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렌지 후드에서 짹짹'..저녁 쫄쫄 굶게 만든 아기 종달새들

조회수 2018. 7. 23.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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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과 집밖에 추락한 종달새 새끼들을 구조한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전 자양동 단독주택 2층에 살고 있는 유나 씨는 지난 19일 늦은 오후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했다.


이날 낮 주방 쪽에서 뭔가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한 번으로 그쳤고, 집 위로 뭔가 떨어졌나보다 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 5시 쯤 이른 저녁을 준비할 생각에 주방 쪽으로 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가스 렌지 후드에서 찍찍 거리는 소리가 무섭게 났다. '쥐? 새? 귀뚜라미?' 분명 뭔가 동물이 후드 안에 있기는 한 데 확인할 길이 없었다.


남편은 늦는다고 해서 결국 부모님에게 SOS를 쳤다. 


마침 집에 계시던 부모님 두 분 모두 달려 오시고, 뜯어낸 후드 안에서는 아기 새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날지 못하는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것이 아버지의 손 안에서 버둥거리기만 했다.


어찌어찌해서 집밖으로 연결된 환기구 통에 빠진 것으로 생각했고, 부모님이 데려간다고 해서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부모님 배웅하러 바깥에 나오면서 소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집밖 주변에서 또다른 새소리가 들려온 것. 혹시 몰라 1층 뒷마당을 살펴봤더니 새끼 두 마리가 땅바닥에 있었다.

게다가 공중에서는 종달새 두 마리가 배회하고 있었다. 아마 부모 새인 듯했다.


2층 유나 씨네 환풍구 근처에 둥지를 튼 듯 했고, 부모새들이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자기들끼리 날갯질 연습을 하다가 두 녀석은 땅으로 떨어지고, 한 녀석은 환풍구 속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였다.


이산 가족을 만들면 안되겠다 싶었던 유나 씨. 차를 타고 가시던 부모님께 사정을 이야기했고, 부모님은 새끼를 형제들 있는 곳에 놔줬다. 주택 구조상 환풍구가 있는 뒷쪽을 볼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어 둥지를 찾는 일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그렇게 땅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새끼들을 보면서 또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주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새끼 새들을 가만 놔둘 것같지 않았다. 고양이 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공격도 염려됐다.


고민하던 유나 씨는 대전 야생동물보호센터에 어떻게 하면 좋을 지를 문의했다. "방법이 없어요"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려던 것이었는데 센터 측의 답변은 냉정했다.

맹금류가 아니고서는 새끼들을 물고갈 수 없다고 했다. 부모 새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주위를 배회하는 것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생각대로 다른 야생동물들에게 공격당해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센터 측은 그러면서 구하러 갈테니 아기 새들을 보관(?)해달라고 했다. 급한대로 손모아장갑을 끼고 난데없는 새 포획작업에 돌입했다.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마지막 녀석까지 잡아서 아이 장난감 박스 안에 집어 넣었다. 더운 날씨에 땀은 줄줄 흘렀다.


1시간 가량 지나 도착한 센터 직원에게 새끼들을 인계하면서 비로소 상황은 종료됐다.


유나 씨는 "그 녀석들 덕분에 두 시간 가량 저녁준비 못하고, 쫄쫄 굶고, 땀 줄줄 흘리며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이 녀석들 구조해 놓으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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