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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나는 탈퇴하고 싶은데, 부자들은 왜 자꾸 가입할까?

조회수 2018. 9. 20.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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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은 숫자로 정해져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법인세율을 높이면 경제가 살아나는가?’ ‘여중생의 두발이 단정하면 품행도 단정해지는가?’같은 논쟁적인 주제가 아닙니다. 내가 얼마를 내면 노후에 얼마를 받는지 숫자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조금 내고 많이 받는 이른바 ‘남는 장사’입니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때 가서 그 돈 받으면 뭐 하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물가가 연동돼 지급된다 지금 50만원을 받는다면 20년 후에는 물가인상에 맞춰 훨씬 높은 금액을 받게 된다.  

민간보험사의 개인연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원래 그렇습니다. 매월 내는 보험료는 지금의 손실이고, 수십 년 뒤 받는 연금은 미래의 이익입니다. 우리는 늘 지금의 이익을 챙기고 미래의 이익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국민연금의 단점 때문에 가입하기 싫은 게 아니고, 가입하기 싫어 단점을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어쩌면 우리 인생은 이런 합리적이지 못한 경제적 선택의 연속일지 모른다).

그런데 급증하는 임의가입자

그런데 거두절미 싫은 국민연금을 자꾸 가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입할 필요가 없는데 자꾸 가입을 합니다. 국민연금은 만 18세 이상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온 국민 강제 저축방식이다). 그런데 소득이 없는 주부가, 소득이 없는 대학생 딸이 자꾸 가입을 합니다. (최소 가입금액 9만원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이렇게 가입한 임의가입자가 무려 34만 명(2018년 7월 기준)이나 됩니다. 궁금해집니다. 남들은 안 내고 싶다는데, 이들은 왜 일부러 가입을 해서 매월 연금 보험료를 낼까요?

당연히 임의가입자는 중산층 이상 넉넉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적게 내고 많이 받아 가는 국민연금의 구조를 알아차린 것이죠. 실제 국민연금은 낸 보험료보다 적게는 1.4배에서 많게는 4.5배까지 더 받아 가는 구조입니다. 이를 눈치챈 일부 국민들이 굳이 가입할 필요도 없는 국민연금에 자꾸 들어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적게 내고 많이 받아 가는 구조에서 이들의 진입이 반드시 반가운 일만은 아닙니다. 국민연금을 ‘재테크’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은 자꾸 가입하는데, 서민들은 자꾸 연체한다.

그런데 정작 서민들은 국민연금을 연체합니다. 형편이 어렵고 또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가 쌓여서 그렇습니다. 국민연금은 반드시 10년(120개월)을 채워야 노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역가입자 413만여명 중 무려 163만명이 하루라도 국민연금을 연체하고 있습니다(2016년 기준).

왜 10년만 가입하면 노후에 서너 배로 돌아오는 국민연금을 체납할까? 체납자 중에 최저임금 기준(2016년)인 월 125만 원 이하 소득인 가입자가 무려 72%나 됩니다. 다시 말해 가난해서, 힘들어서 체납하는 겁니다. 결국 가난한 가입자분들은 국민연금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부자들은 알아서 국민연금의 혜택을 찾아가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에 대한 시중의 잘못된 오해가 서민들의 체납을 부추깁니다.

정부는 농어업 종사자 중에 소득기준 월 91만원(2017년 기준)을 넘지 못하는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또 기준소득을 초과해도 매월 4만 원가량을 지원합니다. 심지어 그런데도 연체하는 가입자도 있습니다.

금융은 서민에게 불리하다. 국민연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 모든 시스템은 가난한 이들을 보호하게끔 돼 있습니다(대학은 등록금을 깎아주고 병원은 의료비를 지원한다) 그런데 금융은 서민에게 불리합니다. 가난하면 대출을 안 해줍니다. 소득이 낮으면 더 높은 이자율이 적용됩니다. 돈이 없어 카드대금을 연체하면 더 높은 연체이자율이 적용됩니다. 백화점보다 동네 미용실이 더 높은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습니다. 

금융은 서민이, 약자가 더 훨씬 불리한 시장입니다.

보험도 그렇습니다.

개인연금의 10년 유지율은 30% 남짓입니다. 가입자 10명 중 7명은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약합니다. 

개인연금은 중도 해약하면 큰 손실을 봅니다.


 대개 원금의 절반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대부분 서민들입니다. 그런데 넉넉한 중산층 이상 가입자들은 좀처럼 해약을 하지 않습니다. (노후 연금이 크게 필요 없는 소득 10분위는 좀처럼 해약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개인연금에 가입한 사실조차 모르는 부자 가입자도 많다) 이들은 10년 이상 보험을 유지하면서 비과세 혜택까지 챙겨갑니다. 가난한 가입자들의 해약으로 인한 손실이 오래 가입한 부자들의 이익으로 전이되는 것입니다. 보험은 그렇습니다.  


국민연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소득일수록 더 많이 받아 가는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명백하게 서민을 위한 제도이고, 서민들이 더 유리합니다. 그런데 저소득층은 자꾸 연체하고, 부자들은 더 가입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더 불평을 합니다. 반면 오늘도 금융에 밝은 부자들의 국민연금 임의가입이 이어집니다.



글 / KBS 김원장기자

95년 입사, 2003년 연속 고발보도로 대통령표창, 2017년 KBS1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로 방송대상을, 2018년에는 금융소비자권익향상을 이유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주로 경제분야 기사를 쓴다. 지금은 매일 오후 4시 KBS1TV <사사건건>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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