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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아빠의 앤틱, 딸의 맥시멀 취향이 합쳐진 54평 단독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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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 borummie 님의 집들이입니다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안녕하세요, 산 좋고 물 좋은 근교 시골에 사는 20대 맥시멀리스트입니다! :) 평생 도시에서만 살다가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으시다는 부모님과 함께 내려와서 매달 처음 맞는 계절을 반기며 1년을 채워가고 있답니다!

이 집은 저희 가족만을 위해서 맨땅에서부터 만든 집이에요. 아직 1년도 채 안 살았지만, 완성될 때까지 구석구석 손이 안 간 곳이 없어서 더 정이 가고 익숙한 기분이 들어요.

저희 집은 자타공인 구름 맛집, 하늘 맛집인데요. 사실 이 집에 완전히 정착하는 데 꽤 서글픈 사연이 있었어요!

바로 건축 허가가 난 동시에 도로 공사가 계획되면서 2020년 중순, 길을 내기 위해서 집을 헐어버릴 거라는(ㅇㅂㅇ...!) 구청의 공지였어요! 건축 허가가 난 후에도 집을 지으면서, 완공 후 허가가 나기까지 우여곡절이랑 심적 불안감이 굉장히 컸어요.

특히 집 짓는데 초반부터 애쓰신 아빠가 고생이 많으셨는데, 이후에도 구청에 끊임없는 설득 끝에 다행히 2020년도에 완공 예정이던 도로는 설계를 조금 바꿔서 저희 집은 피해 놓는 것으로 변경되었답니다!

1층 도면입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죠? 아빠의 취향이 담긴 거실부터 소개할게요! 간단히 소개드리자면, 저랑 아빠는 취향이 굉장히 확고하고 엄마랑 언니는 흘러가는 대로 두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저랑 아빠 취향은 또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고요!

월넛 색상, 빨간 고벽돌, 우드 블라인드, 약간의 앤틱스러운 무드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게 아빠의 스타일이라 거실은 제가 손을 댄 곳이 거의 없어요. 

하늘이 예쁘다고 테이블에 누워서 사진 찍으시는 저희 아부지입니다. 날씨가 좋을 때, 저희 가족은 거실에 있는 것보다 마당 데크에서 어슬렁거리는 시간을 더 좋아해요.

저희 집 구조는 현관문을 딱 열면 이런 수전이 나와요. 왼쪽 문은 화장실이고, 손은 밖에서 씻는 구조인데 집 지을 때 이 위치가 집의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되게 신경 써주셨어요. 거울도 예쁜 걸로 직접 골라서 달아주시고, 조명, 타일, 테라코타 같은 싱크볼까지 저희 가족이 직접 고르고 조합해서 딱 마음에 드는 분위기가 완성되었어요.

저희 가족은 이사 오면서 인테리어만큼이나 마당 가꾸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우드 블라인드 밖으로 보이는 큰 소나무는 이름이 바오로예요.


저랑 언니가 처음 이사 오면서 이 집에선 꼭 깊은 산속 시골 아이들 컨셉으로 유튜브 연재를 하자고 다짐했는데, 한겨울에 백합이랑 튤립 심는 영상 한 개만 만들고 현생에 치여서 포기하고 말았어요..! 언젠간 시골 생활이 얼마나 멋진지 꼭 부지런하게 기록해두려고요.

저는 공예 계열 전공을 해서 실 다루는 데 엄청난 재능이 있답니다. (제 방 소개로 넘어오면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어요) 그래서 집에만 있을 때는 종일 뭘 만들기만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내버리기도 해요. 날씨가 좋을 땐 마당에서 돗자리 펴고 드러누워서 뜨개질하다가 낮잠도 자면 현생이 다 뭔가- 싶어요.


저랑 언니가 잔망스럽게 심어본 하트모양 튤립이에요. 이 사진은 저희 엄마 카톡 프사가 되었어요. ㅎㅅㅎ

다음은 주방을 소개할게요! 사실 1층은 거의 다 아빠 스타일이에요. 역시나 여기도 군더더기 없는 정갈함에 우드 블라인드, 월넛 색 식탁이 아빠의 취향을 확실하게 보여줘요. 주방도 주방이지만, 앉아서 밖을 내다보면 산에 구름도 앉아있고 무지개도 뜨고 그래서 커다란 그림을 걸어놓고 식탁에 앉는 기분도 들어요.

빛이 잘 드는 곳을 주방으로 위치 선정해서, 요리하면 자연광으로 예쁜 온더테이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예쁜 컵 모으는 것도 재밌는데 저는 너무 잘 깨트려서... 덥석덥석 사지는 않고 있어요. 

저는 도일리, 코스터 등등 뜨개질과 마크라메로 만들 수 있는 건 웬만하면 다 만들어 버리는 멋지고 요상한 취미가 있어요! 테이블에 있는 작은 사각 접시와 컵은 동묘에서 사 온 빈티지인데 두 개 합쳐서 오천 원도 안 했답니다. 이런 데서 엄청난 뿌듯함을 느끼는 걸 보면 컬렉터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게 분명한 것이죠.

2층 도면이에요!

정성껏 어지른다고 소개해놓고 지금까지 하나도 안 어지러운 광경만 소개했네요! 자 이제 시작이에요. 맥시멀리스트의 방!

벽은 생일에 선물 받은 패브릭 포스터로 장식해두었고요. 그림자에 비친 동그란 건 제가 만든 마크라메 모빌이에요. 그 옆은 요즘 쑥쑥 자라주고 있어서 너무 기특한 제 바오밥나무 바름이입니다.

전 통일되고 깔끔하게 정돈하는 데는 영 소질이 없고, 그렇게 정돈되어 있으면 왠지 불안해져요. 그래서 굉장히 열심히 어지르는데요. 우선 침구류는 세트로 쓰는 것보단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한두 개씩 사 모아서 믹스매치하는 걸 좋아해요. 요즘엔 다양한 체크무늬를 매치하는 데 빠졌어요! 그리고 요새 러그나 월 행잉처럼 쓸 수 있는 블랭킷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보자마자 반해서 덥석 사버린 우주인 블랭킷 너무 귀여워 버리지 않나요??

체크와 체크와 체크의 조합! 색감도 비슷하진 않지만 적당히 어우러지는 톤이라 마음에 들어요. 요즘 압화 만드는데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처음으로 만든 압화 사진이에요.

침구뿐만 아니라 협탁으로 쓰고 있는 스툴 위 소품들도 모두 어디선가 한두 개씩 주워다 모았어요. 체크 원단은 동대문에서 발견해서 떼어왔는데, 깔끔하게 잘라서 두니까 은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더라고요.

요즘은 책도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득하게 읽는 걸 잘 못 해서 좋아하는 작은 책으로만 갖다 두고 맘에 드는 구절만 읽고 덮어요.


오른쪽 액자는 사실 전자시계에요! 앙리 마티스 포스터를 선물해준 친구가 마티스 시계도 발견했다고 또 선물해줬어요. 마음씨가 참 따듯한 친구예요 :-)


이 시계에 색연필로 쓴 글씨 같은 질감이 제 커튼이랑 딱 어울리더라고요. 색감도 거의 같아서 세트로 맞춘 것처럼 어울려요.


이 커튼은 광목에다가 섬유용 크레용으로 직접 패턴을 그리고, 스팀 처리해서 만들었어요. 시계 선물 받기 전에 만든 커튼인데 같은 크레용으로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색깔이 비슷하더라고요! 

왼쪽은 우리 집 무화과가 한창 무성했을 때예요. 제가 식물을 잘 못 키우는 건 알고 있긴 했는데 이렇게 못 키울줄 몰랐어요.. 한창 열매도 달렸던 무화과였는데, 어느 날 시름시름 하더니 잎이 반은 떨어져 버렸어요. 그래도 요즘에 새잎이 조금씩 나와줘서 아주 조금 안심하는 중이에요.

제 맥시멀이 한창 폭발했을 때의 책상이에요. 지금은 말린 유칼립투스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서 치우고 많이 휑해졌어요. 바로 새로 채울 기회가 지금 열렸다는 것이죠. 제가 사는 곳 벽은 절대로 남아나지 않아요.

제 방은 북동향이라서 아침에만 잠깐 해가 들어오는 위치예요. 대신 해가 뜰 때 예쁜 해돋이가 보여요! 맨날 아파트랑 빌라에만 살아서 이렇게 해가 움직이는 걸 평생 못 보고 살았는데, 이 집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과정이 모두 보여서 매일 신기해하고 있어요.

3층 도면이에요!

다음은 제 작업실이 있는 다락으로 넘어가 볼게요. 


계단 올라오는 방향에서 보면 요렇게! 딱 햇빛이 들어오면 구름이랑 달이 하얗게 보인답니다. 저 창문 왼편이 제 다락방이에요.

다락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꽉꽉 채워놨어요. 제가 좋아하는 캔들이랑 여행, 전시 다니면서 모은 오브제들이랑 물론 제가 만든 마크라메들, 마당에서 주운 솔방울도요!

다락에서는 이것저것 사부작거리면서 만드는 곳이라 잡동사니가 굉장히 많아요! 저는 이런 걸 안 보이게 정리하는 능력은 없는 사람이라, 그냥 정성껏 어질러두고 정성껏 어지르는 것으로 정리가 안 되는 부분은 시장에서 떼어온 원단으로 가려요.

자랑 한 개만 추가할게요! 저 검은 곰돌이 위에 앉아있는 누룽지 색 곰 인형은 제가 중학교 때 ca 활동에서 만든 거예요. ㅎㅅㅎ

다락에는 또 제 어릴 적 앨범이랑 학교 다닐 때 만든 포트폴리오들, 엄청난 양과 종류의 실과 천이 있어요.

이 멋진 재봉틀은 할머니가 주신 선물이에요. 저는 14살 때부터 재봉틀을 돌렸는데, 그때부터 제 인생의 절반을 함께 해온 재봉틀이 글쎄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고장이 나버렸어요...

새해에 할머니 뵈러 가서 몇 번을 고쳐도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려서 다락에서 혼자 엄청 서러워했던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할머니가 아주 오래되고 멋지고 심지어 고장도 잘 나지 않는 이 재봉틀을 선물해주셨어요!

저는 재봉틀에 이름을 붙여주는 취미가 있는데 이 재봉틀은 재니예요.

다락이라 창이 크지는 않아서,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이 참 귀해요!

딱 아침에만 저만큼 해가 들어서, 때를 안 놓쳐야만 찍을 수 있는 햇빛 사진이에요.

다락방 책상은 아빠 친구분이 만들어주셨는데, 이번에 장만한 빈티지 캘린더랑 소재가 잘 어울리더라구요!

이 집은 계절을 아주 온전히 담고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예요. 이 사진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1월의 거실이에요. 데크에 눈은 그림처럼 쌓이고, 눈을 밟는 사람도 차도 없어서 정말 동화 속 그림 같았어요.

아직 푹 익은 가을은 여기서 보내본 적 없어서 단풍이 얼마나 예쁜지 소개해드리지 못해 조금 아쉬워요! 나중에 가을이 만연하면 인스타그램으로 구경 오세요 :) 제가 꼭 그림 같은 가을 산속 저희 집 소개해둘게요!

지금까지 아주 복작복작한 제 공간 함께 둘러봐 주셔서 감사해요! 취향은 시간 지나면서 바뀌고 공간은 취향에 따라 바뀔 거라 앞으로 이 집에 쭉 살더라도 계속 다른 모습으로 꾸며둘 것 같아요. 앞으로 쭉 살아가면서 이 집이 지금의 취향과 얼마나 달라질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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