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향한 정조준,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조회수 2020. 2. 12. 1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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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갤러리 양혜진 작가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의 힘은 강력합니다.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정보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그 반응은 더 경쟁적인 취재 열풍을 불러일으킵니다. 작은 언급이나 사실에서 시작된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며 폭발적인 이슈가 되는 과정에 대해 양혜진 작가는 메스를 대고 있습니다. 

출처: 양혜진 <과도한 관심>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2012


보도 장면들은 작품 속에서 조형적인 변화를 거쳐 새로운 광경으로 재탄생됩니다. 보도의 대상이 된 인물은 구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거나, 초점이 흐려져 있기도 하고, 빈 공간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감상자는 자연스럽게 주변의 취재진들을 보게 됩니다.

출처: 양혜진 <그녀를 향한 정조준>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2015


이렇게 한 발짝 물러서서 보게 되는 취재진의 모습은 마치 파도처럼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입니다. 대상의 사정에 무감각한 카메라들의 냉정한 플래시는 작가가 사용하는 차가운 색감으로 인해 더욱 강조되고, 의도적으로 배치된 구도는 대중과 언론의 관음증적인 시선을 연상케 합니다. 이렇듯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정보의 흐름에 매몰되는 집단적인 시선이 가진 폭력성에 대해 양혜진 작가는 차가운 추상의 눈으로 반성적인 고찰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작업이란, 갈수록 일상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에 대해서 잠시 거리를 두고 의구심을 갖고자 하는 판단 유보의 행위입니다. 인터넷과 신문, 방송을 비롯해 1인 미디어의 발달도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미디어의 긍정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에 비해 느린 속도의 회화는 요즘 같은 속도 경쟁의 시대에 어떤 의의를 가질 것인가가 저의 근본적인 질문 과제입니다.

출처: 양혜진 <길을 잃다> 캔버스에 유채, 162x261cm, 2015


저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각종 미디어의 정보를 접하고 마치 휩쓸리듯 관심을 쏟으면서 정작 나 스스로 판단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품처럼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미디어의 정보에 휩쓸려 판단의 힘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판단 유보'의 자세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미디어의 일방적인 영향력을 회화적인 은유로 비유하여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다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작품에 담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양혜진 <파도타기>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2014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린 시절에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었던 그림 그리기가 학년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냥 재미있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더 힘들어지는 일이 그림 그리기였는데 그럴수록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커져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역시 가장 어렵고 또 잘하고 싶은 일이 바로 작업입니다. 물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알고 있지만, 특별한 계기로 결심을 했다기보다는 아직도 어린 시절에 막연하게 '화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의 마음처럼 동경하는 마음으로 작가를 꿈꿔 온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미디어를 통해서 보게 되는 시각 이미지 정보 역시 편집자의 영향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이는 것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갖자는 것이 제가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출처: 양혜진 <TV-그녀를 쫓다>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2009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주로 TV 화면에서 보이는 특징적인 장면들을 캔버스 화면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공식처럼 느껴지는 인터뷰 장면이라든지, 이슈가 터지면 흔하게 보게 되는 경쟁적인 취재현장의 모습, 또는 모자이크로 처리되거나 뿌옇게 처리된 장면, 혹은 숨겨진 카메라로 찍은 장면 등등 보이는 양상이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되어 인식되게끔 하는 시각적 장면들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출처: 양혜진 <왜 이러세요> 캔버스에 유채, 80x117cm, 2008


반면 최근에 와서는 화면의 재구성이 많이 이루어졌는데, 미디어의 영향력을 파도에 비유하여 화면구성을 시도함으로써 이전과는 많이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파도를 소재로 끌어들인 이유는 그것이 가진 불가항력적인 에너지가 마치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압도당하는 미디어의 힘을 파도에 비유하여 화면에 프레임과 함께 구성하고 있습니다.

출처: 양혜진 <파도가 밀어닥치다> 캔버스에 아크릴, 61x91cm, 2016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2011년 作 '겨누다'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서 명함 이미지에도 사용하였습니다. 경쟁적인 취재현장의 카메라들이 모여있는 장면을 표현한 작업인데, 취재 대상은 화면상에 나와 있지 않지만 빽빽이 모여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어느 한 곳으로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상당한 이슈를 쫓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굉장히 허구적인 허상을 쫓는 느낌까지 들면서 작업을 할 때도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애를 썼던 작품이라서 상당히 애착이 갑니다.

출처: 양혜진 <겨누다> 캔버스에 유채, 100x100cm, 2011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미디어의 영향력'을 작업의 주된 이야기로 삼고 있는 만큼 주로 TV나 인터넷 기사 등을 접하면서 드는 의구심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습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의 작업은 화면구성에서 좀 더 변화를 시도하고 싶습니다. '저마다의 프레임'이라는 최근의 작업에서 보여준 것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바다 위에 만들어진 제각각의 프레임은 서로 소통의 여지가 없이 단절되어 있습니다. 이는 한 시대 한 공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서로 단절된 생각의 프레임을 의미합니다. 사실 누구나 각자의 생각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이 미디어의 영향력으로 만들어지고 견고해질 때에는 잠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업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출처: 양혜진 <저마다의 프레임> 캔버스에 아크릴, 91x117cm, 2017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지금 제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분위기를 풍경화 그리듯 표현하는 작가로 기억된다면 너무나 큰 영광일 것 같습니다.

출처: 양혜진 <이상향을 꿈꾸는 사람들 2> 캔버스에 유채, 65x90cm, 2013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가벼운 책 읽기, 요리하기 또는 시사프로그램 보기 등이 취미입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예술중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술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저를 생각하면,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좀 더 다양하고 가능성이 많은 미술의 분야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술이 다른 분야보다 속도도 느리고 시대를 따라가기 벅차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효율성만 중요시되는 시대에 더욱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것을 믿고 학생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출처: 양혜진 <균형잡기> 캔버스에 아크릴, 41x53cm, 2017

언론과 1인 미디어의 윤리 의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는 집단적인 심리를 불러일으키고, 고조된 분위기에 휩쓸린 채 누구나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자신도 속해있지요. 그러나 가끔씩은 이게 옳은 것일까? 사람들과 나눈 가벼운 얘기들이 혹시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미디어에 휩쓸리는 현실과 우리들의 모습을 양혜진 작가의 작품은 세련된 방식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선정적인 보도 장면은 기하학적인 구도와 차가운 색감, 그리고 매끄러운 윤곽선 속에서 차가운 추상으로 변모합니다. 이러한 조형적 변화는 미학적인 즐거움을 주면서 동시에 보도 장면에서 한 발짝 걸어 나와 관조적인 시선을 갖게 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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