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

안녕하세요,

결혼준비 할 때 아파트를 비롯해서 여기저기 집을 알아봤어요.

건축사와 상담해보니 각자의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듀플렉스 하우스라는 형태가 있다기에 집을 짓는 걸로 결정했어요. 다만 갑자기 결정된 거라 결혼식을 올리고 본의 아니게 8개월 정도 이산부부로 각자 집에서 따로 지냈네요. (ㅎㅎ)

설계부터 시작하면 완공까지 1년 정도 걸렸네요. 구조는 물론이고 창문 크기 및 위치, 마루바닥, 문고리, 하다못해 스위치까지. 하나하나 선택해야 해서 어려웠고, 고민하는 과정에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다 추억이 됐어요.

여전히 부족한게 많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함께 신중히 고민하며 결정한 것들이라 여러 곳에 애정이 묻어 있는 집이에요.

이 집은 정남향은 아니라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편은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 부부는 향 피우는 것을 좋아하고요. 그래서 채광과 환기가 굉장히 중요했고, 창문을 많이 내는 걸로 이 부분을 해결했어요.

이 집엔 기성품만큼이나 제작한 것들이 많은데 주로 여행지에서 본 것 중에 영감을 얻은 뒤 우리 방식대로 해석해서 탄생한 것들이죠. (남편이 패션을 전공해서 그런지 시각적인 부분에 굉장히 섬세해요. 그래서인지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서 둘이 같이 인테리어 서적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외국 주택 프로그램도 즐겨보고요!)

실제로 싱크대 식탁가구도 그렇게 제작된 것들이죠. 맞춤제작한 싱크대는 상판을 스테인리스로 골랐어요. 스테인리스 상판을 올리는 게 어렵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꼭 해야한다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어요.

(나중에 싱크대 시공해주신 곳에서 끝까지 우겨줘서 고맙다며, 그 덕에 자기들도 레벨업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스테인리스 상판은 요리할 때는 굉장히 편한데 정리하고 나면 물자국이나 이런게 남아서 관리하는데 주의가 필요해요.

한번씩 전용 관리액으로 열심히 닦아줘야 하는데 힘들긴 해도 하고 싶었던 거였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어요. :)

친구들이 오면 주로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이 곳에는 우리 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관계의 이야기가 쌓이는 곳이기도 해요.

식탁에서 정원을 바로 볼 수 있는 구조라 남편과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요.

주방에 냉장고, 싱크대 상판, 후드 등에 스테인리스 소재가 쓰여 약간 무거운 분위기가 중심을 잡아주는 곳이었다면 거실은 보다 릴렉스 할 수 있는 편안함이 더 강한 공간이에요. 

소파 옆에 둔 나무는 물론이고, 창밖으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나무를 볼수 있거든요. 초록색 식물들이 주는 힐링을 누리기 좋은 자리죠.

소파 자리를 옮긴 뒤 타이밍을 잘 맞추면 이렇게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선물 받을 수 있기도 해요. 

이전에도 나무가 주는 기본적인 아늑함과 따뜻함은 물론이고 시간이 갈수록 약간씩 변하는 색감,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집의 메인자재도 나무를 선택했나봐요.

집이 주는 아늑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걸 잘 구현하는데 나무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도 했고요.

이번엔 2층으로 올라가볼게요! 

2층으로 올라오면 바로 왼편에 욕실이 있어요. (저희집은 화장실과 욕실을 분리해서 쓰고 있답니다)

욕실엔 작은 베란다를 만들었더니 환기와 통풍도 잘 되는 편이에요.

베란다 창 밖으로 나무가 많아서 욕조에 앉아서 바깥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화장실은 1층과 2층에 하나씩 있어요. 남편의 제안으로 화장실은 건식으로 쓰고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편하고 관리도 쉬워요! 

그리고 2층엔 부부침실이 있어요.

처음엔 이렇게 아무것도 없다가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한 층 더 올라가면 나오는 3층엔 다락방 공간이 있어요.

다락방 이 창문은 처음엔 이것보다 사이즈가 작았는데 공사할 때 현장에 들러서 보니 여기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크게 내도 괜찮겠다 싶어 지금의 크기로 변경했어요. 

눈이나 비 오는 날 여기 올라와서 혼자 커피 한 잔 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주택은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에요. 저희 같은 경우엔 정원이 있어서 매일 물도 줘야 하고, 요즘처럼 더운 날엔 벌레도 많아요. 게다가 잔디가 많이 자라서 2주에 한 번 정도는 잔디도 직접 깎아줘야 해요.

* 많은 분들이 주택 살 때 벌레문제(?) 때문에 고민하시는 것 같던데 저희는 전문업체에 비용을 내고 맡기고 있어요.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는 벌레가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아요! 

8개월, 아니 1년에 걸쳐 완성한 집의 이야기를 한 편으로 쓴다는 게 쉽지 않네요. 워낙 근사한 집이 많아서 저희 눈엔 여전히 미흡해 보이는 이 집을 소개하기까지 많이 망설였지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를 냈어요!

제가 집을 짓고, 또 그 안에 살면서 느끼고 배운 건 노력하고 애정을 주는 만큼 집이 예뻐지는 게 보이고, 그 과정과 결과가 기쁨으로 찾아온다는 거였어요. 꼼꼼히 소개하지는 못 했지만 이 글을 읽으신 분들 모두 집을 가꾸는 기쁨과 마주하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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