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나와! 엄마가 기다리잖아"
"구조하고 보니 새끼가 한 마리 더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구조한 아이까지 엄마, 새끼고양이 두 마리 이렇게 셋이서 함께 가는 것을 확인하니 마음이 너무 편안해지더라구요."
"구했어요!"
18일 밤 11시 이 말과 함께 사흘 동안 수로에 빠져 애처롭던 새끼고양이의 울음이 멈췄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의 공원 수로. 지난 16일 이곳을 지나가던 민정 씨의 귀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기고양이는 계속 울어댔고, 민정씨는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17일 민정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땅을 드러내지 않는한 구조가 어렵겠다고 했습니다.
119구조대가 그렇게 돌아가고 난 뒤 다시 아기고양이의 울음이 시작됐습니다.
천을 구멍 안에 밀어넣고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앞발로 붙들고 올라올 수 있도록 말이죠.
밤이 지나가고, 하지만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수로 주변을 맴돌고 있던 어미고양이의 모습이 민정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어미는 결코 곁은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천 대신에 샤워타월을 가져와서 넣어 보기로 했습니다.
천은 매끄러워서 미끄러지기 쉬운 반면 샤워타올은 우둘투둘해서 앞발로 잡기 쉬울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충고를 따랐죠. 이 경우 양파망 역시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18일 퇴근 뒤 친구와 함께 현장을 다시 찾아 구조 작업을 재개한 민정씨.
천을 꺼낸 뒤 샤워타월을 돌돌 말아 그 구멍 안에 밀어 넣었습니다.
어둠이 내려 더욱 깜깜했던 배수구 속. 어느 때인가 울음소리가 잦아들더니 아기고양이의 머리가 밖으로 나오는게 보였습니다
구조한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구멍은 말라 있어서 새끼고양이의 몸은 깨끗했습니다.
집에 와보니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하지만 민정씨는 뿌듯한 마음에 편안히 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