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도 경매가 되나요?

조회수 2020. 6. 12. 09: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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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물 2점이 경매에 나와 화제가 되었다. 보물이 경매에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미술품 경매에 보물이 출품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가 민간 시장에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드러낸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보나 보물 등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일지라도 개인이 소장한 경우, 국외에 반출하지 않는 한 문화재청에 소유주 변동사항을 신고하기만 하면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다. (15일 기한 내에 신고 누락시 과태료를 부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경매시장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지정문화재 소유권 변동현황을 살펴보면 총 28건의 보물 문화재가 거래됐으며, 이 가운데 19건이 경매 시장에서 이뤄졌다.


월인석보 권20 月印釋譜 卷二十 (보물 제 745-11호), 목판본, 1459, each 33×22.7cm, 234면


케이옥션에서 거래된 보물만 몇 가지 꼽아보더라도 들으면 알 만한 작품들이다. 조선 세조 때 간행된 한글 불교서적 ‘월인석보 권20'(보물 제745-11호)이 3억 5천만 원에 낙찰되었고,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이 ‘목우자수심결’을 한글로 풀어 쓴 '목수자수심결 언해'(보물 제1848호)가 2억 5천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또 석가모니와 보살의 문답을 통해 사방에 가득한 생멸함(우주만물이 생기고 없어짐)이 없는 원각(부처의 원만한 깨달음)의 청정한 경지와 그에 도달하는 수행법을 담은 경전인 보물 제1518호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陀羅了義經)'이 2억 원에 거래되었다. 이 밖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99호로 지정된 ‘혼천의(渾天儀)’는 천체를 관찰할 때 사용하는 도구로 ‘혼천설(고대 중국의 대표적 학설 중 하나로 공 모양의 하늘이 땅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에 의거해 하늘이 땅을 둘러싼 모습으로 제작된 것이며, 현존하는 것은 열 개 안팎으로 그 희귀함과 가치를 인정받아 2억 원에 낙찰되었다.


보물 제 585호, 1558~1746, 퇴우이선생진적첩 退尤二先生眞蹟帖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보물은 바로 2012년 9월 경매에 출품되어 치열한 경합 끝에 34억원에 낙찰되었던 보물 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이다. ‘퇴우 이선생’이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각각 첫 글자를 딴 것이다. 1975년 보물로 지정된 이 작품은 내용 14면과 앞 뒤 표지 2면을 포함하여 총 16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에 한국 미술사 최고의 거장이자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이 4폭 실려 있다. 여기에 발문과 이 서첩의 전승 내력까지 꼼꼼히 적혀 있어 당대의 문화예술과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겸재 정선이 그린 4폭의 작품 중 한 점인 ‘계상정거도’는 천 원짜리 지폐의 앞면이 실려 있어 더욱 유명한 작품이다. ‘계상정거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자 안에서 한 선비가 글을 읽고 있는데 그가 바로 58세의 ‘퇴계 이황’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림만으로 퇴계의 나이를 알 수 있을까? 바로 그림을 그린 겸재 정선이 퇴계가 그의 대표작인 ‘주자서절요’를 짓고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을 곁들였기 때문이다.


겸재 정선 1676 – 1759, 계상정거도, 종이에 수묵담채, 32.5 x 44.1cm, 174


보물이 경매에서 낙찰될 경우 낙찰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작품의 위탁자와 낙찰자에 대한 정보는 경매회사의 약관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비밀에 부쳐진다. 그러나 국가지정문화재의 향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빛나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관리 보존하여 후대에 남겨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손이천(케이옥션 수석경매사)

디자인 장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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