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반대로! 단독주택 생활 청산하고 구축아파트로 온 이야기

조회수 2021. 3. 23. 1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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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bembe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안녕하세요, 인테리어에 진심인 스페인어 전공자이자 손 쓰기를 좋아하는 사부작러입니다. 결혼하면서 처음 인테리어에 눈뜨고, 현재까지 총 3번의 인테리어 + 1번의 집 짓기를 경험했습니다.


현재 집은 2002년 준공한 19년 차 구축 아파트로, 최초 입주 후 집주인이 한 번도 공사하지 않은 체 쭉 거주해 온 집이었습니다. 새시 상태, 수압, (세탁실을 제외한) 결로나 곰팡이 등의 문제는 전혀 없으면서 내부 건축 자재는 싹 뜯어내기에 전혀 미련 없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에 최적의 상태였지요.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약 50일에 걸쳐 공정별 개별 발주 형식으로 공사를 진행했고, 집의 원래 컨디션이 좋았던 것, 비확장 취향 및 예산의 제약 등의 이유로 새시 교체, 확장, 단열, 난방 배관 교체 및 설비 이설과 같은 큰 공정 없이 전체적인 마감만 교체했습니다.

[도면]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저희 집은 전형적인 3베이 정남향 판상형 구축 아파트입니다. 시골집을 제외하고 직전에 살던 아파트가 34평 확장형 신축 아파트였고, 첫 신혼집도 그 당시 기준으로는 준공 10년이 되지 않은 준 신축이었기 때문에, 찐 구축 아파트의 비합리적인(?) 공간 배치에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방은 너무너무 좁았고, 무엇보다 세탁실의 결로와 곰팡이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첫 신혼집을 제외하고는 결로와 곰팡이를 1도 겪어보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거든요.

개별 공사

공사는 철거 - 전기 - 목공 - 타일 - 필름 - 마루 - 도배 - 가구(싱크대, 붙박이장) - 조명 설치의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공사 전체를 업체에 맡기는 것은 턴키, 공정별로 자재까지 직접 구매하고 작업자만 섭외하여 시공을 맡기는 것은 직영, 공정별로 자재 구입 포함 공정 자체를 도급으로 위임하는 것을 개별 공사라고 합니다.)


 전체 공사 내용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개별 공사는 전반적으로 하자 없이 마무리되었는데, 제가 개별 공사에 발코니 도장 공정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사단이 되어 5개의 발코니를 이후 1년 반 동안 직접 시공을 하게 됩니다. 

0. 전실

노파심에 적자면, 저희 집 전실은 불법 확장된 공간이 아니라 아파트 최초 건설 당시부터 제공되는 합법적인 공간입니다. (아래 도면은 공사 당시 관리사무소에서 얻은 저희 집 건축 도면입니다.)

전실은 셀프 타일링과 페인팅으로 꾸민 공간으로 개별 공사 후 남겨둔 폐타일로 직접 시공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공사 직후 인스타그래머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찍어본 사진이고 현재는 아무것도 없이 깔끔하게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실은 북향 발코니기도 하고, 물과 전기도 없는데다 동선상 1차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활용도가 더 높기 때문입니다. 

직접 시공할 당시의 모습입니다. 전실 벽 하단에 남은 타일을 모두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였습니다. 벽면마다 나름 타일 구성을 다르게 했습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개별 공사 후 남은 폐타일이 정말 많았는데, 전실 공사 이전에 거실 발코니(아래 사진의 바닥)와 안방 파우더룸 바닥을 이미 폐타일로 시공하고 남은 것은 전실 공사를 통해 남김없이 소진할 수 있었습니다.

1. 현관

현관의 현재 모습입니다. 공사 당시에는 신발장이 넘 튼튼한 데다 수납력도 좋아서 그대로 살리고 문짝 필름 작업만 했는데, 사진의 오른쪽은 살면서 리폼하여 데일리 신발 수납으로 바꾸었습니다.

2. 거실 & 발코니

거실의 구조적인 변화는 없지만 전체 마감 교체 공정이 한눈에 다 보입니다. 기존 조명 등박스 철거(천장 평탄화), 새시 틀 필름, 무몰딩 도배, 마루, 조명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정이 집대성된 공간입니다. 

거실은 내부보다 발코니의 페인팅과 타일링 이야기가 더 긴 공간입니다. 발코니는 전체 개별 공사를 통해 집의 전체적인 톤 앤 매너가 바뀌기 전까지는 존재감조차 없던 공간인데요. 필름 이후 새시 틀과 기존의 발코니 벽 색깔의 대조가 두드러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아차 큰 실수를 해 버렸구나..현타가 왔습니다.


인테리어가 한두 번도 아닌 네 번째인데 왜 공사에 발코니를 집어넣을 생각을 아예 못한 걸까..한두 개도 아니고 5개인 데다 층고는 2,700mm에 거실 쪽은 또 광폭인데.. 싶었어요.


발코니 벽 도장을 빼먹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공사 후반기로 철거-전기-목공-타일-필름 공정을 거치며 심신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어요. 

이미 늦어서 기술자분을 알아보고 섭외할 여력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사 후 2년 동안 어떤 고생을 하게 될지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겁니다.ㅠ 어쨌든, 첫번째로 작업한 거실 발코니 중 안방 부분의 예전 모습입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이 공간은 이사 직후인 2019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발코니 안방 부분의 페인팅과 바닥 타일 작업, 발코니 거실 부분 페인팅, 화단 내부 페인팅 및 선반 스테인 작업, 창고 문짝 내부 필름 작업 등 총 4번에 걸쳐 직접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맨 처음 작업한 발코니 바닥 타일 작업 관련 포스팅은 네이버 메인에 올라서 조회 수 13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더 자세한 작업 일지는 제 블로그에 놀러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거실 발코니 중 거실 부분의 예전 모습입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건축가 유현준 님이 코로나 시대에 실내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팁으로 발코니 공간의 조명 배치를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아파트의 1실 1등 배광은 건설사의 비용과 시간 효율만을 생각한 후진적 조명 문화의 핵심이며, 천장 한가운데서 중앙 집중적으로 내려 쏘는 방식보다 아래에서 위로 쏴서 천장에서 부딪힌 다음 공간으로 퍼지는 조명이 공간을 훨씬 더 아늑하게 만들어준다고 추천했습니다.

조명의 위치에 따라 공간이 주는 느낌에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저는 스탠드를 겨울에는 실내에 두고 여름에는 발코니에 놔두려고 합니다.^^

3. 주방

할 말이 가장 많은 구역 중 하나입니다. 집안의 생활 공간 중 가장 밀도 있는 공간이자 화장실과 더불어 인테리어 공정이 가장 복잡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신축 아파트 평면은 점차 변화하는 주방의 위상(?)과 트렌드에 맞게 물리적으로 공간도 많이 할애하고 오픈하는 추세지만, 구축 아파트에서는 집안 전체 공간 대비 늘 좁거나 숨겨져 있었죠. 저희 집은 국민 평수이긴 하지만 주방을 숨길 정도로 공간이 넓은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아예 대면형으로 변경하기도 애매한 크기였습니다. 


참, 원목 상판은 시골집에서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써봤더니 좋아서 다시 선택했습니다. 


현재 저희 집 싱크대는 이케아와 사제의 조합입니다. 시골에서 아일랜드로 쓰던 이케아 하부 장을 개별 공사 당시 사제로 제작한 싱크대와 함께 연결 설치하였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 사제 업체에 이케아 하부 장의 치수를 최대한 자세히 전달하며 비규격으로 제작했습니다.

다음은, 싱크대 맞은편입니다. 예전 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현재의 모습입니다. 여기에 냉장고를 놓기 위해 인터폰 스위치를 전기 공정 때 거실 벽으로 옮겼습니다. 냉장고는 컨버터블 냉장고를 냉장실로, 김치냉장고 위 칸을 냉동실로, 아래 칸을 김치/야채/쌀 보관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옆은 작은 팬트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은 김치냉장고 구입 전후로 큰 변화를 겪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사 온 직후에는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2019년 11월 김치냉장고를 새로 구매하면서 전체적인 공간 구성을 현재의 모습으로 재구성하게 되었습니다. 모듈형 냉장고 세 대를 나란히 붙이는 게 예쁘긴 하지만, 실제로 냉장고를 사러 가서 보니 그 조차도 저한테는 공간 낭비, 돈 낭비인데다 무엇보다 구축 아파트의 좁은 공간에 허용되지도 않았습니다.


다음은 씽크볼 주변의 before와 after 입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씽크볼은 텃밭을 하기 때문에 넓고 깊고 옆면이 굴곡지지 않은 것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시골 집 지을 당시 백조 사각볼(Grand 860)은 이미 사용해봤는데 넓이보다는 깊이감에서 만족스럽지 않았고, 깊이가 되는 건(SQSR 780) 사각 모서리가 뾰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식기세척기 8년 사용자로 식기세척기도 포기할 수 없는데 설치 공간이 제한적이라 가로가 긴 싱크볼을 욕심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도요우라, 레지녹스 등 수입 싱크볼은 많이 비싸기도 했구요.

4. 세탁실 발코니

북쪽 세탁실 발코니의 심각한 결로와 곰팡이는 정남향 판상형 구축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아실 것 같습니다.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곰팡이 제거 후 셀프로 덤프록을 칠했었으나, 제가 잘못 칠한 탓이었는지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되지 않은 탓이었는지 이사 후 다시 스멀스멀 곰팡이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인슈텍스 셀프 시공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 이해한 건지 고무장갑끼고 슥슥 바르면 된다고 생각해서 1차로 발랐다가 완전 망했고요..ㅠ 남편이 흙손이를 사다가 그 위에 2차로 펴 발라서 마무리했습니다. 덕분에 두껍게 발리긴 했지만, 저 때가 4월 초인데도 밤에는 춥고 특히 저 세탁실은 습도도 너무 높아서 중고로 히터를 급조해서 말려야 했습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다만, 인슈텍스는 단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걸 발랐다고 발코니에 단열 효과가 나거나 따뜻해지는 게 절대 아닙니다.(곰팡이 방지가 아닌 단열을 원하시면 단열 공사를 하셔야 합니다.)또한, 결로와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 인슈텍스 시공이 제일 좋다고 추천하지도 않습니다. 결로와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공에는 이보드나 아이소핑크 붙이기, 단열 벽지 붙이기, 인슐레드나 덤프록 칠하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고 저는 제 판단에 의해 그 중 하나를 선택한 것 뿐입니다.

5. 안방

저는 재택근무자로 작업실이 반드시 있어야 했기 때문에 취향이 아닌 생업의 이유로 안방에 가벽을 세워 공간을 분할했습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가벽 뒤 작업실의 모습입니다. 확실히 살다 보면 물건이 늘어납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안방 붙박이장의 구성은 평이한데, 이번에는 청소기 장을 따로 짜 넣었습니다. 로봇 청소기가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청소기 장만 걸레받이가 없습니다. 이빨 빠진듯한 모습이 예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네요.

장 내부입니다. 청소기 장 상단의 바구니들에는 물걸레 청소기 걸레 및 각종 청소기 부품과 가전별 사용 설명서들이 모여 있습니다. 

6. 안방 화장실

이 중 청소 도구는 아래 사진처럼 보관하고 있습니다. 

7. 안방 파우더룸

8. 공용(거실) 화장실

주로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이고 전실을 향해 창문이 나 있습니다. 예전 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8. 아이방 & 발코니

개별 공사 당시 아이들 방은 솔직히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1년이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공사 당시에는 그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사 온 직후에는 침대만 겨우 사놓고 그럴 나이가 아닌데 뽀로로 밥상을 책상 삼아 지내다가(^^;) 점차 책상도 사고, 무지주 선반이다, 타공판이다, 책상과 침대에 간접 조명이다 이것저것 추가 설치를 하며 방의 모양을 서서히 잡아 나갔습니다.


그러다 작년 코로나 때문에 원격 수업을 위해 남편이 아이 한 명당 pc 본체 + 듀얼 모니터+ 웹캠+블루투스 스피커+각 방 인터넷(공유기)을 설치해 주면서 비로소 중학생 방 다워졌습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딸 방 Before > After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아들 방 Before > After

내부는 벤자민무어 스커프 엑스로 칠하고 바닥에는 이케아 룬넨 데크를 깔았습니다. 페인트는 기존 가구의 기본 색이 체리색이라 젯소 3회+ 페인팅 3회로 도장했지만, 따로 바니시 처리하지 않아도 내구성이 벤자민 일반 페인트에 비해서 더 견고한 느낌이 있습니다. 또한, 룬넨은 전지 가위로 자르면 잘 잘립니다. 

아이들 방 발코니 2개는 작년 4~5월 경 작업했습니다. 살면서 시선도 잘 안 가는 곳이고 셀프 시공하기에 난이도가 부담없는 장소라 주말 하루 날잡고 페인팅을 후딱 해치웠습니다.


예전 모습입니다. 이렇게 짙은 체리색에 둘러쌓여 있을 때에는 벽 탄성이 상대적으로 흰 색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4번의 인테리어 끝에, 만 2년에 걸친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이제서야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같은 느낌인 저는 "오늘의 집"을 통해 지난 3년간 저의 셀프 인테리어를 전체적으로 되돌아보고 "내일의 집"을 준비할 수 있는 밑바탕으로 삼으려 합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만의 기억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만들어가시기를 희망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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