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은 길고양이를 마주친 당신에게..

조회수 2017. 7. 18.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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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지인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듯한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나에게 문의하는 일이 많아졌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보면 나에게 묻게 되는 모양이다.
주로 ‘아기 고양이가 어미와 떨어져 울고 있다’거나, ‘고양이가 차에 치일 것처럼 길을 돌아다닌다’는 등의 사연들이다.
제대로 먹을 것도 없고, 고양이를 발로 차는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고, 몇 걸음만 걸으면 어디서나 차가 쌩쌩 달린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순간들이 위태로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시해줄 수 있는 해답은, 사실 없다.


고양이가 불쌍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방법을 물어온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대부분의 경우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한다. 

고양이의 삶에 개입하려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쪽에서도 내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알려주거나, 혹은 직접 맡아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이쪽 상황을 더 많이 알고 겪어봤기 때문에, 그 고양이들에게 손길을 내미는 것에 주저하게 된다. 

 

우선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치료해야 하고, 안 아파도 접종과 중성화에도 돈이 든다. 


키우지 않고 입양을 보낼 때도 상대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내게 운명을 맡기게 된 고양이를 대신해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키울 것을 고려해 본 적도 없고,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지인에게 직접 구조하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선택은 그쪽에서 하는 것이지만, '내가 꼭 이 고양이를 도와주고 싶은데 뭘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면 나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가 불쌍하게 느껴졌을 뿐인데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은 오묘한 죄책감을 얹어주고 싶지 않다. 

어차피 자신의 삶에 동물을 들여오는 것은 순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무조건 그 길고양이를 집에 데려오는 것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나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같지 않게, 오히려 그들보다 매정하게 말하고 만다.

 

‘그 고양이의 삶은 어쩔 수 없다’라고.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발견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다.

보통 사람들의 단순한 측은지심이, 좀 더 동물들이 살기 좋은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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