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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주방은 1층, 거실은 1,5층? 창의력이 솟아나는 58평 단독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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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 kiyoonjae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두 어른이와 한 어린이의 햇살 맛집, 기윤재입니다.

안녕하세요. 두 어른이와 한 어린이의 햇살 맛집, 기윤재의 집들이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남편은 무술 연기자와 영상 편집자로, 저는 프로덕트 매니저이면서 티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어요. 3살배기 아들은 고맙게도 열심히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다크그레이 벽돌과 화이트가 대비를 이루는 쿨시크한 사진 속 지금의 기윤재와는 다르게,

남편과 살고 있던 이전의 집은 겉은 그럴싸해 보였지만, 옛날 집이 그렇듯 단열이 좋지 않아 겨울에 너무 추웠어요.

아이가 태어나자 집에 대한 고민을 더이상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춥기도 하고, 아이 방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였어요. 그날부터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요.

남편은 아파트처럼 편리한 곳을 선호했고, 저는 지금껏 살아온 대로 주택을 주장했어요. 착한 남편은 못 이기는 척 제 손을 들어주었는데 설계를 시작하면서 집안 곳곳에 필요한 공간들, 크고 작은 생활의 편리함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내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고심했어요. 시공하는 동안에도 하루도 빼지 않고 현장에 나가 있었답니다.

구옥을 철거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네요. 추운 집이여 안녕.

8개월 동안의 설계, 5개월간의 시공 기간 동안 참 많은 날을 지새웠습니다. 건축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읽어두었던 건축 관련 책들은 막상 일이 닥치니 정말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남편이나 저나, 건축이나 공간에 대한 표현이 서툴러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다가 스스로에게 답답해서 욱하고 올라오는 때도 있었습니다. 매일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기윤재'가 탄생하게 되었죠. 아니, 한 번에 짠하고 탄생한 것이 아니라 아주 서서히 구체화되었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지금도 우리가 꿈꾸던 집으로, '기윤재'다워지는 것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집 이름인 '기윤재'에서 저희 집의 건축 컨셉이 드러나는데요. 기이할 '奇(기)'자에 윤택할 '潤(윤)'자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집'이라는 뜻을 품고 있어요. 저희 남편과 아이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이름처럼 저희 집은 구조가 재미있어요. 기본적으로 스킵플로어로 되어 있으면서 곳곳에 재미있는 장치가 있고, 동선이 순환되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설계부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넣었고 전부터 쓰던 가구 외에는 모두 붙박이장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가구를 따로 구매한 것은 1인용 소파와 식탁 의자 정도입니다.

장식만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을 두는 것은 최소화하는 편이라, 어떻게 보면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집입니다. 대신 시시때때로 달리 들어오는 햇살이 부족한 집안 곳곳을 채워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 이제 기윤재에 들어오셨으니 하나하나 꼼꼼히 보여드릴게요.


이곳은 다이닝 공간입니다. 현관 중문을 지나 제일 먼저 보이는 공간이지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매일의 식사와 차 한 잔, 독서, 컴퓨터 작업 그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홈카페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사랑하는 주방입니다. 컬러는 벤자민무어에서 선택해서 인테리어 시공 업체에 우레탄 도장으로 의뢰했고요. 시공 맡아주신 업체에서 컬러를 정말 잘 맞춰주셨어요.

상부장을 최소화하고 오크 원목으로 선반을 짰습니다. 냉장고가 노출되는 게 싫어서 보조 주방 격인 다용도실에 배치했어요.

형태는 ㄷ자형이에요. 브릿지 부분은 평상과 맞닿아있어 아이가 평상 쪽에 서서 저와 함께 요리하거나 제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요. 아직 3살이라 어리지만, 정수기로 밥솥에 물을 받아준다든지 재료들을 섞어달라고 부탁하면 곧잘 들어준답니다.

식탁 테이블 옆에 소방봉이 설치되어 있어요. 남편이 기동력 있게 위아래로 다녀야 할 때 사용합니다. 주로 아이와 제가 1층에서 급히 찾을 때 사용하는데, 운동 삼아 2층으로 올라갈 때도 써요. 아직까진 남편 외에는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네요.

다이닝은 void로 되어있어 2층까지 뚫려있기 때문에 2층의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대로 1층까지 전달됩니다. 식탁에 앉아 이런 빛의 변화를 보는 일은 정말 즐겁습니다.

다이닝 옆에 있는 게스트룸입니다. 평소에는 오픈되어 있어 남편이 맥으로 일을 하는 작업실이기도 하고, 편히 앉거나 누워 영상을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공간입니다.

왼쪽에 우드 3단 폴딩도어를 닫으면 방으로 변신해서 손님이 묵고 가실 수 있어요. 가끔 부모님이 오시면 쉬어가실 공간으로 준비했어요. 침대를 두기는 부담스러워서 평상으로 대신 채워 넣었죠.

이렇게 바로 테이블 옆쪽으로 게스트룸이에요 :)

게스트룸에 누워 쏟아지는 햇살을 느끼며 라디오를 들을 때면.. 부러울 것이 하나 없지요.

1층 손님용 화장실입니다. 건식으로 사용할 거라, 수납장은 원목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비용 때문에 우드 느낌이 나는 E0급 자재를 사용해 만들었어요.

(미끄럼틀은 조금 가팔라서.. 발가락에 힘을 빡 주고 내려와야 해요.)

저희는 TV를 놓지 않은 대신 스크린을 설치했어요. 손님들이 오시면 소파는 물론 계단 어디에서도 영상을 함께 볼 수 있어요. 계단이 객석이 되고 평상은 작은 무대가 될 수도 있고요.

아이가 크면 언젠가 저와 남편 모두 악기를 하나씩 배워 친척들, 친구들을 이 자리에 초대해 합주 공연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 자리에 앉아 맞은편의 스크린을 보는데요. 아이가 뒹굴뒹굴하기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이렇게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부터 우리 가족만의 무비 나잇을 즐길 수 있어요 :) 라이온킹 마니아인 저희 부부는 이제 아들과 라이온킹을 함께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중층의 거실 옆으로 저희 부부의 드레스룸, 욕실, 침실이 자리하고 있어요. 드레스룸과 욕실의 비중이 커서 침실을 옥탑에 배치했습니다. 사진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침실이 나오는데 정말 침대 하나 딱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에요.


패션을 전공하고, 의류 회사에서 일했던 저는 옷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었어요. 이 집으로 오면서 옷을 트럭으로 처분하며 맥시멀리스트의 삶도 정리했습니다. 오랜 기간 차(tea)를 사랑하다 보니 감정에 휘둘리며 하던 소비습관이 차차 사라지더라고요. 이제는 이 방에 쏙 들어갈 만큼만 남았네요. 계단 밑까지 알차게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드레스룸 한쪽 벽은 안방 욕실처럼 베이비핑크로 칠해주었어요. 제가 평소에는 여자여자할 일이 많지 않은데, 여기만 들어오면 소녀 감성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제가 인테리어를 할 때 주방과 함께 제일 신경을 썼던 곳이 안방 욕실인데요. 살짝 톤 다운된 베이비 핑크 너무 사랑스럽죠? 이 컬러도 벤자민 무어에서 골랐어요. (사랑합니다. 벤자민 무어!)



수납장 문에 2cm마다 홈을 내어 라인을 넣어주었더니 훨씬 완성도 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모든 수전, 수건걸이 등의 액세서리는 미국, 유럽 아마존에서 직구로 구매하였습니다. 세면대 쪽은 건식이고 맞은편은 샤워 수전, 욕조를 설치해서 습식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모든 위생 도기는 아메리칸 스탠다드로 넣었어요.

설계할 때 이 큼직한 욕조를 넣기 위해 침실을 포기했죠. 아이에게도, 저희 부부에게도 힐링이 되는 소중한 공간이에요. 

스킵플로어 형태라 중층인 거실에서 반 층 올라가면 2층이 나오는데요.



*스킵플로어 : 한층에서 바닥의 일부를 높게 (주로 반층차 높이로) 설계하는 방식

저는 차(tea) 덕후인데, 아들은 차(car) 덕후네요. 2층의 작은 거실은 장난감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있어요. 

거실 맞은편으로 약간의 레벨 차를 두고 수영장에서나 볼 법한 사다리를 오르면 책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책장 옆에는 남편이 해군 매듭으로 직접 그물침대를 설치했어요.  

평소에는 저와 남편이 아이가 잠든 후에 책장에서 책을 골라 이곳에 누워 독서를 하곤 해요. 특히 여름에 여기서 자면 등에 바람이 잘 통해서 어찌나 시원한지 몰라요. 살짝 무서워서 더 서늘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물침대에 누워서 이 창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곤 합니다. 여름에는 신록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이 오면 눈 덮인 설경을 보여주겠네요.

이게 뭐지, 하시고 계신가요? 저희 남편이 낸 아이디어 중에 핵 오브 핵심으로, 남편의 동굴방입니다. 책장 옆 공용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닛처럼 들어 올리면, 은밀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입구가 오직 여기뿐이에요.

구글에 올라있던 미국의 어느 집 사진을 시작으로, 이 계단 문을 만들기 위해 소장님, 목공팀, 저희 신랑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닫아두면 정말 감쪽같은 이 방은 게임 등의 취미생활을 위한 남편만의 공간이에요.

말도 마세요. 남편이 결혼 전에 산 거라고 팔지도 못하게 하는 전자제품이 한가득 차 있답니다..


아이가 앞으로 쭉 사용할 2층 욕실입니다. 남자아이라 욕조는 넣지 않고 샤워하기 편하게 구성했어요. 군더더기 없는 화이트를 주 컬러로 바닥에만 주문 제작으로 육각 타일에 민트블루 패턴을 넣어 포인트를 주었어요. 

2층은 1층에서 뚫려 있는 void 공간 때문에 작은 복도가 있고 2층 욕실을 거쳐 그 끝에 마주 보는 두 개의 방이 있어요. 

하나는 아직 어린아이와 함께 자는 침실이고, 사진의 방은 장난감들을 정리해두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언젠가(?) 태어날 둘째 아이를 위한 방으로 준비해두었습니다.

이 방은 옆방보다 사이즈가 작아서 복층으로 설계하여, 나중에 침대를 위층에 두고 사용할 수 있게끔 했어요. 계단을 설치할 거리가 무척 짧아서 평범한 계단 형태로 만들면 너무 가팔라져서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한 발 한 발씩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아이디어로 냈고 덕분에 유니크한 수납장 겸 계단이 되었네요. 내부 목공팀이 모두 자작나무로 만들어주셨어요.

'기윤재'의 아름다운 조형적 구조와 양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아이 방1과 2가 연결된 다락에서 내려다본 모습이에요. 선과 선이, 면과 면이 만나는 것을 평면이 아닌, 이렇게 3D 입체를 통해 보니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가끔 이 자리에서 멍하니 집을 내려다봅니다. 아름다운 기윤재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는지 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기윤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공용 다락입니다. 지금은 차와 명상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별채에 다실이 따로 있지만 아직 아이가 어려서 밤에 자주 깨는지라 밤에는 건너가 있기가 어려워서요.

이곳은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시선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 집중하기에 최적이고 천정은 매우 낮아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몸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매우 겸손해지는 공간입니다.

기윤재에는 별채가 있습니다. 3평 조금 넘는 다실(tea room)인데요. 남편에게 동굴방이 있다면, 이곳은 제 덕후력을 발산하는 아지트입니다. 티 마스터로서 티 클래스와 관련 연구를 하는 사무실이기도 합니다.

별채이기 때문에 생활의 냄새로 영향받지 않고 차를 보관할 수 있고 일할 때도 집중할 수 있어요. 날씨가 좋을 때는 폴딩도어를 열어두고,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차를 한잔합니다. 손님들도 좋아하시는 공간이에요.

기윤재의 정원은 본채와 별채의 브릿지를 중심으로 앞쪽과 뒤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뒤쪽은 별채가 가려주어 좀 더 아늑한 느낌이 들고요. 여름에는 간이수영장를 설치해서 놀기도 하지만, 요즘은 아이와 아빠가 공놀이하는 운동장으로 제일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지인들이 기윤재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은 ‘아이한테 참 좋겠다!’입니다. 소방봉이나 그물침대, 미끄럼틀 등등 모두 아이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사실 저희는 설계할 때 아이도 아이지만, 저희 부부가 원하는 것에 더 신경 썼어요. 위에 나열한 것들 모두 어른인 저희가 먼저 즐기기 위해 만든 것이에요. 아직 어린아이에게는 나중에 커서 본인의 취향이 생겼을 때 변형이 가능하게끔 아이 방 2개가 다락을 공유하고, 공용 다락과도 연결되게끔 해서 순환되는 동선을 짜주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집에도 부부가 각자의 자기다움을 간직할 독립된 영역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따라 제 다실, 남편의 동굴방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윤재는 따로 또 같이 라는 말처럼 함께일 때는 가족으로서의 행복을, 각자의 공간 내에서는 개인으로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 공간의 소중함을 아는 것 같아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른 이의 공간까지 관심 가져주시고, 집들이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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