그래서 저번 공연은 우리가 각자 돈을 모아서 어렵게 올렸다. 그런데 호평이 있어 욕심이 나더라. 좀 더 좋은 공연, 영향력 있는 공연을 하고 싶어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네티즌들이 3만원, 5만원씩 도와주시는데 그게 각자에게 어떤 돈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모든 분을 직접 찾아 뵙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럴 수 없으니 리플렛, 포스터에 이름을 모두 실을 거다. 배우들의 개런티도 어떻게든 챙겨주고 싶은데, 약속은 못 하겠다 얘들아? (일동 웃음) 금액이 완성이 되든 안 되든 도와주신 정성이 고맙다. ( 오준혁 / 연출 )


 

Q 이후에도 동물권과 관련한 극을 할 생각이 있나.


좋은 극단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연극을 짜기보다 <후>를 정기 공연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이번 초연을 통해 피드백을 여과없이 받아서 더 좋은 공연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겨울에 조금 더 보완해서 올릴 거고, 공장 이야기가 아니라 반려견 이야기를 더 부각해 짧은 아동극으로 각색해볼 계획도 있다. ( 신은수 / 극본 )


 


 

 

Q 연극에 자극적인 묘사가 많나? 우려하는 관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바로 옆에 강아지 공장이 있더라. 갇혀있는 모양새부터 달랐다. 보호소에선 그래도 아늑하게 지내지만, 거기선 수십 마리가 한 철창에 모여 있다. 그걸 보며 모두 펑펑 울었다. 연기를 위해 팀원들이 보내준 투견 영상도 차마 못 보겠더라. 살처분하기 위해 강아지를 잡는 장면도 끔찍하다. 연극에서 이런 장면들을 제거할까 고민을 많이했는데, 그게 진짜 현실 아닌가. 처음엔 수위를 낮춰 가족극으로 갈까 했지만 현실적인 장면들이 가지는 의미가 분명히 있기에 15세 관람가로 만들었다. ( 서다예 / 군견 역 )


 

Q 그래도 해피엔딩을 기대해도 될까?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강아지들에겐 좋은 결말이 준비되어 있다. (웃음) ( 오준혁 / 연출 )
  

 

 



CREDIT

김기웅

사진 엄기태

자료협조 209 영상연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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