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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에 지어진 집 고치기, 15평 한옥라이프

조회수 2019. 12. 2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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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으로 소형 한옥이라 특유의 아기자기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세련됨이 공존하는 곳이길 원했어요"

안녕하세요, 서울에 드디어 작지만 제 집을 가지게 된 30대 로봇(별명)입니다.

직업은 영상과 사진을 만드는 것이고요. '스스로 마초다'라고 생각했는데 집을 짓다 보니 저도 모르게 아기자기한 것, 작고 귀여운 것들을 상당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의집'도 알게 되었고 여러분들의 집들이 글에 감탄하고 도움받았던 기억이 나서 짬을 내어 봅니다.
첫인상
제가 지은 집은 한옥이에요.

첫 한옥의 경험은 같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대학원 형 동생과 함께 썼던 성북동 작업실이었습니다. 작업실로 쓰면서 잠도 잘 수 있는 공간을 찾다 보니 가난한 예술가들 답게 구할 수 있는 곳은 다 쓰러져가는 한옥이었어요. 그곳에서 동고동락을 몇 년 하면서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한옥에 미운 정이 들었고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한옥은 다 이럴 수밖에 없는 거야?

3년 뒤인 2018년에 발견한 제 집의 첫인상입니다.
1936년에 지어진 이 집의 대문을 1970년대쯤 고쳤다고 하더라도 50년은 되었을 겁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니 그때는 무슨 용기로 이 집을 고치겠다고 결심했는지 싶어요. 그래서 먼저 집을 전체적으로 다시 짓는 과정을 간략히 보여드리려고 해요.
공사 시작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기둥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이건 내부만 고쳐서는 될 일이 아니었죠.

누운 집을 전체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한편 골조를 다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래도 1920-30년대에 조성된 북촌 한옥마을의 서민 주거형 한옥 치고는 흔치 않은 건축양식과 양호한 목재의 상태를 보고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낡은 한옥에서의 불편함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집의 중심이 되는 골조와 주거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단열 및 설비시설을 완전히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살릴 수 있는 기둥을 제외하고 전면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접니다. 갑툭튀 공사하던 제 사진입니다.

사실 집 소개글에 좋은 의견도 있지만 '돈이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잖아요. 21평짜리 작은 땅에 작은 집이지만 이 집도 저에겐 아주 큰 부담이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인테리어를 업체에 맡기지 못하고 직접 했어요. 몸은 고되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하겠나 싶은 생각과 자금의 압박이 절 움직였습니다.
여차저차 5개월 동안 결국 새로운 한옥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사진은 거의 마무리가 되고 내부 공사를 시작하기 전 사진이에요.
거실+부엌+식당 공간(원룸 아님)
출처: 오늘의집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내부 공간 구성은 집을 설계할 때부터 확고하게 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계더라고요. 혼자 살지만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는 곳이길 원했어요.

그래서 과감히 방과 방을 나누는 내부 창호를 없애고 12인용 원목 테이블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거실과 주방도 구분 짓지 않았고요. 아직 친구들을 그렇게 많이 초대해보진 못했지만 보조의자까지 동원하면 최대한 16인까지는 앉을 수 있어요.
출처: 오늘의집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야간에 빔 프로젝터를 켜면 제 공간의 모습은 이렇게 변합니다.
이제야 설계도면을 보여드리네요. 세탁기 위치는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같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거실+부엌+식당' 이 도면에 표현되어 있죠.
출처: <조명><벤치>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주방 앞 아일랜드 식탁에서 거실을 바라 본 사진입니다. 테이블 양쪽으로 보이는 의자들은 한쪽은 1인용 독립식, 반대편은 벤치 스타일로 고르고 골라 연출해봤습니다. 남자의 느낌대로 고른 믹스&매치, 어떤가요? ^^;

모양도 제각각 색깔도 전부 다른, 제 마음대로 고른 의자에요. 좌식 공간이 아닌 입식으로 연출한 것도 한옥이란 고정관념에 도전(?)해본 작은 시도들이에요.
출처: 오늘의집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한옥을 지으면서 인테리어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한옥이 주는 편안함과 정겨움은 좋지만 반대로 나이 듦과 진부함 등 부정적인 단어도 공존했거든요. 게다가 이 집은 15평으로 소형 한옥이라 특유의 아기자기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세련됨이 공존하는 곳이길 원했어요.

그래서 바닥은 한식 마루를 깔지 않았고 마이크로 토핑이라는 가정집에는 흔치 않은 방식으로 시공했어요. 나무나무한 공간에서 바닥은 좀 차가운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저는 집짓기 인테리어 모든 과정에 만족하지만 유독 바닥만큼은 아직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은 그만큼 검증이 덜 됐다는 의미기도 하겠죠? 마이크로 토핑은 유난히도 신경이 많이 쓰이고 게다가 너무 밝은 톤으로 시공해서 그런지 관리가 어려워요. 보기엔 예쁘지만요. 이 점은 아쉬움!
출처: <렌지후드>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주방 사이드 뷰예요. 골목길로 난 창을 통해 채광과 환기가 어느 정도는 확보되지만 조리 시 조명이 충분하도록 5구짜리 조명을 추가했고 벽에 구멍을 뚫어서 환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일반적인 후드나 가구 매립형 후드를 피하고 탄소 필터 후드를 매달아 봤습니다. 혼자 와이어 달고 수평을 잡는데 어찌나 무겁던지 낑낑댔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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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켜면 이런 느낌이에요.

주방가구는 전부 화이트 톤, 타일도 심플한 사각 화이트 타일로 했습니다. 그리고 블랙으로 군데군데 대비되는 포인트를 줬습니다.

또 집이라는 공간이 거의 직선이잖아요. 게다가 한옥은 나무가 노출되어 있어서 사각사각한 느낌이 많았는데요. 저는 원래 딱딱 떨어지는 느낌을 좋아하지만 조명은 동글동글한 것들로 선택해서 살짝 대비를 주었습니다. 이 역시도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남자의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집의 핵심이 될 주방가구에 대해선 고민이 참 많았는데요, 여기저기 견적도 받아보고 발품도 팔아봤어요. 제가 선택한 것은 이케아 주방플래닝이었는데 이유는 정확한 실측을 통한 체계적인 설계, 그리고 전 제품이 모듈화 되어있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 정확한 항목별 금액 책정 없이 주먹구구식 견적을 남발하는 소규모 업체와 달리 모든 제품에 사양과 금액이 사전에 예측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케아 중저가 이미지와는 다르게 주방가구의 핵심인 도어패널과 경첩에 훌륭한 수준의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고민과 매장 방문을 통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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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사람들을 깨우지 않고 나 혼자 야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방을 나눠놓지 않다 보니 보여드릴 것이 설계안에 쓰여있던 '거실+부엌+식당' 밖에 없는 것 같지만, 밤에 본 제 집 주방은 이렇습니다. 엘리카 후드를 하고 싶었던 이유기도 해요. 수전 역시 주방의 전체적인 화이트 톤에서 블랙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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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들도 이것저것 예쁜 것들로 준비했어요. 사실 그릇 고르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집을 만들고 공간 구성은 다 했는데, 생활 집기들은 기능이며 디자인이며 뭐가 좋은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여기서 '오늘의집' 이용자들의 후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서랍을 열면 켜지는 내부 조명도 설치했고요.
출처: 오늘의집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좁은 공간이다 보니 참 다닥다닥하게 붙여놨죠?

와인랙도 걸어보고 핸드드립 마니아라 사람들을 오면 커피를 내려주는 걸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맛을 공유하고 싶어서 드립포트를 크기별로 사는 만용을 베풀었답니다.
출처: 오늘의집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아일랜드 바 아래에도 수납공간을 나눠서 이렇게 세팅했어요. 핑크 밥공기는 딱 하나만 샀는데 예뻐서 저만 저기에 먹으려고요. ^^;
출처: <1인용소파><서랍장><러그>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주방에서 코너를 돌면 작은 방이 나와요.

다운 설계한 1층 방과 2층 침실 겸 다락 모습입니다. 협소한 공간에서 최대한 활용도를 높이고자 좌우 너비 2미터로 제작한 3단 서랍장을 놓았고 1인용 소파를 두었어요. 서랍장 위에 TV를 둘까 했는데 20년 가까이 TV 없이 살다 보니 영 어색하더라고요, 나중에 저 위엔 책을 쌓아둘 간이 책꽂이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출처: <수납장>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집에 들어와 코너를 돌면 스피커와 3단 라탄 서랍장이 있어요.
저의 침실로 가는 비상구예요. 침실은 여기까지만 보여드릴게요. 개인적인 공간이라 부끄럽네요.
마당
글을 마치며 외부사진도 살짝 올려봅니다.

마당에는 공사 후 남은 벽돌을 쌓아 화단을 만들고 작은 나무와 꽃들을 심어봤어요. 아무래도 한옥은 아파트의 편리함에 비하면 불편한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하늘이 보인다는 것에 만족하고 따뜻한 나무의 기운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여드릴 집들이는 여기까지 입니다. 어떠셨나요? 건축과 인테리어라는게 늘 하고 나면 후회되는 선택도 많고 아쉬움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모두들 좋아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감각 없는 남자에게 많은 영감을 준 '오늘의집' 이용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어~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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