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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한적한 전원주택 생활을 꿈꾸며, 20년된 목조주택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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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 iamel 님의 집들이입니다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이제는 다시 그 복잡한 서울, 특히 아파트에 가서 살 자신이 없어졌어요.

오늘의집 온라인 집들이 보러가기 (▲ 이미지 클릭)

안녕하세요. 사진과 커피와 요가를 좋아하고, 중학생 아들이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작년부터는 강아지 멍돌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저희 가족은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어요.


7년 전, 남편의 직장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서울을 떠나야 했습니다. 남편이 제안하길, 기왕 떠나는 거 도심의 아파트 말고 한적한 전원주택에서 한 번 살아보자고 하더군요. 저는 그런 데서는 살 수 없는 도시 여자라며 반대하다가, 좀 살다 보면 남편도 포기하고 유턴할 거란 생각에 일단 소원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눌러앉아 살고 있네요. 처음엔 언제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이방인처럼 살았는데, 이제는 다시 그 복잡한 서울, 특히 아파트에 가서 살 자신이 없어졌어요.

이 집은 저희가 살게 된 두 번째 전원주택이며 전세로 지내고 있어요. 교외의 전원주택의 경우, 가구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에 이사할 수 있고 가격도 맞으면서 내 맘에 쏙 드는 집이 딱 맞게 나오기란 쉽지 않아요. 당시에 날짜를 맞춰 이사할 수 있고 조건에 맞는 곳이 이 집 뿐이라 다른 선택지 없이 계약을 했습니다.

세 식구가 살기엔 지나치게 넓은 데다, 지은 지 20년쯤 된 목조주택이고, 그동안 한 번도 고친 적 없이 많이 낡은 상태여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맘에 드는 거라고는 오직 벽이 하얗고 깨끗한 편이라는 것과 사는 데에 지장 있을 정도로 고장 난 부분은 없다는 점 뿐. 블랙 앤 화이트를 좋아하고 네모 반듯한 모던 스타일을 좋아하던 저로서는 이 목가적인 주택이 정말 맘에 들지 않았어요. 이사하고도 한동안 한숨을 푹푹 쉬었습니다. 전세 만기일이 되기 전이라도 깨끗하고 반듯한 새집이 나오면 옮기리라 다짐했죠.

그러던 제가 이 집을 어떻게든 꾸며가다 보니 취향도 삶의 형태도 이 집과 비슷하게 바뀌어가기 시작했고, 집이 점점 좋아졌어요. 신기한 일이에요. 이미 전세계약을 한 번 연장했고, 아마도 또 연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셋집이다 보니 스타일링만으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있습니다. 최대한 이 집에 어울리게, 최대한 밝게 꾸미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이트 앤 우드 앤 그린 스타일이 되어가네요.

한숨이 푹푹 나오던 이사 전 이 집의 상태가 부동산 사이트에 아직 남아 있어서 가져와봤습니다. 비교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침실 / Before

좁지 않은 방이고, 창도 남쪽과 서쪽으로 크게 나 있어 햇빛도 충분히 들어오는데 어딘가 모르게 어둑어둑하고 답답했어요. 그래서 화이트 인테리어로 바꿔봤습니다.

침실 / After

<침대> <러그> 정보 보러가기 (▲이미지 클릭)

20년은 족히 되어 보이던 커튼과 봉을 떼어내고 가벼운 화이트 린넨 커튼을 달았습니다. 침구와 소품들도 모두 화이트로 통일했죠. 이 방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마루가 아니라 누런 장판이 깔려 있었는데요, 어느 곳도 고쳐주지 않으신 집주인께서 다행히 장판만큼은 바꿔주신다 하여 마루 무늬로 골랐습니다.

내추럴 우드 가구들은 모두 신혼가구들(리바트)이고, 오른쪽 붙박이장은 테두리가 아주 진한 체리색이었는데 화이트 시트지를 붙여서 깔끔하게 바꿨어요.

왼쪽 상단은 벽걸이 에어컨을 떼어낸 자리라 파이프가 보기 흉하게 튀어나와 있었어요. 저 부분을 좀 예쁘게 가려 보려고 머리를 쥐어짜다가 답은 식물뿐인 것 같아서, 일단 파이프를 흰 붕대로 칭칭 감아 눈에 덜 띄게 하고 그 위에 행잉 플랜트와 스트로 햇을 걸어 가려줬습니다. 식물이라곤 사본 적도 없고, 선물 받은 화분들도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였던 제가 처음으로 식물을 사서 키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의자> <서랍장> 제품 정보 보러가기 (▲이미지 클릭)

비포 첫 사진과 같은 구도로 찍어봤어요. 왼쪽 창은 마당 건너 집에서 우리 측 실내가 보일 수 있어서 롤 블라인드와 반투명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아끼는 라운지체어(세덱, 이탈스튜디오/이딸스튜디오 라운지체어)를 의자 삼아 작은 노트북을 사용하는 자리를 만들었는데, 양털 러그 깔아둔 게 맘에 드는지 멍돌이가 저보다 더 자주 애용하네요.

침대 머리맡이 서향이라 오후 햇살이 아늑해요.

거실 / Before

이번엔 거실입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모습들이에요.

거실은 우측으로 기다랗게 남향의 전면 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 창 앞 발코니까지 덮는 지붕이 길게 내려와 해가 잘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 또한 밝게 만들고 싶었어요.

거실 / After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던 티브이용 공간에는 이렇게 책장을 넣었어요. 책장을 정중앙에 맞추지 않고 옆으로 붙인 후 왼쪽 남는 공간에 벽난로용 장작을 쌓았습니다. 벽난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예뻐 보이라고 일부러 두었어요. ^^

책장과 이지체어 모두 결혼 초부터 있었던 제품이고, 책장은 사제품, 체어는 까사미아입니다. 의자가 거의 20년이 되어가니 천이 변색됐고, 단종된 제품이라 커버를 따로 구매할 수도 없어서 에코 퍼 러그를 덮어줬어요. 의자 사이의 테이블은 사실 이케아의 5천 원짜리 스툴(마리우스 Marius)에 4900원짜리 부레옥잠 테이블 매트(소아레 Soare)를 얹은 거예요. 저 사이에 둘 마땅한 테이블이 없어 집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 저렇게 임시로 쓰다가 제대로 된 테이블을 사려고 했던 건데, 입양 온 멍돌이가 저 스툴 다리에 다리 들고 쉬를 하게 되면서 멍돌이 화장실 겸용으로 그대로 쓰고 있답니다.

오른쪽 구석에는 이 집의 역사와 함께 한 삼성 에어컨이 있고 신기하게도 여전히 잘 작동되는데요, 보기에 많이 흉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땐 디시디아잎 그림이 프린트된 천을 덮어두고 앞에 몬스테라 화분과 이케아 방석(알세다 Alseda) 등을 놓아 가려줬어요. 그리고, 이케아의 커다란 아치 조명(레골리트 Regolit)으로 포인트를 주었지요.

소파에 앉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마당을 향해 전면 창이 있고 바로 앞에는 발코니 데크가 있어요. 최대한 밝게 보이기 위해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삼각대 형태의 스탠드로 티브이를 설치했고, 오디오 장비들도 별도의 장 없이 바닥에 낮게 두었어요. 오래된 커튼과 커튼 봉이 이 공간과는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보기 흉한 겉 커튼만 떼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티비스탠드는 사각 이젤형도 있었는데, 좌우회전이 자유로운 삼각으로 선택했습니다.

거실이 굉장히 길어서 이 전면 창의 우측에는 피아노도 뒀어요. 다음은, 가장 난감했던 주방을 보여드릴게요.

주방 / Before 1

주방만 보면 이 집이 70평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렇게 큰 집에 주방을 왜 이렇게 답답하게 만들었나 싶었죠. 메인 침실로 가는 길목에 놓여 부자연스러운 위치이기도 하고 싱크대와 붙박이장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전세임에도 불구하고 싱크대 공사를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주방 / After

일단 싱크대 상부장의 문이 제대로 작동되지도 않고 보기에도 답답해서 떼버렸어요. 마음 같아선 상부장 전체를 떼어버리고 싶었으나 이렇게 오픈 장으로 사용하니 훨씬 덜 답답해 보여서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낡은 롤 블라인드도 버리고 표백하지 않은 린넨 느낌의 바란스 커튼을 달았고요.

아주 깔끔한 부엌으로 변신할 수 없어 언제나 아쉽지만 이런 내추럴한 부엌 모습도 점점 마음에 듭니다. 설거지하고 요리하며 커다란 창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아요.

주방 / Before 2

주방 Before 1 사진을 보시면 냉장고가 우측 벽에 있었는데요, 저는 냉장고를 이쪽 공간에 두었어요.

주방 / After

이렇게 냉장고 위치를 바꿔주었더니 주방이 좁고 답답한 곳이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더라고요. 기다란 6~8인용 식탁(노로케르 Norraker)이 가로로 넉넉히 들어가고 식탁과 싱크대 사이에는 아일랜드 조리대(까사온)를 놓아도 충분했습니다.

싱크대를 등지고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식탁에 앉았을 때나 복도를 지날 때 싱크대 모습이 훤히 다 보이는 게 싫어서 아일랜드 조리대로 약간이나마 공간을 분리해 주었고, 그 뒤에 식탁이, 그 너머에는 마당을 바라보는 커다란 창이 있어요. 저 앞은 2층까지 뚫려있는 공간이라서 2층 발코니 창에서도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시원한 뷰입니다. 이 높이감을 살려주려고 원래 낮게 달려있던 커튼은 떼어버렸어요. 그리고 봉의 위치를 높여 린넨 커튼을 길게 늘어뜨렸어요.

식탁 위의 등은 이케아의 '크루스닝 krusning'입니다. 원래 식탁 자리가 저곳이 아니라서 식탁등 또한 저기에 없어요. 전셋집에 전기 공사를 할 수는 없으니 스위치가 달린 전선과 전등 소켓을 연결해서 콘센트에 꽂아 쓸 수 있게 직접 만들어 천장과 벽에 고정했습니다, 천장 보드가 약한 편이라 전등 갓이 무거울 경우 나사못이 못견딜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종이로 만들어진 전등 갓을 골랐어요. 원하는 모양으로 종이를 구겨 만드는 재미가 있고 가벼우면서 크기도 커서 커다란 식탁에 제격이었습니다.

아일랜드 조리대는 에스프레소 머신(엘로치오 자르)을 들이면서 저의 홈 카페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카페라테를 예쁘게 만들어 먹을 때 정말 행복해요.

2층 방 / Before

마지막으로 2층 방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집에 살면서 지난 연말까지는 2층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1층만으로도 공간이 충분해서 2층은 오로지 쓰지 않는 짐을 보관하고 빨래 너는 용도로만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겨울에 식물들에게 햇빛을 잘 쐬여주기 위해서 2층 방을 사용해보기로 했어요.

2층방 / After

물건들을 정리하고 안 쓰는 선반을 창가에 두고 화분을 하나하나 옮겨보았는데, 이 집에서 가장 해가 잘 드는 방이라 역시 식물들을 키우기에 최적의 공간이었어요

식물들을 키우기 위해 매일매일 이 방에 오다 보니 이렇게 햇빛이 잘 들고 널찍한 공간을 생활 공간으로는 쓰지 않는다는 게 아까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사랑하는 포인트. 

이 창문이 제가 이 집을 미워하다가 애정을 갖기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동기였습니다. 집이 약간 높은 지대에 있고 창이 서쪽으로 향해 트여 있어서 정말 아름다운 하늘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처음으로 이 창 가득 노을 진 풍경을 보고 놀랐던 순간의 감동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여기서 찍은 사진 수 천장들 중 몇 개 모아봤어요.

해질 녘 이 창가에 서서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는 순간만큼 머릿속이 텅 비워지고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요...

전원주택에 산다는 건 여러 불편함이 있습니다. 마당에 잔디 깎고 잡초도 뽑아야 하고, 정원 관리도 해야 하며, 손봐야 할 곳도 계속 생겨요. 이 집 역시 집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자꾸 생기는, 손이 많이 가는 집이고요. 생활 편의 시설은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있고, 벌레도 많고, 아! 겨울엔 춥고, 눈 오면 눈도 치워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좋아지는 이유가 뭘까요.

아름다운 하늘을 원 없이 보고 찍을 수 있고,

논 사잇길을 산책하다가 갈대를 잔뜩 꺾어와서는

집을 장식하기도 하고,꽃을 좋아하지 않던 여자가 꽃을 보며 행복해하고,

식물은 모조리 죽이던 여자가 반려식물들을 정성으로 키우게 되었어요

그리고, 복잡한 사회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 자연히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서 나를 돌보기 위해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하타요가를 꾸준히 수련하면서 평생을 괴롭혀온 섬유근통증후군이 아주 많이 호전되는 기적 아닌 기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사회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 자연히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서 나를 돌보기 위해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하타요가를 꾸준히 수련하면서 평생을 괴롭혀온 섬유근통증후군이 아주 많이 호전되는 기적 아닌 기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다 보니 다시 반려견을 키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나 봐요. 전에 키웠던 강아지가 8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다시는 반려견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저도 모르게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유기견 구조견 소식들을 종종 들여다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우리 멍돌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입양을 해도 될지 내가 다시 반려견을 키울 준비가 정말 되어있는 건지, 입양 공고를 보고도 두 달 정도 심각히 고민한 끝에 결정했어요. 입양하고도 한동안은 과연 잘 한 일일까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기우였어요. 작년에 가장 잘 한 일은 멍돌이를 입양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 멍돌이 없을 땐 대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예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고 있거든요. 멍돌이가 언제든 자유롭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요.

사랑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사랑을 많이 받는 아이의 얼굴은 빛이 나고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예뻐지는 것처럼, 식물똥손이었던 저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키워내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제 반려식물들이 늘어나고 모두 예쁘게 잘 자라고 있어요. 구조되거나 버려져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동물들은 대개 못나고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좋은 가정에 입양되어 사랑받으면 금세 백이면 백 다 예뻐지더군요. 저희 멍돌이처럼요.

집도 그런 것 같아요. 애정을 가지고 돌보면 남들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내 눈에는 예뻐지잖아요. 그런 집에 살면서 우리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그러면 또 더욱 애정을 가지고 가꾸게 되죠. 집과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인테리어에 많은 관심을 쏟는 이유겠지요?

긴 글과 사진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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