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

저희 가족은 '미술을 전공한 저'와 '공대생 남편',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3살 아들이 구성원이에요. 

전공 서적과는 멀어져 전적으로 육아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엄마지만, 홈 스타일링이나 전시 관람, 아이를 재우고 몇 페이지 못 읽다 잠드는 여행기 등으로 소소한 일탈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게 '좋은 집'이란 늘 편안한 곳이 아닐까 해요.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한창 세상이 신기한 아이에게 안전하고 재미있는 곳. 지금 저희에게는 최대 관심사이자 가장 몰두해야 하는 '육아'를 위해 집은 안전하고 밝고 편안한 곳이었으면 해요.

비포 사진을 보여드리기 전에 먼저 저희 집 도면을 보고 가실게요.

저희 집은 9년 된 주상복합인데요.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체리색 할머니집'이라고 해야 할까요? ㅎㅎㅎ

손보지 않을 수가 없는 집이었죠. 특히 거실 중앙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냉장고 벽이 참 난감했어요.

사실 이 중문 컬러는 정말 많이 망설였던 결과물이에요. 

제 머릿속 이미지와 100프로 일치하지 않았지만 집을 방문하시는 손님들마다 예쁘다고 해주시니 요즘은 만족스러워요. 

현관은 최대한 화려하지 않게 깨끗한 타일로 연출했고, 깔끔한 신발장과 거울로 담백하게 갔어요.

신발장 하나는 낮게 짜서 그 위 공간에 저만의 색깔을 담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향수, 꽃 등으로요. 그런데 그것도 부지런해야 하더라고요. ㅎㅎ

채광이 참 좋아서 해가 잘 들 때 거실에서 음악 들으면서 차 한잔하고 있으면 이게 행복이구나 싶어요.

이 소파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색상도 색상이지만 너무 편안하기 때문이랍니다. 정말 정말 편해요. ㅎㅎ  

사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소파를 단순히 등받이로 쓰잖아요. 그렇게 만들기 싫어서 편안하고 컴팩트한 소파를 찾던 중에 컬러감까지 저희 인테리어 컨셉과 잘 맞는 제품으로 선택했어요. 만족 중입니다.

인테리어를 자주 바꿀 정도의 재력가는 아니라서 기본적으로는 최대한 질리지 않는, 오래 보아도 예쁜, 예쁘고도 살기 편한 그런 인테리어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집이잖아요.

그린 톤이 많아 쉽게 권태로워지진 않을까 걱정스럽긴 했지만 아직까진 포인트 색상으로 만족스러워하고 있어요.

베란다 쪽 공간은 제 카페예요. ㅎㅎ

커피뿐 아니라 여행하며 모은 각종 차들이 있고, 차와 어울리는 토스트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공간인데요. 

아직은 이곳에 둘 마땅한 테이블과 의자를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테이크 아웃만 되는 카페랍니다!

낮엔 카페, 밤엔 남편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 느낌으로 꾸밀 계획이에요.

이전 주방엔 냉장고 벽이 설치돼 있어서 너무 답답한 구조였어요. 거실과 주방이 너무 극명하게 구분되어 트인 느낌이 없이 마냥 좁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그 벽을 철거하고 자연스럽게 거실과 주방을 연결 지었답니다.

애초에 입주 때부터 다이닝 공간을 식사를 위한 용도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위한 곳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빠와 아들이 함께 만화를 보는 공간, 엄마랑 아들이 함께 그림 그리고 만들기를 하는 공간으로요.

저는 요즘 유행하는 마냥 하얗고 심플한 부엌은 자칫하면 기성품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피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흔히들 말하는 “감성 주방”을 꿈꿨는데, 그런 의미에서 싱크대와 아일랜드에 새겨진 몰딩은 저의 감성을 표현한 도구랄까요? 

반짝반짝한 민무늬 싱크대는 피하고 싶었어요. ㅎㅎㅎ

저에게 좋은 인테리어란 오래 보아도 멋진, 쉬이 낡지 않고, 세월의 멋이 묻어날수록 더 깊어지는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난함에 확실한 취향 한 스푼 정도를 넣는 것?

수납은 정말 걱정 없이 들어갈 정도로 많아요. 특히 아일랜드 인덕션 밑 아주 깊고 큰 서랍을 모두 조미료에게 내준 정도로!

정돈된 수납, 제자리를 잘 찾은 수납은 굉장한 편리함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집 주방의 비밀!

싱크대 위 수납장에는 아래가 뚫려있어서 설거지를 마친 지저분한 것들을 마구잡이로 넣을 수 있습니다. ㅎㅎㅎ 덮어놓으면 감쪽같죠! 

다음은 침실입니다.

세미 아치형 입구는 저희 부부가 키가 커서 나온 우연의 걸작(?)이에요. 제 키가 175, 남편은 180이 넘으니 그냥 아치로 하면 아무래도 불편할 수 있겠더라고요. 

안방으로 들어가면 파우더룸과 드레스룸, 화장실까지 있는 구조인데 침실을 문으로 막아버리면 프라이빗함은 있겠지만 남는 공간이 답답해 보일 거란 생각에 문 대신 아치형 입구를 냈어요.

공사해주신 실장님께서 특별히 조명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조명이 분위기를 많이 좌우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방 뿐만 아니라 집 전체에 간접조명을 최대로 넣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참 좋아요!

아이가 아직 많이 어려서 함께 자야 하는데 갑갑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어요.

침대를 이스턴 킹사이즈로 하고 그 옆에 원래 쓰던 퀸 사이즈 매트리스를 놓아 아이가 편안해 하고 아이에게 안전한 그런 공간으로 만들었답니다. 

파우더룸은 거울을 크게 하고 싶었어요.

역시 아치로 제작하면서 비는 공간이 생겼는데 그곳에도 향수나 작은 장식품을 놓을 수 있게 남편이 아이디어를 냈어요. 

이 공간에서는 컬러와 손잡이의 조화를 많이 고민했고 고민한 만큼 예쁜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심지어 화장실 하부장 손잡이는 남편과 함께 남대문시장 수입 상가를 뒤져서 겨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달았답니다. 이번 인테리어에 있어서는 이렇게 가끔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 고집을 부린 적이 많아요. ㅎㅎ

틀에 박히지 않은 재미난 공간!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공간!

너무 거창한가요? ㅎㅎ 

아이에게 숨을 수 있는 비밀 공간도 만들어주고, 실용성보다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매거진 랙도 있습니다. 저도 자료 조사하면서 보고, 직접 제작 부탁드려서 붙박이장을 개조해서 만들었어요. ㅎㅎ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 모두가 외출하고 고요해진 시간조차 좋아요. 

바람과 햇살 또는 비, 커피. 그리고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나오는 좋아하는 노래까지. 그 순간은 정말 더할 나위 없겠죠. 

지금까지 저희 세 식구네 집 이야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여러분들의 집에도 늘 안락함과 편안함이 있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