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한옥, 신혼집 되다! 35평 단독주택 인테리어

조회수 2020. 10. 29. 15: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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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sy_jjingbo 님의 집들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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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개

안녕하세요. 1930년대에 지어진 선유재(仙遊齋)에서 살고 있는 30대 부부입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고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10년째 제 옆에 있는 남편과 함께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소개하자니 쑥스럽지만, 부디 더 많은 젊은 부부들이 한옥마을로 이사 오길 바라며 선유재를 소개합니다.

우리의 신혼집은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아파트였습니다.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 아파트란 편리함 보다는 사방이 네모난 건물에 불과하였습니다. 중정이 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을 볼 수 있는 단독 주택으로 이사가자는 결심을 한 후 약 1년 동안 주말이면 서울 도심한옥을 열심히 구경 다녔습니다.



선유재를 처음 만난 날

출처: 오늘의집 온라인 집들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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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애 때부터 집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원하는 집이 분명했습니다. 남쪽과 서쪽으로 햇볕이 깊게 들고, 집의 3면이 노출되어 있으며, 집 앞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고, 인접한 집들도 대부분 한옥인 곳을 찾아다닌 지 1년째 되던 날 이 집을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오래된 목재가 주는 웅장하고 따뜻한 느낌, 남쪽으로 겹겹이 펼쳐진 기와의 능선과 서울타워, 서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진 인왕산을 보고 나니 이 집에서 살아갈 저와 남편의 모습이 눈앞에 그림처럼 그려졌습니다. 



도면 및 시공사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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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불어오던 3월. 손 맛 가득한 이 도면을 가지고 한옥과 양옥이 혼재된 우리집을, 까다로운 우리 요구에 맞게 재탄생 시켜줄 업체와 미팅을 했습니다.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이기에 한옥 대수선 경험이 있는 '선한공간연구소'의 엄현정 건축사님께 연락드렸습니다. 긴장되던 첫 미팅 날 우리 요구를 따뜻한 눈빛으로 들어주시며 두서없던 요구 사항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정리해 주셨고, 선유재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우리보다 더 집을 아끼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우리 부부의 끝없는 욕망을 마법처럼 실현 시켜주셨고 가끔은 단호하게 우리의 예산을 아껴주셔서(?) 리모델링 동안 더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리모델링을 세 번째 진행하는 우리 부부는 '선유재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3가지 원칙을 미리 정해두었고, 그 원칙 속에서 선택과 결정을 하였기에 완성도와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1. 지금의 집 분위기를 유지할 것 (오래된 창호, 목재, 기와를 살려 둘 것)

2. 한옥과 양옥, 전통과 현대 건축 트렌드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줄 것

3. 차경의 미를 살릴 것



선유재 리모델링 프로젝트 진행

엄현정소장님(선한공간연구소)과 진행하였던 선유재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심미적이며 실용적인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숨겨져 있던 아름다움을 찾으며, 우리 삶의 패턴과 동선에 맞추어 편리한 공간을 구축해 온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1. 철거

출처: 오늘의집 온라인 집들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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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을 계획하며 가장 많이 신경 쓴 공간은 사랑채(거실)로 사용할 양옥 건물이었습니다. 양옥 건물은 기존 거주자가 침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으나 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공간이라 사랑채로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벽면을 둘러싸고 있던 창들만 철거해도 그림 같은 풍경이 집안으로 쏟아져 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과감히 작은 창을 큰 통창으로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사랑채 천장 철거 진행 중 천장 속에 숨겨져 있던 서까래가 발견되어 현장에 있던 소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선유재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던 서까래를 노출시켜 달라 요청드렸고, 지금은 한옥과 양옥의 매개체이자 사랑채를 보다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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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중 고민이 많았던 공간은 바로 야외 화장실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세탁실 겸 동네 길고양이들의 화장실로 사용되던 곳이었습니다. 아주 좁은 공간이었지만 찬바람이 불어오면 노천탕에서 목욕을 즐기는 남편을 위하여 욕조가 있는 화장실로 꾸며주고 싶었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한옥이지만 야외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2. 공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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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재 프로젝트는 이사 일정으로 매우 촉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틀 간의 철거를 끝내고 3일째 되던 날 목공과 단열보강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기존 거주자가 사무실 겸 거주공간으로 활용하였지만, 과거 갤러리 등 상업공간으로 사용되어 단열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북악산과 인왕산에서 불어올 겨울바람에 대비하기 위하여 Glass wool(유리섬유소재의 단열재)을 벽면에 둘러 단열을 보강하였습니다.

한옥은 기존 시공해둔 원목마루를 유지하고 사랑채 및 외부 화장실의 벽과 바닥은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하였습니다. 수작업을 통해 생기는 손 맛(?), 그 무늬가 레트로한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우리 집에 꼭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을 하면 방수 처리가 되어 물청소가 가능하기에 유지관리가 편하고 원하는 색을 조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유재의 사랑채는 크림색으로 벽과 바닥의 무늬를 다르게 마감하였고, 외부 화장실은 짙은 회색으로 작업하였습니다.

소장님이 보내주시는 사진으로 공사 진행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에 퇴근 길마다 집에 들러 당일 진행된 공사 내용을 확인하였습니다. 사랑채 서까래 깎기(한옥의 대들보나 서까래의 표면을 그라인더나 샌딩기로 얇게 벗겨내는 작업)와 오일 작업이 완료된 날에는 어두운 밤 창가로 쏟아지는 달빛 아래에서 육송의 내음과 고재의 아름다움에 취해 남편과 행복한 삶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옥이라 조명 선택에 고민이 많았는데 소장님께서 등박스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양쪽 면을 따라 등박스를 제작하여 천장 방향으로 간접 조명을 설치하였습니다. 조명을 켜면 서까래의 패턴과 하얀 회미장이 대비되며 선유재가 더욱 예뻐 보이며 공간도 더 넓어 보였습니다. 집에 오시는 손님들마다 본인 집에도 등박스를 제작하여 조명을 설치하고 싶어 사진을 찍어가기도 합니다.

양옥 부분 공사에 비해 한옥 리모델링은 규모가 작은 작업이었지만, 오랫동안 전통 한옥 수선을 해오신 장인 분들이 진행해 주셨습니다. 삐걱거리던 오래된 창과 문도 충청도에서 오신 장인의 손을 거치자 마치 자동문처럼 부드럽게 여닫을 수 있게 되었고, 침실에 있는 한식 붙박이장도 장인이 한지 작업을 해주셨습니다. 선유재가 아름다운 것은 늘 현장에 머무르며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던 소장님 덕분이지만, 이렇게 작은 작업에도 정성을 다해 주셨던 오래된 장인 분들의 넓은 마음들이 집의 완성도를 높여준 것 같습니다. 



3. 선유재 입주

약 3주간의 밀도 높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었고 2020년 5월 5일 선유재로 우리 부부가 입주하였습니다. 선유재는 저와 남편이 직접 발품 팔아 고른 전통 가구, 빈티지 가구와 소품 등으로 홈스타일링 하였습니다.  

| 사랑채 |

출처: <흔들의자> 정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출처: <커피 메이커> 정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사랑채에서는 인왕산이 보여 마치 신선이 되어 하늘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특히 비가 그친 후 구름이 걷히는 모습이나 아주 맑은 날 창밖을 바라보면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생경한 느낌이 듭니다.

사랑채는 기둥을 중심으로 2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바깥쪽 공간에는 우리집에 맞춰 제작한 세컨드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합판 싱크대 상판은 스테인리스로 제작하였고 끝쪽은 라운딩 처리하여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히든 포인트는 합판 싱크대에 숨겨진 귀여운 싱크볼입니다.  

출처: <소파> 정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사랑채 안쪽은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입니다. 퇴근 후 소파에 발끝을 맞대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거나 노래를 듣고, 나주반에 음식을 차려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기둥과 벽이 사랑채 바깥쪽과 공간을 분리시켜주면서 조금 낮은 바닥과 노출된 서까래가 안락한 느낌을 줍니다. 한옥에 소파가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단차 덕분에 큰 소파가 부담 스러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주로 식탁보다는 소파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우리 부부 패턴에 맞춰 테이블을 '소반'으로 제작하면 어떨지 싶었습니다. '소반은 일상생활에서 편안하게 사용했던 전통가구이니 작품이 아니라 생활가구로 사용될 때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한상민 작가님(대림목공예)의 철학이 우리부부의 가치와 맞아 나주반 제작을 요청드렸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랑채에 잘 어울려 만족스러웠습니다.

소파 뒤쪽으로는 붙박이장을 제작하여 계절 옷과 이불을 등을 보관하고 있고, 지저분한 IT 기기와 청소기는 패브릭 천을 구입하여 가렸습니다.

| 대청마루 |

출처: 온라인 집들이 제품 정보 모아보기 (▲ 이미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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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닝룸 |

출처: <식탁> <의자> <조명> 정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우리집에서 가장 어두운 이곳은 다이닝룸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이닝 테이블은 유리로 된 상판에 한옥의 대들보를 닮은 우드 다리를 가지고 있어 선유재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한옥에 어울리는 가구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는데 그 긴 스토리가 궁금하시면 남편의 블로그에 놀러와 주세요.

언뜻 보이는 사이드보드는 제 생일에 남편에게 선물 받은 빈티지 가구입니다. 1960년 대 영국의 유명한 항공기 제조업체인 Elliotts of Newbury에 의해 만들어진 티크 원목 하이 보드입니다. 간결하면서 묵직한 디자인이 멋스러운 가구인데 무게가 어마어마해서 저 위치에 놓은 후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 침실 |

출처: <조명> 정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안방은 침대와 한식 붙박이장으로 간결하게 꾸몄습니다. 한식 붙박이장은 자주 입는 옷 보관을 위하여 리모델링 할 때 요청드려 제작하였습니다. 한지로 문을 도배하여 좁은 공간이지만 답답하지 않고 보다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구멍이 날까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집 침실에는 커튼이 없습니다. 이전 아파트에서는 암막 커튼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었는데, 선유재에는 밤이 되면 달빛 외에 우리를 방해하는 빛이 없어서 인지 커튼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한지의 빛 차단율이 좋아 아침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오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는 아침이 좋아 앞으로도 커튼 없이 생활하려고 합니다.

| 메인주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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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메인 주방의 서쪽은 오래된 한옥 창문들로 이루어져서 지는 해가 주방 끝까지 깊게 들어옵니다. 원목 싱크대와 오픈 선반으로 되어있어 주방이 한결 더 예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수납장이 전부라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등은 싱크대 맞은편에 수납해 두었습니다. 그릇에 욕심이 없어 주방 살림이 간결하지만 오픈 선반을 예쁘게 꾸미고 싶어 시간이 날때마다 몇 안되는 그릇을 옮기며 배치를 달리해보고 있습니다.

| 외부화장실 |

출처: 온라인 집들이 제품 정보 모아보기 (▲ 이미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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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사진에서 보여드렸던 외부 화장실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남편을 위한 외부 화장실은 가장 작은 공간이지만 고비용이 투자된 공간입니다. :-D 낡은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창밖의 기와와 대추나무를 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직 커튼도 설치하고 식물도 놓아야 하고... 지금도 꾸며가고 있는 공간입니다.

보시는 분들마다 화장실에 통유리창이 있어 걱정하시는데 지대가 높아 바깥에서 안쪽이 잘 보이지 않으며, 우리 부부가 주로 사용하는 욕실은 집 내부에 따로 있습니다. 



선유재 라이프

초여름 선유재로 이사 와 긴긴 장마와 2번의 태풍을 보내고 한옥 라이프가 가장 만족스러운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손님들이 오면 방석을 깔고 앉아 수다도 떨고, 햇볕이 좋은 날에는 빨래도 말립니다. 툇마루에 앉아 여름에는 냉면을, 가을밤에는 막걸리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제품 정보 모아보기 (▲ 이미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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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사랑채입니다. 주말 아침 브런치를 준비하여 바깥을 보며 먹기도 하고, 집안에 꽂아둔 꽃들에 물을 주기도 하는 공간입니다. 

출처: <화병> 정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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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노을이 그림처럼 펼쳐진 사랑채 사진으로 선유재 소개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북촌 한옥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 같습니다. 우리 같은 젊은 부부들이 한옥 마을에 더 많이 이사 와 아름다운 우리 한옥이 계속 유지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부부도 한옥 이사 전 한옥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을지, 한옥 자체의 매력이 강해 침대, 소파 등 가구를 어떻게 배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고민이 무색할 만큼 나무와 한지가 마음의 편안함을 주고, 또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우리 부부의 평범한 일상이 보다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긴 글이었지만 보시는 분들도 일상의 힘든 일은 잠시 잊고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이 되셨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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