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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를 바르는 방법, 루즈 에르메스

조회수 2020. 4. 8. 1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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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뷰티는 여성들의 새로운 제스처가 될 것이다. 그 시작은 '루즈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루즈 에르메스를 위한 가죽 액세서리를 함께 선보인다. 가죽 케이스를 열어 립스틱을 꺼내는 행위 자체가 근사한 뷰티 제스처가 될 수 있다.

A New Metier of Hermes

2018년, 에르메스 CEO 악셀 뒤마가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에르메스 뷰티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어떤 모습일지 알 순 없어도 에르메스 뷰티라는 존재는 마치 재벌가의 유일한 후계자처럼 기업의 주주가 되기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운명이겠다 생각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에르메스가 어떤 하우스인지 상세히 읊을 필요가 있을까? 이유는 그저 ‘에르메스니까’로 압축할 수 있을 듯하다. 에르메스 뷰티에 대해 조용히 상상해본 순간도 있다. 캐멀 컬러 가죽을 두른 케이스에 오렌지 컬러 립스틱? 말 재갈 모양의 작은 버클을 장식한 팔레트? 상상은 자유였고, 무엇을 떠올리든 에르메스라는 이름을 새기는 것만으로 머릿속 그림은 꽤 근사해졌다. 그리고 2020년 새해, 마침내 에르메스 뷰티가 파리에서 런칭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리로 떠나기 며칠 전, 상상만 하던 그 결과물을 구글링을 통해 미리 찾아볼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컬러 블록을 쌓은 듯한 립스틱 비주얼이었고, 그 첫인상은 사실 조금 ‘의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에르메스다움’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의 틀 안에서 너무 전형적이고 단편적인 상상만 재생했기 때문인 듯하다.

에르메스 뷰티는 발리 바레, 피에르 아르디, 제롬 뚜롱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에르메스 아카이브에 있는 7만 5000개 이상의 컬러 견본과 900개가 넘는 가죽 견본에서 컬러를 채택했으며, 감각적이면서도 리필 가능한 케이스로 지속 가능성까지 이야기한다.

Colorful Spirit

지난 2월, 파리엔 400명이 넘는 전 세계 프레스와 인플루언서가 속속 도착했다. 그 수만큼 파리 시내 곳곳의 호텔에 흩어져 머물던 이들은 2월 5일 파리의 건축 박물관(Cite de l’Architecture)으로 모여들었다. 에르메스 뷰티의 런칭과 함께 첫 번째로 선보이는 루즈 에르메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프레스 콘퍼런스에는 에르메스 뷰티 런칭에 핵심적 역할을 한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 에르메스 슈즈 &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리 바레(Bali Barret, 에르메스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제롬 뚜롱(Jerome Touron)이 함께했다. 비공개 행사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는 피에르-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에르메스 하우스는 자사에서 전개하는 아이템 카테고리를 ‘메띠에(metier)’라고 부른다. 마구와 관련된 가죽 제품, 레디투웨어와 액세서리, 실크 & 텍스타일, 향수, 시계 등으로 구성한 기존 에르메스 메띠에에 오랜만에 새로운 한 가지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에르메스 뷰티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콘퍼런스 현장에서 마주한 에르메스 뷰티는 거창하게 포장하지도, 요란하게 과장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진정성 있는 가치를 드러냈다. “에르메스는 개개인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최상의 상태로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가리거나 속이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피에르-알렉시 뒤마는 “에르메스 뷰티는 자아실현과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컬러”라 정의하며, “다른 에르메스 메띠에의 모든 오브제와 동일하게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에르메스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컬러, 투명함, 광채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발리 바레, 피에르 아르디, 제롬 뚜롱과의 협업으로 오브제와 소재, 컬러, 제스처, 텍스처까지 완벽하게 연결된 제품을 완성했다.


1 날렵한 디자인의 립 브러시와 유니버설 립 펜슬.
2 에르메스 가죽 표면을 연상시키는 텍스처의 매트 피니시 루즈 에르메스. 뾰족한 모양의 셰이프로 정교한 립 라인을 구현할 수 있다.
3 루즈 에르메스의 고정 컬러 제품, 엠블레매틱 컬렉션은 총 스물네 가지. 여기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세가지 컬러를 출시한다. 왼쪽 첫 번째 제품은 립 케어 밤, 두 번째 제품은 시머링한 질감의 포피 립 샤인, 세 번째가 엠블레매틱 컬렉션 제품이다. 그 옆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색다른 컬러 블록으로 디자인을 달리했다.

많은 이들이 루즈 에르메스에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아마 에르메스만의 컬러 차트일 것이다. 목에 두른 실크 스카프 속 고유의 에르메스 컬러를 이제 입술에도 바를 수 있게 됐으니. 제롬 뚜롱은 “에르메스의 컬러가 실크에서 가죽으로, 또 에나멜과 래커로 이어지는 여행이 지금 메이크업에 다다랐다”며 에르메스 뷰티 런칭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가죽이나 실크의 컬러에서 립스틱 컬러를 상상해본 것이 에르메스 뷰티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발리 바레는 여성의 목에 두른 실크 스카프가 화사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듯 에르메스 뷰티를 통해 궁극적 여성미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에르메스 실크를 위한 7만5000개 이상의 컬러 견본과 900개가 넘는 가죽 견본을 보유한 리옹 아카이브는 매 시즌 수백 가지 새로운 컬러로 채워집니다. 에르메스 뷰티를 통해 이 아카이브 속 다양하고 폭넓은 컬러를 가져오고 싶었죠.”

4 기존 컬렉션과 다른 컬러 블록으로 디자인한 리미티드 에디션은 루즈 에르메스에 경쾌한 감각을 더해준다.
5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입술에 색감을 입히는 행위 조차 에르메스만의 제스처로 느껴졌다. 아티스트들의 가죽 메이크업 에이프런도 눈길을 끌었다.
6 새틴 피니시 루즈 에르메스. 둥근 모양으로 디자인해 입술에 부드럽고 풍성한 발림성을 선사한다.

그렇게 에르메스의 다채로운 컬러 차트에서 최종 선택한 컬러는 총 스물네 가지. 24라는 숫자는 에르메스 본점이 있는 포부르생토노레 24번지와도 관련이 있다. 방대한 에르메스의 컬러 아카이브에서 스물네 가지 립 컬러만 선택해 선보이는 것은 당연히 아쉬운 일. 그래서 6개월에 한 번, 리미티드 컬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도 세 가지 컬러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했으며, 좀 더 컬러풀한 컬러 블록 디자인이 특징이다. 루즈 에르메스의 텍스처는 매트와 새틴으로 구성한다. 가죽 표면을 재현한 듯한 매트 텍스처는 뾰족한 셰이프로 정교한 립 메이크업을 가능하게 하고, 실크 스카프에 대한 경의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새틴 텍스처는 둥근 모양으로 보다 풍성한 발림성을 자랑한다.

7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알렉시 뒤마.
8 에르메스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발리 바레.
9 에르메스 슈즈 &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
10 에르메스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롬 뚜롱.

Sensory Attitude

루즈 에르메스를 입술에 컬러를 입히기 위해서만 구입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클러치를 열어 립스틱을 꺼낸 후 입술에 갖다 대는 모든 움직임이 에르메스 뷰티를 즐기는 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르메스는 ‘뷰티는 제스처’라고 표현한다. 그 모든 동작에서 아름다운 케이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케이스 디자인을 담당한 피에르 아르디도 이 점을 간과했을 리 없다. “여성이 수시로 사용하며 매일 가지고 다니는 이 작은 오브제는 그 사람의 애티튜드를 만듭니다. 마치 주얼리를 구입할 때처럼 특별한 애티튜드를 선사하기 위해 매끈한 래커와 은은한 골드 소재가 조화를 이루어 감각적 텍스처를 만들어내도록 했죠.” 스물네 가지 루즈 에르메스는 래커와 무광의 골드 소재가 블록처럼 쌓여 있는 형태로, 오목한 윗부분에는 1923년 에밀 에르메스가 디자인한 엑스리브리스(L’ex-libris)를 인장처럼 장식했다. 루즈 에르메스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립 컬러는 리필 가능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한 구조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플라스틱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11 런칭 파티장에 마련한 에르메스 아카이브 전시장. 에르메스 아카이브에 새롭게 등장한 루즈 에르메스가 에르메스의 상징적 오브제들과 나란히 놓였다.
12 루즈 에르메스 컬러로 입술 초상화를 그려준 컬러 존.

Object, Material, Color, and Gesture

이날 저녁, 파리 호텔 파르티퀼리에(Hotel Particulier)는 에르메스 뷰티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호텔 룸은 오브제, 소재, 컬러, 제스처까지 에르메스 뷰티의 네 가지 키워드를 표현하는 전시와 퍼포먼스로 채워졌다.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공간은 에르메스 뷰티에 영감을 준 에르메스 아카이브 전시장. 실크 스카프의 패턴, 버건디 레드 톤 안장, 붉은 오렌지빛 모자, 매끈한 베이지 가죽 장갑 등과 한 공간에 놓인 루즈 에르메스를 보니 지난번 구글링을 통해 다소 의외라 여긴 루즈 에르메스가 이제는 왜 에르메스 뷰티인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그 색감은 물론이거니와 에나멜과 매트를 오가는 소재의 질감, 클래식과 모던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 등 이 작은 오브제에 에르메스의 헤리티지가 모두 녹아 있는 게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시장 옆에서는 아카펠라 리듬을 타고 흐르는 아티스트들의 댄스를 통해 ‘제스처’를 설명하고 있었고, 이 키워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제품 테스팅 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13 레드 컬러 의상을 입는 퍼포먼스로 움직임 속에서의 텍스처를 표현했다.
14 예술적 장식으로 전시장에 놓인 루즈 에르메스.

에르메스 뷰티가 선보이는 제품은 루즈 에르메스를 비롯해 립 케어 밤, 유니버설 립 펜슬, 시머링한 질감의 포피 립 샤인, 립 브러시가 그 출발선에 선다. 루즈 에르메스에 꼭 맞는 가죽 케이스를 비롯해 탈착이 가능한 작은 거울을 갖춘 가죽 케이스 등 함께 선보이는 액세서리는 루즈 에르메스가 기존 립스틱과는 태생부터 다른 이유를 다시금 설명해주기도 한다. 에르메스 뷰티는 파운데이션과 다른 컬러 제품, 스킨케어 제품 등을 계속 추가하며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물론, 루즈 에르메스만으로도 이미 즐거운 제스처는 시작되었다. 화학 처리를 하지 않은 재활용 종이 박스의 작은 틈새로 비치는 오렌지 상자, 이 앙증맞은 상자를 열면 캔버스 소재 파우치에 주얼리와도 같은 루즈 에르메스가 담겨 있다. 매끈한 래커 케이스를 열어 입술에 바르고 ‘딸각’ 소리를 내며 다시 닫는 제스처만으로, 이제 에르메스를 보다 친밀하게 소유할 수 있다.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사진 제공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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