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여주세요. 잠자는 음악을 깨울 턴테이블 7

조회수 2020. 11. 5. 1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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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하이엔드 턴테이블 일곱 대를 청음했다.

아주 미약한 음악 신호를 바늘로 읽어내는 턴테이블은 진동과의 싸움이다. ‘크로노스 프로’는 판을 돌리는 플래터 2개가 위아래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해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기계적 진동과 근처에 놓인 스피커가 뿜어내는 진동으로부터 보호한다. 또한 턴테이블의의 상대적 취약점인 저역을 풍부하게, 고역을 디테일하게 뿜어내 광활한 음역대를 표현한다. 진공관 방식의 크로노스 앰프와 매칭한 크로노스 프로 위에 신해철의 마지막 앨범 가 몸을 싣고 판이 돌아가자 온몸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인의 입김이 눈앞에 현현하는 듯 생생한 사운드가 장중하게 주변을 에워쌌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좋아하는 크로노스 수입사 대표의 취향 덕분인지 청음실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어쩐지 더 따뜻했고, 일본에서 녹음한 혜은이의 음반을 재생할 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그 시절로 나를 이끄는 느낌이었다. 마치 시절의 사운드와 공기, 날씨까지도 한 장의 LP에 모두 담겨 있는 듯. 6000만 원대, Kronos by Siworks Korea.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버메스터의 ‘버메스터 175 턴테이블’은 올인원 아날로그 시스템이다.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크롬 도금 디자인 요소는 디자인뿐 아니라 정교한 음질을 표현하기 위한 무기다. 서브 플래터가 모터에 의해 외부 플래터를 회전하는 방식으로, 단순해 보이는 이 기기 안에 4개의 모터를 탑재해 턴테이블이 회전할 때 효율적 공진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포노 앰프가 내장되어 음질의 왜곡이 적고, 트래킹 능력이 우수한 톤암과 카트리지는 미리 장착되어 있다. 가격미정, Burmester by ODE.

1.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즈의 ‘175주년 빈 필하모닉 레코드 플레이어’는 실제 악기에 사용하는 재료로 만들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목재와 옻칠로 틀을 짜고 황동으로 상판을, 클라리넷에 사용하는 재료로 톤암을, 스위치와 속도를 제어하는 손잡이는 플루트 버튼의 재료로 만든 결과는 빈 필하모닉의 소리를 가깝게 표현한다는 것. FM 어쿠스틱스사의 포노・파워・프리 앰프와 스피커로 매칭한 오디오 갤러리의 청음실에서 빈 소년 합창단의 를 재생할 때 소년들의 영롱한 목소리가 구름 위에 얹혀 밀려오듯 매끄럽고 기세 좋게 몸을 감쌌다. 따뜻한 소리의 기운 가운데 악기 하나하나의 사운드는 왜곡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맑은 호수에 뜬 물수제비처럼 생생하게 들렸다. 2000만 원대, Project Audio Systems by Audio Gallery.

2. 매킨토시 MT5가 회전하기 시작하면 전면에 그린 라이트가 켜진다. 초록 폰트와 그린 라이트는 매킨토시의 상징으로, 작은 디테일만으로도 리스너를 사뭇 설레게 한다. 매킨토시 MK5는 MM 카트리지에 비해 소리 골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MC 카트리지를 사용하면서도 특유의 미약한 신호를 이상적으로 증폭시키는 시스템을 갖춰 상대적으로 적은 수고로 고품질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왜곡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경로도 최소화했다. 매킨토시 시스템 앰프와 B&W의 스피커 800 D3를 매칭해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연주한 , 다비트 가렛의 , 비틀스의 를 차례로 들은 감상은 여러 장르에서도 큰 편차 없이 밸런스가 훌륭하다는 것. 매킨토시의 프리・파워 앰프는 진동에 무장하고자 좌우로 분리했다. 1000만 원대, McIntosh by Royco.

1. 레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영국산 수동 턴테이블 브랜드다. 영국에서 모든 공정을 마치면서도 합리적 가격에 고품질을 유지하고자 대량생산을 고집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레가의 플라나 6는 자사의 하이엔드 라인에 속한다. 진동과 싸우는 무기로, 플라나 6는 가벼운 몸체로 진동을 재빨리 뿜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가벼운 데다 작동도 간편한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레가의 포노・파워・프리 앰프와 ‘Verity’ 스피커를 매칭한 청음실에서 1991년 제작한 김종서 1집은 구슬프게 아름다웠고, 시드 로렌스 오케스트라의 [Big Band Spectacular]를 들을 땐 기계는 사라지고 오롯이 소리만 남는 느낌이었다. 온몸의 세포가 생동감 있게 춤추는 전율만이. 아페타 3 카트리지 포함 900만 원대, Rega by Woongjin Sound.

2. 벤츠와 보쉬가 탄생한 고도 기술의 중심지, 슈투트가르트 근처에서 어쿠스틱 시그니처는 ‘독일의 엔지니어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톤암, 카트리지, 플래터 등 부품을 모두 자사의 CNC 머신을 사용해 직접 제작한다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 어쿠스틱 시그니처의 스톰 2018은 중・저음을 강조해 안정적 사운드 스테이지를 조성하는 물건이다. NHB의 프리・듀얼 모노 앰프와 스텐하임 알루민 5 스피커로 조성한 오드 메종의 청음실에서 이름값 하는 스톰 2018의 진가를 맛보았다.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에서는 선명한 고역을, 이어 재생된 알 디 메올라의 기타 선율에서는 현의 떨림이 전해질 듯 섬세한 질감을,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보컬 사운드에서는 무게감 있게 받쳐주는 힘을 느꼈다. 톤암과 카트리지 제외 700만 원대, Acoustic Signature by ODE.

3. 마그레브의 ML1을 재생하면 LP를 받친 플래터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LP가 공중에서 회전한다. 진동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 자기 부상 방식의 턴테이블이다. 자사 특허의 센서 조절 소프트웨어로 정밀한 회전을 유도하면서 섬세한 트래킹이 뒤따른다. 소리 골 안에 무수한 음악 신호를 담은 LP를 깨끗하게 보관하는 것 역시 하이엔드 음질을 즐길 때 매우 중요한데, ML1은 레코드가 끝날 때 톤암을 들어 올려 기록이 긁히는 것을 방지하고 카트리지 수명도 연장한다. 500만 원대, Mag-Lev by Damino.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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