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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시계 박람회, 그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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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박람회의 ‘위기론’이 대두된 요즘. 다시금 열정을 바칠 절호의 시간이 찾아왔다.

시계 박람회는 한 해 시계업계의 주요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장이자, 브랜드와 리테일러 그리고 많은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교류 창구 역할을 한다. 그중 지난 2017년 100주년을 맞이한 바젤월드(Baselworld)가 대표적으로, 명실공히 세계 최대 시계・주얼리 박람회로 높은 위상을 자랑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30회를 맞이했을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 Wonders)도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시계 박람회다. 참고로, 워치스앤원더스는 2020년부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SIHH)를 대신할 새 이름으로, 기존 포맷을 탈피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순항 중이던 이들 박람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시계 박람회의 ‘위기론’이 대두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세계 시계 산업을 주도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 중 하나인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의 2019년 바젤월드 불참 선언은 이러한 위기론에 기름을 붓는 일대 사건이었다. 브레게, 블랑팡, 해리 윈스턴, 오메가, 론진, 해밀턴, 티쏘 등 다수의 메이저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 그룹의 바젤월드 이탈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크고 작은 여타 시계 브랜드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스와치 그룹의 이탈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SNS가 차세대 마케팅 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잠재 고객인 대중에게 자사의 제품 관련 정보는 물론 시계에 담긴 기술과 가치를 보다 간편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랜 준비 기간과 막대한 참가 비용이 발생하는 기존 박람회 포맷에 의구심을 품는 이도 생겨났다.

SIHH에서 이름을 바꾼 워치스앤원더스와 스와치 그룹이 2019년부터 진행 중인 타임 투 무브의 캠페인 비주얼. 2020년 에디션은 모두 취소됐다.

또 특정 시계 그룹 혹은 브랜드별로 소규모 독점 행사를 통해 미디어 및 파트너들과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도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커졌다. 대표적 예가 브라이틀링이다. 브라이틀링은 CEO 조지 컨이 새로 취임한 뒤 신제품 공개 행사인 브라이틀링 서밋(Breitling Summit)을 매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바젤월드 불참 이후 스와치 그룹은 자사의 프레스티지 브랜드를 집결한 타임 투 무브(Time to Move)를 2019년부터 전개했고, LVMH 그룹은 불가리・위블로・제니스・태그호이어를 주축으로 한 LVMH 워치 위크(LVMH Watch Week)를 신설해 올해 초 두바이에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아직 구체화된 건 아니지만, 2019년을 끝으로 워치스앤원더스와 작별을 공식화한 오데마 피게와 리차드 밀 역시 자신만의 신제품 공개 행사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2020년 2월부터 가속화된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양대 시계 박람회에 큰 치명타를 안겼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차례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줄줄이 취소된 것.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시계 박람회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상 국가 간 하늘길이 끊기고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명목으로 외출・여행을 자제하는 상황인 데다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분위기가 국제적으로 확산, 시계 박람회의 취소는 어느새 아득한 옛일처럼 잊혀졌다. 더욱이 지난 4월 14일, 바젤월드의 메인 브랜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롤렉스, 파텍필립, 쇼파드, 샤넬 워치, 튜더가 2021년 바젤월드 불참을 선언해 말그대로 풍전등화의 상태가 됐다. 이어 LVMH의 시계 브랜드 또한 그 뒤를 이었다.

1월에 두바이에서 거행된 LVMH 워치 위크.

올해는 코로나19의 팬데믹이라는 예측 불가한 변수가 작용했지만, 앞서 말했듯이 시계 박람회의 위기론은 복합적 원인으로 생겨났다. 틀에 박힌 박람회 형식을 탈피하고자 하는 일부 회사의 합리적(!) 의심이 있었고, 단일 박람회 참석을 위해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일인가에 대한 회의도 있었다. 게다가 스위스 시계 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든 시점에 박람회 개최의 경제적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더해져 위기론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 그럼에도 박람회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고급 시계와 주얼리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해당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필자 역시 이러한 견해에 동의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한들 값비싼 물건을 판매하려면 제품이 실제 매장에 진열되기 전 고객의 관점을 대신해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정하게 제품을 평가할 수 있는 장! 그것이 바로 박람회의 주요 목적이다. 일부 브랜드가 박람회를 벗어난 상황도 박람회 위기 이유로 점쳐지지만, 여전히 워치스앤원더스에는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몽블랑, 파네라이를 비롯해 리치몬트 그룹 브랜드를 필두로 한 시계 명가가 꿋꿋이 버티고 있다. 바젤월드에서 벗어난 브랜드들 역시 함께 모여 자신들만의 워치 페어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 전통적 메가 브랜드 외에 신진 브랜드, 독립 시계 브랜드 등이 양대 박람회에서 제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브랜드의 이동은 있지만 박람회의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많은 브랜드가 느끼고 있는 것. 다만, 시대에 걸맞게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 

브랜드별로 거대한 부스를 세우고 신제품을 보여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시계 역사에서 중요한 제품을 보여주는 특별 전시의 확대, 시계 제작 체험 공간 등 브랜드의 각개전투와 별개로 시계 문화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또 박람회 기간 방문객이 개최 도시(바젤과 제네바)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마련한다면 시계 박람회가 위기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실제로 바젤과 제네바는 박람회 덕분에 오랜 시간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수혜를 입었지만,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누린 혜택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넘게 이어진 시계 박람회가 고작 한두 해의 위기로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박람회 취소를 아쉬워하듯, 박람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러 브랜드가 마음을 모아 게릴라성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고무적이다.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을 브랜드들이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 행사 취소로 기존 4월에서 1월로 개최 일정을 변경한 바젤월드의 발표에 따라, 참가 의지를 보이는 유수의 브랜드는 내년 박람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공백의 시간, 큰 열정과 의지로 내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장세훈(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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