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는데요.. 그냥 안내면 안될까요? 국민연금?

조회수 2018. 9. 19. 16:29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방송을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어찌 됐건 국민연금은 우리가 내는 보험료에 비해 2~3배를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게다가 물가연동도 된다니까요
우리가 보험료를 내는 기간보다 국민연금을 받는 기간이 훨씬 길어요
보험료율 조금 더 올려서 한달 2-3만원 더 낸다고 해도 결국은 우리가 그만큼 더 돌려받는다는 뜻이예요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돌아오는 질문은 간단합니다.


알겠는데요... 그냥 안내면 안돼요?



우리는 현재의 이익을 잘 포기하지 못한다.


사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사실 정기예금 만기가 1년이나 2년이니까 가입하는 것입니다. 만기 30년 적금이라면 가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제학에 ‘보유효과’라는 이론도 있습니다. 우리는 100만원 급여를 받는 기쁨보다 100만원 급여가 줄어드는 상실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그래서 회사가 보너스 100만원 준다고 했다가 50만원만 준다고 하면, 50만원을 얻었지만 50만원을 잃은 것처럼 느낀다) 국민연금도 따져보면 결국 미래의 이익을 위해 지금이 이익을 포기하는 작업입니다.


빠르면 20대 중반에 가입해 60대에 돌려받으니 참으로 오래 기다리는 투자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이익을 수십 년 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 아무리 적게 내고 많이 돌려준다고 해도(그래서 수십 년 뒤면 소진이 된다)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뜩지 않은데 다만 급여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니 그러려니 하고 그냥 내는 것이 보통이고 현실입니다.

하지만 먼 미래를 위한 국민연금의 가입이 과연 어리석은 일일까? 국민연금을 포기하는 것은 경제학에서 보는 합리적인 결정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 만약 수십 년 뒤에 이익을 위해 현재의 이익을 포기하기 싫다면 우리는 민간보험사의 개인연금은 왜 가입하는 것일까요?

개인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훨씬 수익률이 떨어집니다(최소한 이를 부정하는 경제학자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 수백만 명이 민간 보험사의 개인연금에 가입합니다. 게다가 변액연금보험 등은 허다하게 손실을 봅니다. 심지어 상당수가 중간에 해약하면서 손실을 더 키웁니다. 그런데도 사실상 정부가 보장하는 국민연금은 지금이라도 탈퇴하고 싶다고 쉽게 말합니다.

  • 기본적으로 수십 년 뒤에 우리가 낸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는 이유도 오랫동안 연금이 투자돼 종잣돈이 자꾸 커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88년 도입 이후 이렇게 굴린 수익금이 무려 300조원에 육박합니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기다리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률도 커지는 것입니다. 3)결정적으로 국민연금이 소진된다는 시점도 수십 년 뒤의 일입니다. 우리는 사실상 정부가 보장하는 국민연금을 수십 년 뒤에 받을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수십 년 뒤의 소진은 철석같이 믿습니다.

그렇게 현재의 이익을 포기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받는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이 너무 적습니다. 지금 매달 국민연금을 받는 400여만명의 수급자들이 평균 받는 연금수령액이 39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과연 월 얼마나 보험료를 냈을까요? 전체 평균으로 볼 때 월 9만8천원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작’ 39만원 받기 위해 ‘무려’ 9만8천원이나 낸다고 생각합니다. 또, 가입기간 20년 이상인 사람은 월평균 91만원을 받고 있으며, 월 200만원을 받는 수급자도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고, 납부한 보험료가 많을수록 받는 연금액도 커집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노후의 생활을 완전히 보장하는 최적의 보장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보장을 위한 공적 장치일 뿐입니다. 

어느 선진국도
1)국민연금 하나로 노후를 보장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더 편안한 노후를 위해
3)개인연금을 권합니다.

사실 국민연금 하나로 노후를 보장받으려는 생각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지금 국민연금을 받는 가입자들이 평균 낸 보험료는 월 9만 8천 원... 우리는 매월 10만원도 안내는 보험료를 내고 ‘용돈 연금’이라고 실망합니다. ‘왜 완전한 노후보장을 안 해주는가?”라고 불평합니다. 지금 우리가 내는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우리 소득의 9% 수준입니다. 그리고 완전한 노후를 보장받는다는 것은 소득대체율이 100%라는 뜻입니다(이는 노후 연금을 젊은 시절 소득과 똑같이 받는다는 뜻이다).

9%를 내고 100%를 받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지금 힘들어도 국민연금을 포기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국민연금을 포기한 선진국은 없다) 지금의 이익을 조금 포기하고 노후의 큰 안전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족한 제도는 고쳐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더 믿음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이런저런 낭설(?)에 휘말려 노후 안전망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국민연금은 미래를 위한 지금의 소비가 아니고 미래를 위한 지금의 투자입니다. 그러니 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인생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글 / KBS 김원장기자


95년 입사, 2003년 연속 고발보도로 대통령표창, 2017년 KBS1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로 방송대상을, 2018년에는 금융소비자권익향상을 이유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주로 경제분야 기사를 쓴다. 지금은 매일 오후 4시 KBS1TV <사사건건>을 진행한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