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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꿀잠 자세요

잠을 돈으로 사는 시대. 꿀잠을 위한 솔루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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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제작한 네이버 웹툰 <이말년 씨리즈>의 ‘잠은행’ 에피소드는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해 은행에서 잠을 빌리는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금이라도 덜 자고 남과 경쟁해야 중간은 간다는 강박이 잠의 부채를 더하고, 결국 차압을 당한다는 슬픈 이야기다. “고객님, 대출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겁니다.” 잠은행 지점장으로 등장하는 양동근의 대사는 그 어느 때보다 섬뜩하다.

잠을 빚진다니, 황당한 얘기 같지만 실제로 세계적 수면의학 권위자 윌리엄 디멘트가 <수면의 약속>이라는 저서에서 발표한 개념이다. 세계 최초로 수면 센터를 만든 윌리엄 디멘트 박사는 제대로 자지 못한 잠은 빚으로 쌓여 뇌가 정확히 기억한다고 말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뇌 질환, 체중 증가, 창의력 저하, 집중력 부족, 면역력 저하 등)은 각종 연구를 통해 해마다 사례를 더해가고 있다.

시간은 유한하니 현대인은 자꾸 지름길을 찾는다. 하물며 잠을 돈으로 사는 시대다. ‘수면 테크’라는 장르가 각광받으면서 매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기발한 아이템이 쏟아져 나온다. 대한수면학회 정기영 회장은 유례없는 수면 테크의 뜨거운 인기에 대해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로 자신의 수면, 활동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하면서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눈부신 스마트 기기와 24시간 컨택트 시대가 되면서 개인의 수면-각성 주기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향은 우려스럽지요”라고 덧붙였다.

수면 질환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를 비롯해 수면 상태를 체크하는 각종 수면 테크 제품으로 수면을 돕는 방법이 다양해졌지만, 좋은 잠을 취하는 근본적인 생활 수칙은 여전히 뻔한 정답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의 최근 저서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건강한 수면을 위한 방법’으로 언급한 내용은 에디터(아마도 독자 또한)가 기존에 알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분히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것, 잠자기 전 멜라토닌을 억제하는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를 쐬지 말 것, 자기 전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침실은 서늘한 온도를 유지할 것, 뇌를 각성시키는 니코틴과 카페인을 줄일 것, 멜라토닌 생성을 위해 아침 햇살을 쬘 것.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생활 수칙은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뻔한 다이어트 조언과 다르지 않으니, 좌절감만 더해간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이나 다이어트 방법이 따로 있듯이 자신의 수면-각성 주기를 이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수면 장애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수면 상태를 위한 첫 번째 노력입니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등이 있으면 최선의 수면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지요. 또한 자신의 수면-각성 주기를 잘 파악해 그 리듬에 맞게 생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영 회장은 말한다. 생체 시계와 일상생활의 패턴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이라 부른다. 주말에 늦잠을 자면 생체 시계가 45분에서 1시간 정도 늦춰진다. 주말에 늦잠을 잘 때마다 밀린 잠의 이자를 갚는 셈인데, 이렇게 해도 원금을 갚을 만큼 밀린 잠의 피로를 회복하지는 못한다. 수면 빚은 그렇게 쌓여간다. 흔히 말하는 월요병은 주말 시차를 극복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물질 만능의 시대에도 여전히 ‘하루아침’에 잘못된 수면 습관을 돈으로 개선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건강한 수면 습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2주 이상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중에 습관을 지키면서 주말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원상 복귀된다는 것입니다. 휴일에도 일정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즉각적인 효과를 위해 찾는 멜라토닌도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멜라토닌이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얼마나 복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개인차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멜라토닌을 먹고 잔 뒤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두통 같은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하므로 자신에게 정말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대한약사회 홍보위원 정재훈의 말이다. 최근 불면증에 좋다고 홍보하는 건강기능식품 역시 광고만큼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수면제와 달리 며칠에서 몇 주까지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장기간 복용한 뒤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잠들기 전 술 한잔 마시는 것은 어떨까. “알코올은 쉽게 잠들도록 ‘입면’을 돕기도 하지만, 깊게 잠드는 ‘서파 수면’ 단계에 돌입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술 마시고 잠들면 밤에 자주 깨거나 아침 일찍 눈을 뜨는 것이 그런 경우죠. 아침 일찍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것은 후기 불면증으로 구분합니다.” 지앤지병원 수면클리닉 이혜원 원장의 말이다. 잠들기 위해 마신 술이 결과적으로 잠의 질을 떨어뜨리니, 오직 잠들기 위한 방법으로 술을 마실 거라면 차라리 수면 유도제를 처방받아 복용할 것을 그는 권한다.

누군가는 5시간만 자도 개운하다 말하고, 누군가는 8시간을 자도 하루 종일 피곤하다 말한다. 좋은 잠이란 과연 뭘까? “수면 시간이 적절해야 하고, 깊은 수면의 지표인 서파 수면이 적절히 있어야 하며, 수면-각성 주기가 사회 활동과 잘 맞아야 좋은 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잠을 취하면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고 활력이 생기며 주간에 졸리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죠. 100만 명 이상 분석 결과 건강한 사람의 대부분이 하루 7시간 30분에서 8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디까지나 통계 수치인 만큼 양극단의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러나 적게 자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잘 관찰해보면 틈틈이 쪽잠으로 수면 부족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디슨의 경우죠.” 정기영 회장의 말에 좋은 잠을 자고 있는지 자문하던 에디터는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 결과, 그동안 스스로 내린 수면 자가 진단은 다소 오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 누운 뒤 10분이 지나자 뇌가 금세 잠들었고, 한번 잠든 뒤에는 잘 깨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1시간에 일곱 번씩 뇌가 깨어 얕은 잠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그래프가 증명했다. 잠을 충분히 자는데도 개운하다고 느끼지 못한 건 특별한 수면 장애가 원인이 아니라 불규칙한 생활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수면다원검사로 수면 장애 유무를 체크하고 나면 좋은 잠으로 가는 길이 보다 수월해진다.

한국은 오랫동안 OECD 국가 중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라는 오명을 썼다. 한데 이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건,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한 건 어떻게든 잠을 줄여야 잘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잠이 마치 죽은 시간이라도 된다는 듯. 그러나 인지 기능 개선, 창의력과 통찰력 향상, 면역력 증진, 과민 반응 개선 등 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잠은행’에서 이말년이 ‘국민의 의무’로 권고한 것처럼 잠은 또 다른 삶이다. 잠을 하찮게 여기는 순간 당신의 삶이 하찮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Check This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라 해도, 불면의 불씨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신 기술 혹은 물건.

수면다원검사

자신의 수면 상태를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검사. 온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병원에서 하룻밤 자는 동안 잠이 든 시간과 잠든 상태, 코골이, 자세 변화, 수면 무호흡, 잠꼬대 증상 등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 불면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그에 맞는 처방을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지원을 받는 몇몇 수면 클리닉에서 10만 원 내외로 진행할 수 있고, 실비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숙면 스마트 안대

도시에 쏟아지는 빛은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뉴로온의 숙면 스마트 안대는 자는 동안 근육의 긴장과 눈의 움직임, 뇌파 등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사용자의 눈에 적절한 빛을 쏜다. Neuroon.

슬립 센싱 & 오토매틱 패드

센서로 수면 주기 분석, 심박수 추적, 코골이 감지 등을 통해 수면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매트. 매트리스 아래 깔아놓고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하게 조작 가능하다. Withings.

모션 필로우

CES 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 기업 텐마인즈가 만든 제품으로, 수면 중 사용자의 코골이와 머리 위치를 모니터링해 내장된 4개 장치를 통해 사용자의 머리 위치를 조절해준다. 10minds.


아모+

저주파 전자기 신호를 이용해 신경계에 이완 효과를 유발해, 낮 활동 중 또는 잠자기 전에 사용하면 뇌파 및 자율신경계 활동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molab.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디자인 오신혜

참고 자료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매슈 워커 저, 열린책들), EBS 다큐프라임 <잠>

도움말 정기영(대한수면학회 회장), 정재훈(대한약사회 홍보위원)

취재 도움 지앤지병원 수면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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