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에 숨겨진 상권의 비밀

조회수 2020. 5. 13. 10: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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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평균 권리금 2억 후반대.”

지난 주말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대사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소신과 패기뿐인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분)가 이태원에서 오픈한 ‘단밤’ 포차를 국내 유수의 요식 기업으로 키우기까지 파란만장한 창업 신화를 다룬 드라마인데요.


극 초반에 건물주이자 장가그룹 장대희 회장(유재명 분)의 계략으로 단밤 포차가 건물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하자 박새로이는 10억을 주고 경리단길에 건물을 통째로 사버리는 남다른 ‘클라쓰’를 보여줍니다.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때 호황을 누렸던 이태원과 경리단길에 다시금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들 상권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짚어봤습니다.

경리단길에 무슨 일이?

드라마 대사처럼 이태원 상권은 권리금이 2억원이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태원 일대는 드라마와 달리 위축된 모습입니다.


이태원역 대로변이나 경리단길 초입 등 입지가 비교적 좋은 곳에서도 공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장사가 안되는 점포가 늘면서 권리금이 떨어지고, 권리금이 없는 ‘무권리 점포’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O리단길’ 열풍을 일으키며 핫플레이스로 주목 받았던 경리단길은 현재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경리단길 상권이 쇠퇴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입지적인 특성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이태원은 녹사평역서 이태원역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을 중심으로 형성된 역세권 상권인 반면 경리단길은 서울 용산구 국군재정관리단 정문에서 그랜드하얏트 호텔까지 이어지는 가로와 주변 골목길에 형성된 상권입니다. 


인근의 해방촌길과 이태원 상권 사이에 위치해 지하철역에서 멀고 주차시설이 부족한데다 보행로가 대부분 급경사지여서 상권 형성에 불리한 입지로 볼 수 있습니다.

‘경리단길을 통해 본 핫플레이스의 성장과 쇠퇴’ 보고서를 발표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김태환 연구위원은 “경리단길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당과 펍, 카페 등 특색 있는 음식점이 늘면서 거리의 고유한 특성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이어 김 위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맛집이나 즐길거리 등의 정보를 얻는 소비행태가 확산되면서 입지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목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10개 수준이던 경리단길 음식점 수는 2016년 289개까지 증가했으며 경리단길 초입이나 가로변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도 주택가 이면도로까지 확장됐습니다. 


상권이 활성화된 2014년 이후 경리단길에서 단독·다가구 주택과 상가건물의 거래가 늘고 임대료가 상승했는데요. 


상가 임대료는 2016년 4.8%, 2017년 5.3% 올라 홍대나 가로수길, 성수동 등 주요 상권의 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공시지가도 4년간 평균 50%가 상승했습니다.  

임대료 상승→매출 감소→폐업 증가,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

반면에 방문객이 늘면서 경리단길만의 독특한 매력은 사라졌습니다. 외부자본 유입, 임대료 상승 등으로 개성을 추구하던 음식점들이 이탈했기 때문인데요. 2016년 이후 방문객이 감소하고 폐업 매장이 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이 발생한 지역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KB부동산 리브온 상권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리단길 음식업 총 매출은 2019년 3월 기준 전년대비 20.9% 감소했고 업체당 매출액은 16.0%가 감소했습니다. 


2015년 81개까지 증가했던 창업은 2016년 이후 크게 감소하였으며 20개를 넘지 않던 폐업 매장 수가 2017년 48개, 2018년 33개로 증가해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이 2년간 지속됐습니다. 


최근에도 창업은 꾸준하지만 임대료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경리단길과 회나무로 가로변에 집중됐던 창업이 임대료가 더 저렴한 이면도로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경리단길 상권의 경쟁력은 ‘음식’이라는 콘텐츠와 이를 통해 얻게 되는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경리단길과 유사한 분위기와 콘텐츠를 가진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등장하고 소비자 관심이 이동하면서 방문객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경리단길 사례에서 보듯 상권 자체의 경쟁력은 약하지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슈가 되면서 성장한 상권은 소비트렌드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으며 안정적 상권 형성에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권이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 개선을 통해 상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콘텐츠와 이슈를 꾸준히 발굴하여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맛집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의 이미지 외에도 예술·문화적 요소 등으로 경쟁력을 다양화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드라마를 통해 이태원과 경리단길 일대가 재조명 받으면서 상권에 활기가 돌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될 것 같다”며 “임대료 인하나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 등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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