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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로 돌아온 배우 신성록과 나눈 연기 이야기

조회수 2021. 5. 3. 11: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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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로 돌아온 신성록이 보여주는 연기의 색은 다채롭고, 선명하다.

스카이 블루와 네이비 패턴 리넨 코트 Dolce&Gabbana, 블랙 컬러 와이드 팬츠 Emporio Armani, 블루, 화이트, 블랙 컬러가 믹스된 라운드넥 니트 톱 Berluti.

신성록은 눈에 익숙한 배우다.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별에서 온 그대>부터 <리턴>, <황후의 품격>, <배가본드>, <카이로스>까지 화제의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출연해 눈도장을 찍었다. 여기엔 작품 고르는 뛰어난 안목이 한몫했겠지만, 그의 연기가 작품을 빛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듯싶다. 아직도 신성록을 센 캐릭터만 잘 소화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로맨틱 코미디, 액션, 스릴러 등 어떤 장르에서도 자기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그를 보고 많은 사람이 ‘물이 올랐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한층 끌어올렸으니, 배우로서 본궤도에 올랐다고 할 만하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그는 무대 출신 배우다. 극단학전에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연이은 드라마 촬영에도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키다리 아저씨>, <레베카> 등 굵직한 뮤지컬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대에 선 신성록의 모습을 몇 번 본 사람 입장에서 감히 말하면, 그의 진면목은 뮤지컬에서 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5월 18일부터 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연으로 찾아온다니, 미리 찾아가 만날 수밖에. 카메라 앞과 무대 위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배우 신성록을 만났다.

나폴리 레드 컬러의 비스포크 슈트 The Hunt Man, 실크 소재 패턴 셔츠 Giorgio Armani, 브라운 컬러 아웃솔 레이스업 슈즈 Berluti.

뮤지컬 <드라큘라> 준비로 한창 바쁘겠다. 코로나19 때문에 연습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3월에 막을 내렸고, 며칠 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큘라>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다 보니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는 게 예전처럼 수월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쩌겠나. 더 철저히 준비하는 수밖에.


스케줄이 너무 빡빡한 것 아닌가? 드라마 <카이로스>가 지난해 12월 말 종영했으니, 숨 돌릴 틈도 없었겠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곤 거의 쉬지 않고 활동했다. 운 좋게도 시기적절하게 좋은 작품을 만났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연기를 오래 쉬면 감이 떨어진다. 오랜만에 자동차 시동을 걸면 예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엔진에 온기가 남아 있도록 잠시 휴게소에 머무는 정도가 부담이 덜하다.


드라마 <카이로스>를 재미있게 봤다. 무엇보다 신성록 하면 떠오르는 센 역할이 아니라, 부성애 강한 김서진이란 캐릭터가 뇌리에 남았다. 그런 만큼 그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대본을 보자마자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우선 스토리가 좋았고,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최근 로맨틱 코미디나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데, ‘타임 크로싱 스릴러’라는 낯선 장르의 드라마 <카이로스>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방금 말한 그 도전은 성공한 것 같다. 대중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MBC연기대상 최우수상의 영예도 안았으니까. 어떻게 그리 배역을 잘 소화했나? 실제 한 아이의 아빠인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 맞다. 아빠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 많았다. 큰 사건보다는 사소한 상황, 대사 한마디에 공감이 갔다. 극 중 유괴된 딸이 돌아오는 장면이 있다. “그동안 많이 못 놀아줘서 미안해”라고 말하는데 감정이 훅 올라오더라. 요즘처럼 바쁘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래서 항상 미안하다. 결혼 전엔 낚시가 취미였는데, 요즘엔 여유가 생기면 무조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별에서 온 그대>와 <리턴>의 강렬한 악역부터 <죽어야 사는 남자>와 <퍼퓸>의 코믹한 캐릭터까지 다양한 역을 맡았다. 어떤 역이든 제 몫을 다하는 배우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악역이나 선역 구분 없이 그저 대본에 충실하게 표현하려 한다. 어떤 역을 맡으면 그 장르의 유명한 작품을 레퍼런스 삼아 보는 편이지만 배울 점은 배우되, 연기 방식은 반대로 가려 한다. 시청자 혹은 관객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선 안에서 다르게 표현하려 하는 거다. 과거 어디서 본 듯한 작품이라도 조금 다른 맛이 있어야 더 재미있고 또 보고 싶을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모멘텀이 된 작품이나 배역을 꼽자면?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그중 하나를 고르라면 <황후의 품격> 아닐까 싶다. 동네 아이들이 지나가다 “어? 황제다!” 알아봐줄 정도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황제인 이혁은 악인과 멜로 주인공을 오가는 입체적 캐릭터라 개인적으로도 흥미롭게 작업했다. 한 작품이 끝나면 그걸 계기로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데, <황후의 품격>으로 다채로운 배역을 맡을 수 있는 문이 열린 것 같다.


그간 연기한 배역 중 본인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음… 사실 없다.(웃음) 현재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평소 내 모습과 가장 가깝다.


열정 넘치면서도 약간 허당기 있는 모습 말인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고정 멤버로 활동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다작 배우인 만큼 연기와 예능을 병행하긴 힘들 텐데,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우선 멤버들과 함께하는 게 즐겁다. 카메라가 꺼지고 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과정까지 모두. 승기 씨나 세형 씨처럼 재치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나 같은 스타일도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 세계적 스타부터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분까지 다양한 인물을 사부로 모시는데, 명성이나 인지도와 상관없이 모두 배울 점이 많다.

도트 패턴의 블루 그레이 컬러 리넨 슈트 Giorgio Armani, 스트라이프 패턴의 딥 블루 셔츠 Emporio Armani.

뮤지컬 <드라큘라> 이야기를 해보자. 이전 출연작을 살펴보니 2006년에도 동명의 뮤지컬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던데. 제목은 같지만 라이선스가 다른 별개의 작품이다. 하지만 드라큘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상황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뮤지컬에 출연했을 땐 미흡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사이 경험을 쌓은 만큼 드라큘라라는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하게 됐다. 그걸 연기로 보여주는 게 지금 당면한 가장 큰 숙제다.


뮤지컬 <드라큘라> 그리고 앞으로 연기할 드라큘라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드라큘라는 치명적 매력의 뱀파이어지만, 동시에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수백 년간 죽지 못한 외로운 사람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니 많은 분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신성록처럼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연기하는 배우는 흔치 않다. 카메라 앞과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 신경 쓰는 점이 다를 것 같은데. 예전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맡은 역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연기라는 일의 근본은 바뀌지 않으니까. 어디서든 내가 중심을 잡고 좋은 연기를 펼치는 게 중요한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무언가 다르게 하지 않으려 한다.


20대 초반에 극단에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한 만큼, 신성록에게 무대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늘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 생각한다. 가장 자연스럽고 뭘 해도 편안한 느낌이다. 가끔 대학로에 가면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거다. 언젠가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만 서는 날이 오더라도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다.


어느덧 연기 생활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배우 인생에서 어떤 시기라고 생각하나? 20대에는 주어지는 모든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울리는 배역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30대에 들어서면서 내게 맞는 옷을 찾으려 했다. 나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제 40대 문턱을 밟았으니 새로운 것을 바라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잘 소화할 수 있는 색깔은 한두 개 찾았으니, 이제 또 다른 색깔을 찾고 싶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60세에 은퇴해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로서 지금까지 달려온 만큼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인데, 롱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 이후 어떤 작품을 만날지, 어떤 역을 맡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처럼 한 작품 한 작품 소화하며 경험을 축적하다 보면 과거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꿈꾼 좋은 배우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성록이 꿈꾼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인가? 예전에도 이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돌이켜보면 쑥스럽다.(웃음) 바람이 있다면 ‘색깔이 확실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 어떤 배역을 맡든 신성록의 스타일로 소화하고, 사람들에게 의외성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배우를 꿈꾼다.


<드라큘라>에서 좋은 모습 기대하겠다. 덧붙여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귀띔해달라.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다만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좋은 기회가 생기면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열정을 쏟고 싶은 작품을 만나고, 최선을 다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또 그렇게 흘러갈 것 같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김제원

헤어 & 메이크업 양혜조

의상 스타일링 윤현지

장소 협조 레스케이프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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