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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의 의미를 아나요?

슬로건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결정적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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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가리의 2020년 ‘마이 트로포’ 캠페인.
2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디올의 2020년 F/W 컬렉션.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간직한 좌우명 하나쯤은 있다. 각자의 좌우명은 스스로 중시하는 이념과 삶에 대한 태도를 반영한다. 때론 좌우명이 한 사람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패션계의 여러 브랜드에서 제시하는 ‘슬로건’ 역시 마찬가지다. 매 시즌 각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새 컬렉션을 내놓으며 다양한 방식과 재료로 특정 주제를 묘사한다. 더불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기발한 협업이나 프로젝트성 캠페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물론 고유의 디자인 철학이 깃든 룩, 독창적 시각이 느껴지는 사진 등을 통해 우리는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그 의도와 의미를 축약한 슬로건이야말로 가장 직관적인 소통의 매개체다.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듯, 짤막한 슬로건이 무수한 이들과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3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제냐의 2020년 F/W 컬렉션.
4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디올의 2020년 F/W 컬렉션.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최근 패션계는 슬로건의 힘에 한층 주목하기 시작했다.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라는 레터링 티셔츠를 출시하며 이미 몇 해 전부터 슬로건을 통한 대화에 꾸준히 힘써온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2020년 F/W 컬렉션 쇼가 열린 파리 튈르리 정원을 ‘Feminine Beauty is a Ready-made(여성미는 곧 기성품이다)’ 등 갖가지 상징적 문구의 네온사인으로 꾸며 그녀가 던진 페미니즘 화두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색적 런웨이를 완성했다. 한편 하우스의 비전을 담은 비유적 슬로건도 흥미롭다. 제냐는 2020년 F/W 컬렉션을 ‘#UsetheExisting’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공개했는데, 기존 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컬렉션의 특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친환경 패션을 향하는 브랜드의 궁극적 목표를 고스란히 나타냈다. 불가리의 2020년 캠페인 ‘마이 트로포(Mai Troppo)’의 슬로건 ‘Never Too Much(절대 과하지 않다)’도 브랜드 특유의 열정적 이미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슬로건은 3명의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하는 캠페인 사진과 달리, 3개의 함축적 단어로 불가리의 대담한 도전정신을 확연히 느끼게 한다. ‘언어’ 자체를 주제로 삼아 슬로건의 역할을 시사한 헬무트 랭의 ‘HelmutLanguage’ 컬렉션도 재미있는 사례다. 올해 6월 디자이너 윌리 노리스와 손잡고 출시한 컬렉션의 티셔츠, 재킷 등에는 ‘The Words are Right in front of You(문자는 바로 당신 앞에 있다)’ 같은 언어의 중요성을 다룬 문구를 새겼다. 레터링을 줄곧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온 윌리 노리스는 이번 협업 컬렉션이 얼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흑인 인권 운동의 슬로건 ‘Black Lives Matter’와 일맥상통하는 언어의 가치를 내포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메시지를 의상 디자인에 결합해 언어와 패션 두 분야의 상호 관계를 증명한 셈이다.

5, 6 헬무트 랭과 디자이너 윌리 노리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HelmutLanguage’ 컬렉션.

예술은 ‘은유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패션계의 슬로건은 조금은 모호한 상상 속 추상적 언어를 눈앞에 펼쳐 ‘진술하는 것’일 테다. 슬로건을 구성하는 몇몇 단어는 하우스의 역사를 관통하는 신중한 선택의 결과다. 간결하지만 확실한 단 하나의 문장, 슬로건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보낸 메신저를 곧바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정확한 주파수를 찾은 것처럼 분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통해 마침내 완벽한 교류를 이룰 수 있다.

에디터 박소현(angelapark@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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