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생활이 늘어난 요즘, 홈 바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조회수 2020. 10. 14. 10: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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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건축, 인테리어 사무소에서 제안하는 홈 바 인테리어 아이디어.
3ab 스튜디오가 작업한 바 갤러리 피그먼트. 홈 바 인테리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진열 계획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작은 공간에 의외성을 응축하라 by 3ab 스튜디오

3ab 스튜디오는 홈 바 트렌드에 크게 한몫한 ‘나래바’를 두 번이나 작업한 건축・인테리어 사무소다. 이한별 소장이 “박나래 씨처럼 ‘집이 아닌 그냥 술집을 만들어주세요’라고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는 그때도 지금도 만나기 어려울 겁니다.(웃음)”라고 말하는 이유는, ‘홈’과 ‘바’가 근본적으로 다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집에 ‘바’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공간을 삽입하는 작업이므로 집 본연의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색다르게 연출해야 합니다. 집에 여유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을 활용해 바를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집의 어떤 부분을 ‘바’로 연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관건이지요. 주방 가까이에 홈 바를 추가하는 일반적 방식이 아닌, 거실 일부나 작은 방을 홈 바로 디자인하면 보다 본격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홈 바 분위기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조명, 공간의 색채라고 덧붙인다. “작은 공간에 의외성을 응축해 표현해야 하는데, 시선을 집중시킬 만한 독특한 조명을 사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공간 전체에 근사한 분위기를 녹여낼 수 있지요. 알려진 디자이너의 제품도 좋지만 희소성 있는 빈티지 조명을 잘 찾아보세요. 조명과 더불어 벽이나 천장에 과감한 색채를 더하면 공간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다만,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같은 계열의 색채 안에서도 깊이 있는 색감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이나 술잔, 관련 용품을 어떻게 진열하고 싶은가에 대한 계획을 먼저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한별 소장은 말한다. 3ab 스튜디오의 최근 작업 중 갤러리 피그먼트에 그 고민이 다각도로 녹아 있다. 홈 바의 주인공인 술과 술잔을 전시하는 방식 자체가 공간 전체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할 수 있고, 그로부터 의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공간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아텔리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삼성리 바. 긴 축은 자체로 힘을 지닌다.

긴 축을 확보하라 by 아텔리오

아텔리오(Atelio)는 청담동 스케줄, 삼성동 삼성리, 신사동 파복스 등 많은 핫한 상업 공간을 작업한 인테리어 스튜디오다. 고급 주택 인테리어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한다. 아텔리오 오재훈 소장은 근사한 바를 집 안에 들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술 진열장, 바 상탑 요소만으로 충분합니다. 누구나 근사하다고 느끼는 바에는 공통적으로 ‘긴 축(long axis)’이라는 요소가 존재하는데, 입구에서부터 다가오는 그 웅장함은 곧 기다란 술 진열장과 넓은 바 상탑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집 천장이 높다면 높이로 긴 축을 만들고, 아파트처럼 천장이 높지 않은 공간에서는 옆으로 긴 축을 확보하면 좋겠죠.” 긴 축을 확보했다면, 디테일을 더하는 건 조명이다. “바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인테리어 자재에 돈을 들여도, 영업할 땐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조도를 낮춰 재료의 본성을 가리곤 합니다. 다시 말하면, 조도가 조절되는 스위치 ‘조광기’로 바꾸면 홈 바에 둔 가구나 자재가 특별히 값비싸지 않아도 ‘사소하지만 근사한 바’로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스튜디오 스테이 그룹이 홈 바로 꾸민 남산맨션의 한 가정집 다이닝. 조명, 그림과 키 컬러의 힘을 보여준다.

가구와 소품을 미리 계획하라 by 스튜디오 스테이

스튜디오 스테이(Studio Stay)는 이름처럼 머물고 싶은 공간을 추구하는 건축사사무소로, 공간 주변의 맥락부터 조경, 브랜딩, 작은 디스플레이 소품까지 모든 것을 고려한다. 홍정희 소장, 고정석 소장이 진행한 남산맨션의 홈 바 작업은 디테일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라이언트 부부가 저녁에 음악과 술을 즐기는 공간이자 지인들이 방문했을 때는 유쾌한 파티를 겸하는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주방을 굳이 확장하기보다는 다이닝을 특별하게 계획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상의 끝에 이곳을 ‘작은 바’처럼 꾸미기로 한 뒤 다이닝에 둘 소품과 이것들이 어떻게 진열할 것인가를 먼저 꼼꼼히 파악했습니다. 완성된 집에 있는 모든 가구와 그림, 그림을 놓을 위치는 모두 설계 단계부터 계획한 것입니다. 특히 다이닝에 걸린 부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메인 컬러를 정했죠.” 홍정희 소장은 술을 즐긴다면 술과 글라스 컬렉션을, 커피 같은 음료 비중이 높다면 커피머신과 집기 등을 멋지게 디스플레이하도록 계획해야 한다며, 사소한 소품이 홈 바의 전체 분위기와 방향성을 잡아주는 기초적 기획이라고 조언했다.

프레그먼트가 작업 중인 프라이빗 와인바. 크지 않은 공간에서 내밀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작은 공간으로부터 시작하라 by 스튜디오 프레그먼트

스튜디오 프레그먼트(Fragment)는 장소의 연결성, 공간과 프로그램의 맥락에 대한 포괄적 연구를 바탕으로, 공간을 만든다. 아라리오뮤지엄의 합, 공유주택 청운광산, 도렐커피 등 개성 있는 공간 작업을 선보였다. “홈 바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홈 카페처럼 커피와 티 대신 와인,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간단한 테이블과 소가구 정도로 충분하죠. 문도호제 임태병 건축가와 함께 진행한 혜화동 주택은 2층 거실 한편에 작은 홈 바를 만들었어요. 평소에는 거실로 쓰고 저녁에는 여분의 공간에서 난로에 불을 피우고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가구를 설치했죠. 홈 바만을 위한 인테리어로 승부를 볼 수 없다면 좋은 음향 장비와 책을 읽기에 적합한 조도와 조명, 편안한 라운지체어만으로 작은 홈 바를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서동한 실장은 귀띔한다. 현재 작업 중인 프라이빗 와인바에서도 그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JTK 랩의 청담동 린든그로브 주택 프로젝트. 독특한 공간 분리와 유기적 연결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공간의 분리와 유기적 연결을 고려하라 by JTK 랩

JTK 랩은 강정태 소장의 건축・인테리어 스튜디오다. 런던에서 건축 회사에 다니다 실험적 디자인을 실행하고자 한국에 왔고, 당시 생소하던 ‘랩’이라는 이름을 붙여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다. 그는 가장 대표적 홈 바 작업으로 청담동 주택 린든그로브를 꼽는다. “미니멀을 추구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오리가미(‘종이접기’라는 뜻의 일본어로,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받아 다양한 디자인에 적용된다)’적 접근 방식으로 공간을 프로그래밍했습니다. 미니멀하면서도 기능적으로 공간을 ‘접기’ 위해 모서리를 오크 라인 마감하고 천장에 있어야 하는 기능적 요소를 여러 겹으로 된 천장 틈에 숨겼습니다. 공간의 심도를 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톤의 변화를 주었고요.” 이 프로젝트의 고객이 그랬듯 홈 바를 단지 혼술을 위한 공간이 아닌, 지인을 불러 파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바와 주방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정태 소장은 말한다. “게스트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도 음식이나 술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서빙할 때 동선이 크거나 뒤돌아야 한다면 비효율적이겠지요. 다른 공간과의 연계성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홈 바 단독으로 빛나기보다는, 각 공간과의 유기적 연결과 시각적 확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식탁 레이아웃과 디자인 등 약간의 높이와 방향성만으로 바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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