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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된 빌라의 대변신, 패션 감각으로 리모델링한 '분당 루프탑하우스'

조회수 2019. 11. 15. 17: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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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 카페와 식당은 요즘 젊은층에게 ‘힙 플레이스’로 통한다. 탁 트인 옥상이 있는 카페는 손님들로 늘 북적거린다. 상가나 빌딩도 옥상을 활용할 수 있는 꼭대기층이 인기다.


하늘과 한 뼘 더 가까운 루프탑이 우리집에 있다면 어떨까? 25년된 낡은 빌라에서 테라스가 아름다운 워너비 하우스로 변신한 ‘분당 루프탑하우스’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빌라 꼭대기층, 크고 작은 테라스 4개로 둘러싸인 집

10월의 마지막 날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의 고즈넉한 빌라촌. 불곡산 아래 저층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다. 이 곳은 ‘분당 주택전람회 단지’로 불리우는 분당신도시 내 빌라 단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유명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의뢰해 1994년 조성한 곳이다.


오늘의 주인공 루프탑하우스를 품은 빌라는 한국건축가협회장을 역임한 강석원 건축가의 작품이다. 전체 9가구 중 탑층인 3층에 자리한다. 침실 4개, 거실 2개, 욕실 3개, 테라스 4개로 구성된 집이다. 테라스를 뺀 실내 전용면적이 173㎡(52평). 


루프탑하우스에 들어서자 거실 창문 너머로 단풍이 물든 숲과 근사한 테라스가 펼쳐진다. 여느 루프탑카페 부럽지 않은 풍경에 “와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새어 나온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을 위해 흔쾌히 보금자리를 공개한 집주인은 필자와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의 줄임말) 사이다. 집주인(@loveforjr)이 올린 ‘#집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루프탑의 매력에 푹 빠져 인터뷰를 부탁했더랬다.


이 집은 인테리어플랫폼 ‘오늘의집’에서는 ‘비니주니홈’으로도 유명하다. 플랫폼에 올린 온라인집들이 포스팅에는 ‘좋아요’ 댓글이 이어진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섭외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SNS에서 ‘루프탑하우스’로 핫한 이 집의 안주인은 페페수프코리아 정자영 대표. 유니크한 패턴의 프랑스 가방을 국내로 독점 수입하는 일을 한다. 스타일리시한 그녀의 패션 감각은 집 안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루프탑하우스의 생생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리브온TV 유튜브 영상으로 만나 보시길~)

원색 소품으로 컬러감 있게 꾸민 공간

랜선으로 보던 집을 실물로 영접(?)한 순간 필자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종종 걸음으로 본격적인 집 구경에 나선다. 이 집의 매력 포인트 ‘루프탑’ 소개는 잠시 미뤄두고, 현관부터 다시보기.


현관에서 중문을 열면 노랑 플로어 스탠드가 손님을 반긴다. 오른쪽 긴 복도를 따라 거실로 향하면 소파 옆에 놓인 노랑 스탠드를 다시 만나게 된다. 반가움도 잠깐, 강렬한 주황색 의자와 빨강 스피커에 금세 시선을 빼앗긴다. 소품 하나하나 허투루 놓인 게 없는 집. 벽에 걸린 선반마저도 컬러감이 톡톡 튄다. 샛노란 철제 프레임 선반에 올려진 소품들이 집 분위기를 한층 세련되게 돋운다.

원색 소품으로 컬러감 있게 꾸민 거실과 달리 주방은 차분하다. 그레이톤 주방가구와 빌트인 가전이 안정감 있는 공간을 만든다. 주방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주방을 가로지르는 3m 길이의 우드슬랩 테이블. 정 대표 남편이 주말마다 공장을 찾아 다니며 직접 고른 나무로 제작했다고. 테이블 길이가 길다보니 한 쪽에 하부장을 달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정성들여 만든 식탁에서 온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밥을 먹지 않더라도 가족이 다같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소통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정 대표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꼽은 곳도 바로 주방이다.

고급 브랜드라도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건 싫고, 흔한 디자인은 더 별로예요. 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획일화된 공간, 유행하는 인테리어로 집을 꾸미긴 싫었어요. 저만의 스타일을 고수하죠. 소품 하나를 사도 흔한 건 사지 않아요. 원색이나 디자이너가 뚜렷한 소품, 가구 등을 구입하는 편이예요.

원색 소품을 보면 무조건 집고 본다는 정 대표는 “색색의 소품이 조잡할 것 같지만 한 곳에 모아두면 의외로 조화가 잘 맞는다”고 귀띔한다. 그녀 말대로 집 곳곳에서 원색 소품은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자녀들 공간도 마찬가지. 중1 딸과 초등4학년 아들이 사용하는 방 사이를 잇는 작은 거실은 내추럴한 톤의 자작나무 책장과 큰 테이블을 들여 가족 모두의 서재이자 아이들을 위한 스터디룸으로 꾸몄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노랑·초록 소파와 빨간색 미니 냉장고로 포인트를 준 것도 정 대표 솜씨다.

그녀의 ‘컬러 홀릭’은 자녀욕실에서도 빛을 발한다. 입구에서부터 딥블루톤 헥사곤(육각) 타일이 살짝 보이는 욕실은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호기심지수를 끌어 올린다. 욕실을 수놓은 딥블루 타일은 스카이블루 타일과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신비로운 느낌마저 뿜어낸다. 보통의 가정집에선 보기 드문 원색 육각 타일의 향연이다. 사춘기로 접어든 남매를 위한 두 개의 세면대도 신의 한 수. 아이도, 어른도 마냥 즐거워지는 욕실이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는 숨은 아이디어가 하나 더 있다. 작은 거실 입구에 빼꼼히 나온 미닫이 문이다.


“미닫이 문을 닫으면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 탄생해요. 아이들이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문을 닫아두고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미닫이 문 너머로 아이들만의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를거예요~”

마당 있는 집을 찾아 나서다

집주인의 센스를 꼭 빼닮은 이 집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렇게 변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곳이다. 정 대표 부부가 집을 매입할 당시엔 2년동안 비어 있던터라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저 오랫동안 방치된 25년된 낡은 빌라였다.


루프탑 덕분에 200여 명이 집을 보러 올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지만 다들 포기하고 나가 떨어졌다. 고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어서다. 집에 물이 새 바닥부터 천장, 난방공사까지 필요한 상황.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닌 집 전체를 리모델링 해야하는 대공사였다.


상태가 이런데도 매입을 결심한 이유는 다름아닌 ‘루프탑’ 때문이다. 마당 못지 않게 넓은 테라스 공간을 보고 첫 눈에 반해버린 것.


정 대표 가족은 지금 집을 만나기 전까지 아파트 생활이 익숙했다. 6년 정도 서울살이를 하다 2011년 판교신도시로 이사했다. 판교의 평범한 아파트에서 6년동안 전세로 거주했다. 그 때만해도 아파트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시작은 정 대표가 아이들 학업을 위해 자녀 둘과 캐나다 작은 도시로 떠났을 때다. 잠깐 다니러 온 남편이 마당있는 주택에 뒤늦게 빠졌다. 부쩍부쩍 커가는 반려견을 위한 야외공간도 필요했었다. 한국에 돌아온 남편은 판교 아파트 전셋값에 보탤 수 있는 최대 한도금액을 들고 마당있는 집을 혼자 찾으러 다녔다.


당시 살고 있던 판교 아파트 전용면적152㎡(46평) 전셋값은 9억원대. 4억원에서 시작한 전셋값이 6년만에 배로 뛰었다. 물론 집값은 더 올랐다. 전셋집을 빼도 판교에서 그 금액으로 마당있는 집은 ‘언감생심’. 그래서 넘어온 곳이 분당이다.

남편이 분당에서 빌라투어를 시작한 첫날 이 집을 발견하곤 그날 바로 계약을 했어요. 집도 인연이 있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학교가 어디인지 묻지도 않고 계약했던걸 보면요. 캐나다에 있던 제가 애들 학교는 어디로 배정받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그걸 안 알아봤다고 하는 거 있죠?(웃음)

가족의 일상을 바꾼 ‘루프탑하우스’

2년 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인 8억5500만원에 이 집을 매입했다. 나머지 자금으로는 리모델링을 하기로 과감하게 결정했다. 사실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대구 범어대성당, 서울 한남동 한남 더힐 실내 인테리어를 담당한 이재임디자인연구소 이재임 소장이 남편과 친구 사이. 전문적인 공사는 이 소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집 안 구석구석 가족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루프탑도 온가족이 정성들여 만든 공간이다.


산과 맞닿은 넓은 테라스는 나무데크와 인조잔디로 꾸몄다. 나무를 직접 고르고 스테인 처리도 가족이 함께 작업했다. 인조잔디는 남편이 직접 재단해 깔았다. 반려견이 생활하는 작은 테라스 바닥은 타일로 시공했다. 곳곳에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 빈백을 놓아 지금의 루프탑을 완성했다. 콘크리트 바닥의 평범한 옥상이 근사한 루프탑으로 변신했다. 


이 곳으로 이사온 뒤부터 가족의 일상은 달라졌다. 아이들은 집에 들어오면 좀처럼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은 테라스에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아침마다 운동을 한다. 정 대표는 창 밖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멍하니 창문 밖 풍경에 빠져든다. 요즘 같은 가을날에는 산과 하늘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루프탑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 맥주 한 캔 마시는 시간이 행복 그 자체다.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살면서 처음으로 느끼게 됐어요. 봄이 되면 온갖 꽃들이 쏟아질 듯 피어나고 여름엔 녹음이 빽빽하게 우거져요. 가을이 되면 짙은 초록이 앞을 다퉈 울긋불긋 물들어요.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겨울왕국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답죠. 루프탑을 볼 때마다 우리만큼 계절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가족이 또 있을까 싶어요.

정 대표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방치돼 있던 낡은 빌라를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말한다. 집값이 올랐나 떨어졌나 조바심 내지도 않는다. 내가 좋아서 살다보면 다른 이들도 좋아하는 곳이 되고, 자연스레 집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믿는다. ‘집은 또 하나의 나’라고 여길 뿐이다.

“집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모든 게 고스란히 담겨있는 공간 같아요. 그래서인지 집이랑 사는 사람이랑 닮았다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나를 닮은 집.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긴 집.

그런 집이야말로 진정 살고 싶은 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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