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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가 입은 바로 '그 한복'!

조회수 2020. 9. 30.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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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shion을 선두하고 있는 단하주단 대표 단하

지난 6월 말, 유튜브에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약 32시간 만에 1억 뷰를 기록하더니 43일 만에 4억 뷰를 돌파하며 유튜브 뮤직비디오 사상 역대 최단 시간 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 팬들은 블랙핑크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음악에 열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무대의상으로 입은 한복에 큰 관심을 보였다.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구글에서는 ‘한복’ 검색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급기야 한복을 입고 블랙핑크 노래에 맞춰 커버 댄스를 추는 해외 팬의 영상이 쏟아졌다.

그들의 관심은 당연히 블랙핑크가 입은 한복 디자이너에게 이어졌다. 한복 작품은 창업 2년 차 스타트업 단하주단 대표이자 디자이너 단하의 작품이었다. 뮤직비디오 후반부에 제니는 핑크색 봉황문 도포를 춤추기 편하도록 길이를 조절해 저고리처럼 변형한 의상을, 로제는 가슴 가리개를 재해석한 크롭트 톱과 조선시대 무관의 옷인 철릭을 변형해 만든 검은색 시스루 재킷을 입고 역동적 춤을 선보였고, 해외 팬들은 특히 그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단하 대표의 이력은 의상만큼 독특하다. 대학교에서 디자인이 아닌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2013년부터 3년간 제주도에서 카지노 딜러와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온라인 한복 대여 숍을 운영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 교복이 한복이라 제게는 편하고 익숙한 옷인데, 여행을 하며 한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어요. 교대 근무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여유가 많아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거든요. 그때마다 한복을 가져갔는데, ‘매우 아름답다’며 칭찬하던 외국인의 반응을 보면서 한복의 매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기성 한복을 입다가 독특하고 예쁜 컬러의 원단을 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뒤 주문 제작해 입었다. 그러다 직접 만들어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복 디자인을 공부하게 됐다. 그녀는 2016년 3월부터 지금까지 한국궁중복식연구원에서 조경숙 명인에게 한복 디자인을 배우고 있으며, 2018년부터 성균관대 의상학과 복식사/복식미학 석·박사 통합 과정을 공부 중이다. 2016년부터 한복의 역사와 디자인을 배우며 브랜드 설립을 준비하던 그녀는 2018년 8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단하주단을 런칭했다.


왼쪽 단하주단은 전통 제작법을 기반으로 속옷과 아우터, 남녀 옷의 경계를 무너뜨린 한복 디자인을 선보인다. 지난 6월 공개된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 제니와 로제가 단하주단의 의상을 입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른쪽 유기농 면으로 만든 ‘태평성대 목판깃 저고리’. 봉황문인문보 화문 패턴으로 디자인되어 독특하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대중에게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리면서도 일상에서 향유하는 현대적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단하주단의 목표다. 2020년 S/S 컬렉션에서는 조선시대 궁중 유물인 봉황문인문보를 모티브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의 한복 디자인을 완성했다. 봉황문인문보를 활용한 텍스타일 디자인 특허도 받았다. 궁중 보자기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한복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평소 국립고궁박물관의 유물을 눈여겨보는데, 무척 아름답더군요. 봉황문인문보를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죠. 봉황문인문보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중요한 예물을 정성스럽게 싼 비단 보자기 중 하나로 부귀, 장수 등 염원을 담고 있어요.”

단하주단의 한복은 전통 제작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속옷과 아우터, 남녀 옷의 경계를 무너뜨린 디자인이 특징이다. “전통적 소재가 주는 느낌을 살리되 현대적 소재나 컬러를 더해 변화를 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블랙핑크 로제가 입은 철릭은 조선시대 무관의 옷으로, 붉은색이나 파란색 컬러가 익숙할 거예요. 하지만 우린 여자가 입을 수 있는 검은색 시스루 재킷으로 재해석해 만들었죠. 또 치마에 주머니를 만든다든가, 넓은 소매 대신 배래선을 유지하되 적당한 핏을 살린 실용적인 한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단하 대표는 평소 웨딩드레스와 현수막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한복을 만드는 등 환경에도 관심이 많다. 사람과 자연에 무해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단하주단의 원칙. 그래서 한복을 제작할 때 실크 외에 자연섬유와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재활용 원단과 유기농 면을 사용해 옷을 제작한다. “저는 공기와 날씨, 피부 촉감 등 주변에 세심하게 반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입는 사람도 건강하고, 환경 면에서 최대한 무해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친환경 소재 원단 사용률이 40% 정도지만 올해 안으로 7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계에 한복을 알리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2년 차 스타트업으로 갈 길이 멀다.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뜻하지 않게 호응을 보내주셔서 기쁘지만, 한복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2020년 F/W 컬렉션에는 단청과 민화 같은 한국의 전통 예술을 결합한 한복 디자인을 선보일 거예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9월 18일부터 10월 8일까지 팝업 스토어를 열어 단하주단의 새로운 작품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멋 훗날 단하주단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파리에 가면 샤넬 1호점을 방문하듯, 해외여행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전통 복식을 살펴볼 수 있는 랜드마크로 떠올리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어요. 또 공부를 하다 보니 국내에는 한복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한복 디자인의 이론과 실기를 아우르는 전통 복식 교육기관을 세워 한복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최윤정(프리랜서)

사진 안지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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