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 뭐해요?

조회수 2020. 9. 11.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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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어려운 게임보다 쉽고 간단한 게임이 인기다.

1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2000년대 PC방에서 인기를 끈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를 모바일로 가져왔다.

2 ‘슬램덩크’ 모바일 게임. 게임에도 1990년대 인기를 얻은 지식재산권(IP)을 다시 가져오는 경우가 생겼다. 최근 복고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벼운 게임의 전성시대

캐주얼 게임은 말 그대로 간편한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을 말한다. 따로 배워야 할 규칙이 복잡하지 않다. 이들은 스마트폰 대중화를 타고 빠르게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미어터지는 지하철 안에서도, 소파에 앉기조차 귀찮은 날 누워버린 침대 위에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캐주얼 게임은 고사양 PC나 콘솔 게임기가 없는 이에게도 게임하는 재미를 준다. 가장 큰 장점은 ‘가벼움’. 게임 가격이나 콘텐츠 무게감이 아니라 사람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준비의 가벼움이다. 보통 PC방에서 중고생부터 중년까지 ‘전투’나 ‘대서사시’에 뛰어드는 AAA급 게임을 하려면 머무를 공간 외에도 온갖 장비와 짧게는 하루에 몇 시간, 길게는 기간을 나눠 수백 시간 꾸준히 게임의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한 규칙의 이해와 숙달이 필요하다. 여기엔 게임 속 다른 플레이어와의 관계까지 여러 히스토리를 따라가기 위한 심리적 여유도 포함한다. 캐주얼 게임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먼저 대표적 캐주얼 게임을 살펴보자. ‘애니팡 4’는 2000년대 초반을 휩쓴 ‘애니팡’ 후속작으로 출시 이후 지금껏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부문 인기 20위권을 수성 중이다. 게임 규칙에 대한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직관적인 데다 한 판 하는 데 약 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그래서 신규 이용자 유입도 많은 편이다. 애니팡 4는 시즌이 거듭되어도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아 룰에 대한 비판이나 일부 컨셉 표절 논란이 일었지만, 전작의 높은 인지도를 발판 삼아 순항 중이다. 더 단순한 게임도 있다. ‘랜덤 다이스’는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주사위를 배치하면 길을 따라 지나가는 적을 알아서 공격하는데, 한 번 할 때마다 주사위가 랜덤 배정된다. 운과 기술 중 운의 영향이 훨씬 크다. 플레이 시간이 5분 안팎이고 게임에 대한 깊이와 무관하게 언제나 인기가 높아 게임 신에서는 캐주얼 게임의 시대적 상징이라 불린다. 그 외에도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출시한 3월 20일부터 지금까지 선풍적 인기를 끌며 닌텐도 스위치 본체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넥슨의 PC 게임 ‘카트라이더’의 모바일 버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출시 하루 만에 당시 모바일 게임 시장 강자인 넷마블을 누르고 부동의 1위인 엔씨소프트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꾸준한 인기 덕분에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전체 규모도 커졌다. 이 게임들을 모바일로 다운받을 수 있는 구글플레이, 원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매출을 살펴보면, 2020년 상반기 모바일 게임 전체 매출 추정치는 2조8327억 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2조1071억 원이었다. 1년 사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약 30% 커진 것이다.

3 ‘랜덤 다이스’는 조작을 최소화하고 운에 의한 승부를 강조해 캐주얼한 게임 환경을 만들었다.

4 ‘애니팡 4’는 같은 모양을 3개 맞추면 없어지는 ‘3매치 룰’ 퍼즐 기본 공식만 알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복고 트렌드로 다시 찾은 게임

캐주얼 게임은 얼핏 들으면 신조어 같지만, 오히려 그 개념이나 컨셉이 등장한 시점은 한참 앞선다. 초창기 디지털 게임의 인기를 견인한 ‘테트리스’, ‘퐁’, ‘팩맨’ 등이 좋은 예. 점점 내려오는 블록을 빈칸 없이 다 맞추면 그만인 테트리스, 유령을 피하면서 바닥에 깔린 점을 먹기만 하면 되는 팩맨의 규칙은 예나 지금이나 ‘캐주얼하다’. 도통 복잡할 것 없는 규칙은 당시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디지털 게임이란 뉴미디어를 별 어려움 없이 대하게 했다. 술집이나 당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퐁 게임은 언제나 동전 통이 꽉 차 고장 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무엇이든 대중성을 갖추고 흥행한 제품의 원칙은 단순한 메커닉(mechanic)에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 게임은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어려워졌고, 4D나 VR로 구현하는 모습으로 발전했다. e-스포츠 중 최고 종목으로 등극한 ‘리그 오브 레전드’는 동시대 최고 인기 게임으로 인정받지만, 지금 100종이 넘는 캐릭터와 아이템 조합법, 주요 전략과 전술의 기초를 익히는 데 스터디가 필요한 대상으로도 손꼽힌다. 이러한 대형 게임을 이해하고 충분한 숙련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좋은 장비가 더 필요하고, 물리적·금전적 진입 장벽은 자연스럽게 게이머를 하드코어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로 나누었다. 그런 와중에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1인 1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됐고, 오늘날 캐주얼 게임 전성시대를 낳았다. 캐주얼 게임은 ‘단순한 규칙, 빠른 진행’의 게임에 대한 고전적 의미 역시 일깨웠다. 어찌 보면 오늘날 캐주얼 게임의 부흥은 일종의 복고(retro) 열풍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5 수십 명이 모여 플레이해야 재미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AAA급 게임 플레이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6 ‘하스스톤’은 원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쓰던 아이템 이름으로 2014년 출시 당시에는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이란 제목으로 오픈했다. 이후 캐주얼 게임으로 인기를 얻으며 독자적 세계관을 구축해 현재는 기존의 부제를 떼고 운영되고 있다.

캐주얼 게임 시대는 계속 진화 중

극단적으로 단순한 게임이란 뜻의 ‘하이퍼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분류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게임은 적은 자본, 가벼운 팀으로 이루어진 스튜디오에서 쏟아진다. 하이퍼 캐주얼의 정의에는 한 회사가 수백 종의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쏟아내고, 그중 잘되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기하는 제작 방식도 포함한다. 우리가 종종 SNS에서 보는 무료 게임이 그 예다. 이 게임은 무료 플레이 속에 광고를 넣어 수익을 내고, 광고에 다시 다른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들어가면서 일종의 생태계를 만들며 스마트폰 게임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에선, 캐주얼 게임 붐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게임이란 말을 콘텐츠로 바꿔보면 이해하기 쉽다. 요즘 인기 있는 게임은 깊은 고민 없이 최근의 소비 양식으로부터 나온 생산 결과라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끊임없는 자기 복제와 SPA 패션처럼 많이 만들고 쉽게 버리는 사이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지금 캐주얼 게임을 주목하는 이유와도 같다. 수천 개의 비슷한 게임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이른바 ‘좋은 게임’의 생존 요건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단순함’이 트렌드라는 이유로 표절에 가까운 게임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서 게임 메커닉은 보호 대상이 아닌 탓일까? 저비용 생산에 매달리며 최소한의 번역이나 기본적 조작마저도 완성되지 않은 채 출시한 게임은 마켓 전체 수준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캐주얼 게임 열풍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수백억 원 단위의 과도한 제작비 경쟁이 된 게임 산업 시장에서 캐주얼 게임이 주도하면 그저 한 가지 게임의 흥행 여부로 사운을 걸어야 하는 제작사의 불리함을 줄이고 새로운 시도와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산업 생태계의 건전성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날로 발전하는 지금, 캐주얼 게임은 중요한 티핑 포인트가 되었다. 이전까지 디지털 게임 분야는 잠자고 일할 시간을 아껴가며 빠져든 헤비 게이머 중심으로만 부각되어 치기 어린 어른들의 서브 컬처라는 관점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그러나 캐주얼 게임 붐을 타고 드디어 게임이 대중문화로서 새로운 입지에 들어서고 있다. 만약 그동안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여기지 않았다면 이제는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이경혁(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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