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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전셋집인게 아쉬울 정도..나무천장의 구옥을 멋지게 바꾼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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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동진쓰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안녕하세요. 지난번 옥탑방 집들이에 이어 두 번째로 인사드리네요. 저는 30살 디자이너 오동진입니다.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직 후 파우스트아틀리에, 본아시시 등 리빙 소품 브랜드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함께한 멤버들과 법인을 설립해 현재 미디어커머스 회사의 디자인 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엔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이었는데, 성인이 된 뒤로는 여러 가지를 조금씩 향유하는 것 같아요. 특히 자취를 하면서 ‘내 집, 내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식물 키우기과 셀프 인테리어, 위스키, 독서, 요리, 도예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친한 지인을 초대해 바비큐를 하면서 홈 파티를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현재 집은 구옥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 천장과 식물을 둘 수 있는 야외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계약을 결정했어요. 집 안 한 가운데에 계단이 있는 독특한 복층 구조도 마음에 들었고요. 공간 별로 하나하나 집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도면

저희 집은 2층과 3층으로 이뤄져 있어요. 2층에는 거실과 침실, 주방 그리고 옷방으로 쓰는 작은 방이 있고요. 내부의 계단을 올라가면 각각 작업실(고양이방)과 창고로 쓰고 있는 두 개의 옥탑방, 그리고 식물을 키우는 야외공간이 있습니다.

처음 집을 봤을 때 나무 천장과 계단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터라 이 두 가지 포인트를 잘 살린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나무 천장은 요즘 잘 볼 수 없기도 하고 왠지 할머니 집 같은 향수가 느껴져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저의 취향 반영도 중요하지만, 집이 기존에 가진 개성을 잘 살리는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동양적인 느낌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도 자개장이나 전통 소반이나 한옥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한국적인 요소를 담고 싶었습니다.

Before > After (슬라이더를 움직여보세요 👉)

집을 처음 본 당시의 모습이에요. 사실 집을 볼 때 가장 필요했던 건 옥상공간이나 넓은 테라스가 있는 매물이었습니다. 수리와 인테리어는 예전에 살던 집에서도 경험한 터라 이번에도 그렇게 하게 됐죠.


종종 왜 내 집도 아닌 곳에 돈과 시간을 쓰냐, 힘들지 않냐 물으시곤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은 번거롭고 힘들어요. 하지만 재밌습니다. 그리고 내 손으로 만든, 내 취향이 담긴 공간에 사는 게 일상과 태도, 마인드에 얼마나 큰 변화를 주는지 몸소 느끼기도 했고요. 게다가 공간 대여를 통해 금전적인 수익도 만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 살던 옥탑방 셀프 인테리어 덕분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어느 식당의 저예산 리모델링 외주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꼭 집을 지어서 살겠다는 저 멀리 있는 꿈에 가까워지기 위한 예행 연습이기도 합니다.

거실 - AFTER

현관이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거실은 만남의 공간이자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공간입니다. 어릴 때부터 TV는 보지 않았기에 TV와 소파가 있는 보편적인 거실 풍경이 저에겐 그리 당연한 게 아니었어요. 대신 지인들을 불러 식사와 술자리를 할 수 있는 탁자가 더 잘 맞았습니다. 라운드 테이블은 확장형으로 구매해서 공간이 너무 답답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현관문은 너무 지저분해서 합판으로 전체를 붙여 가렸습니다. 그리고 거실 한쪽 통창 아래엔 책꽂이 겸 방석을 놓아 벤치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나무의 색을 통일시키려고 신경 썼고,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나도록 노력했어요.

집의 주요 컨셉 중 하나는 '원'인데요. 모난 곳이 없고, 끝과 시작이 없어 무한한 느낌도 들고 완벽한 균형이 떠오르는 도형이라 원을 좋아합니다. 원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월 데코와 조명 형태에 신경 썼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구매한 자개장과 직접 흙으로 만든 부처 머리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주방
주방

저희 집은 주방 면적이 꽤 큰 편이에요. 요리를 좋아하고 자주하는 저로서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기존 싱크대 상태가 양호해서 전체를 욕실 페인트로 상판과 타일을 칠했고, 상하부 장의 문은 모두 시트지로 리폼했습니다. 하부 장의 경우 바닥 색인 회색으로, 상부 장은 벽과 같은 화이트로 했습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월넛 도마와 도마 거치대, 행주, 식과도, 중식도는 전부 한국의 장인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 중입니다.

싱크대에서 뒤를 돌면 바로 아일랜드가 있고, 그 앞엔 선반을 두어서 작은 소품들을 디피 했습니다. 그 옆으로는 서라운드 스피커의 우퍼, 그 아래로는 술을 좋아하는 저의 술들을 모아놓은 장이 있습니다.


싱크대에서 뒤를 돌면 바로 아일랜드가 있고, 그 앞엔 선반을 두어서 작은 소품들을 디피 했습니다. 그 옆으로는 서라운드 스피커의 우퍼, 그 아래로는 술을 좋아하는 저의 술들을 모아놓은 장이 있습니다.

침실

집안의 모든 행위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옥탑방 원룸에서 탈출했을 때 꼭 침실을 따로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큰 방에는 오직 침대만, 그것도 가운데에 놓기로 했습니다. 오직 수면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 생겨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침실은 동양적인 분위기와 힘(?)이 느껴지는 공간이 되길 원했어요. 중앙에 위치한 침대와 커다란 검은 원, 그 반대편 중앙의 검은색 자개장, 패브릭에 포인트 컬러를 적용해 공간이 자칫 너무 건조해지지 않게 했습니다.

거실과 마찬가지로 원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맡 대나무 발에 옻칠로 검은 원을 직접 그려 넣었습니다.

조명은 커튼 박스에 t5를 넣어 중앙 등을 아예 없애버리고, 부족한 조도는 간접 등을 활용했습니다. 침대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침대 그대로인데, 양옆과 침대 발밑으로 나무를 짜서 단을 만들고 주황과 딥 올리브 컬러를 매치했습니다.

침대 앞쪽으로는 왕골 카펫을 놓아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반대편에는 거실에 있는 것과 동일한 자개장을 두고 그동안 수집했던 소품들을 몰래 감추어 전시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위에는 파우스트아틀리에 시절 만들었던 하마 모조 머리뼈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침실 옆 작은 방은 옷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드레스룸 Before
After

한쪽 면을 옷장과 스타일러로 채우고 반대편엔 전신거울을 놓았어요. 옷장 위 공간은 간이창고처럼 사용 중인데 원단을 잘라서 가렸어요. 고양이 이비의 숨숨집이기도 해요.

화장실 - BEFORE
화장실 - AFTER

화장실은 집 크기에 비해 조금 작아요. 원래 세면대가 없었던 터라 세면대를 새로 설치하고 지저분한 배관은 나무로 가렸습니다. 또 세면대 물이 바닥으로 흐르기 때문에 화장실의 절반을 나무를 짜서 가렸습니다. 나무는 사우나에 사용되는 데크제로 지난 옥탑방에서도 5년 동안 아무 문제 없었던 물에 아주 강한 가공목재(탄화목)로 시공했어요. 바닥 타일은 덧방하고 벽과 천장은 욕실 전용 페인트를 발라주었습니다.

계단 - BEFORE
계단 AFTER

저희 집의 가장 큰 특징인 계단입니다. 기존 데코타일은 떼내고 합판을 잘라 계단 위 판으로 붙이고, 계단 쪽 벽은 딥 그린 벽지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높은 층고의 작은 공간엔 당근마켓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샹들리에를 놓았습니다. 계단 끝에는 파우스트아틀리에 시절 모델 촬영했던 액자를 걸었어요.

계단 쪽은 동양적인 침실이나 거실보다 서양적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요소가 함께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섞어 봤어요. 다른 느낌의 것들을 적절하게 섞었을 때 또 다른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집안의 굵직한 요소들은 컨셉 초안에서 결정하는 편인데요. 소품들은 여기저기 놓아 보면서 자리를 찾는 편입니다. 아, 그리고 뭔가가 비어있는 느낌이나 약간 이질감이 느껴지는 공간엔 대부분 식물들을 배치하면 해결되더라고요 :)

3층 옥탑 | 작업실

3층으로 올라와 왼쪽에 보이는 방은 작업실 겸 고양이 방으로 사용 중인 공간이에요. 저와 함께 사는 고양이 이비의 화장실과 밥그릇을 두고, 고양이 전용문을 설치해서 문을 닫아놔도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실 계단을 올라가면 있는 두 개의 옥탑방은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에요. 작업실은 단지 뭔가를 만들 때 (오리고 붙이고 자르는 등) 정도만 사용을 하고 있어요.

고양이 화장실 옆에 있는 액자는 에어큠 포스터예요. 배변 판이나 고양이 화장실에 두면, 특수지류인 포스터가 냄새를 빨아드리고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이 있습니다.

3층 옥탑 | 창고

나머지 방 하나는 창고로 쓰고 있는데요. 겨울에는 야외에 있는 식물들을 모두 들여놓고 생장 조명을 쏘아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야외공간 Before > After (슬라이더를 움직여보세요 👉)

크지도 작지도 않은 옥상공간입니다. 날이 좋은 주말에는 바비큐를 하고, 여름에는 태닝도 합니다. 최근에는 파라솔을 구매하고 화분 거치대를 만들어서 옥상이 좀 더 바글바글 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물론 길고양이도 올라올 수 없어 가장 아끼는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다만 반대편 건물 옥상에 어르신이 자주 올라오셔서 갈대 발로 울타리를 둘렀습니다. 탁상이 있는 곳에는 이케아 룬넨 데크를 108장 정도를 깔았고 방수 전등 선을 구매하여 눈보다 낮은 높이에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이 공간에는 식물이 정말 많아요. 예전 옥탑방에 살 때부터 식물을 제대로 키우게 됐는데, 이사할 때가 되니 가장 많은 짐이 식물이 되었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식물은 빛과 물, 통풍이 굉장히 중요한데 도시에 살면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는 공간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넓은 테라스가 있거나, 옥탑방이거나 단독 옥상 공간이 있어야 했죠.


그래서 집을 구할 때 식물을 기를 야외 공간이 있는 집을 원했는데 찾기가 힘들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공간이 갖춰지니 물 주고 가끔 분갈이해주는 거 외에 키우기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습니다.

저는 몬스테라와 여인초부터 알로카시아, 귀면각, 크루시아, 그리고 동양란, 푸푸레아, 소철, 콩고, 청죽, 바나나, 난쟁이바나나, 아비스, 무화과, 호프셀렘, 드라코, 티트리, 파피루스, 아스파라거스 등을 키우고 있어요. 여기에 차이브, 딜, 바질, 페퍼민트, 에플민트, 루꼴라, 고수, 파슬리 같은 허브류나 일년생 꽃을 매년 농사짓는 느낌으로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식물은 귀면각 선인장과 여인초, 몬스테라인데요. 어린 촉이었을 때 데려와 5 - 6년 정도 키우다 보니 둘 다 굉장히 많이 성장해서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드는 아이들입니다.

마무리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이란 집주인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공간이에요.


온전히 내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 때 안정감과 재충전의 시간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내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건 그 집에 녹아있는 수고로움과 정인 것 같습니다. 나의 일부(시간, 돈, 취향)를 무생물(집, 기물)인 무언가에 나눠준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물건도 나고, 저 물건도 나이며, 나를 둘러싼 집이 곧 내가 되는, 정체성의 공간적 확장인 셈이죠.


그리고 저는 여기에 활력 몇 방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나 스마트폰 게임, 웹툰, 넷플릭스 외에 집에서 꾸준히 할 일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하고 빼고 바꿔야 하는, 신경 써야 할 장치를 만드는 거죠. 결국 집과 나의 관계를 쌍방향으로 만들며 정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은 다시 나에게 안정감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고요.

정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6년에 옥탑으로 이사가면서 첫 셀프인테리어를 경험한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20년 이사로 두 번째 오늘의 집에서 다시 찾아뵙네요. 월세방에서 전세집으로, 저는 20대에서 30대가 되었네요. 4~6년 뒤 세 번째 집 소개로 다시 찾아 뵐때에는 매매집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코로나로 힘든 시기인데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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