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회자되는 패션의 영감 세 가지는?

조회수 2020. 4. 7. 10: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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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예술적 상상을 실현해주는 대표 모티브 세 가지.
‘포괄적 정원’을 테마로 콜로코 아틀리에와 협업한 디올의 2020년 S/S 컬렉션 쇼장.

Back into Nature

2020년 S/S 시즌, 대다수 브랜드의 컬렉션은 말하자면 거대한 숲과 같았다. 환경보호, 지속 가능성 등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런웨이 곳곳을 초록빛으로 푸르게 물들였다. 하지만 자연의 빛깔이 제각기 다른 것처럼, 하우스마다 그려낸 ‘자연주의 컬렉션’도 다양한 모습을 띠었다. 특히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앤드류는 자연의 이상적 풍경을 어머니의 벽난로 위에서 찾은 어릴 적 사진에 비유하며, 밝고 경쾌한 색감이 돋보이는 여유로운 실루엣을 그려냈다.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채 순수하게 웃던 그때의 기분을 떠올렸어요. 사진 속 저와 남동생은 한껏 신이 난 표정이죠.” 

한편,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소중한 자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상징적 공간인 ‘정원’을 컬렉션 테마로 삼았다. 조경 단체 콜로코 아틀리에와 협업해 160그루가 넘는 나무와 무수한 식물로 꾸민 이번 시즌 컬렉션 쇼장 내부는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과 그의 여동생 카트린 디올이 사랑한 옛 정원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섬세한 자수 장식, 유기적 형태의 야생화 프린트 의상을 입고 차례로 걸어 나오는 모델들을 따라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의 잔잔한 OST 음악이 울려 퍼져 관객은 마치 자연의 품에 안긴 듯한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어느 여름날’을 테마로 포근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컬렉션을 완성한 펜디, ‘자연을 통한 인간성의 고찰’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설치물 사이 화려한 컬러와 패턴의 의상으로 구현한 마르니까지. 공통된 자연 모티브를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패션 하우스의 2020년 S/S 컬렉션에서는 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독창적 시각과 환경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오롯이 드러났다.

여성의 다양한 표정이 담긴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루이 비통의 2020년 S/S 컬렉션 쇼장.

Re-born Age

누구에게나 특별한 영감을 주는 시대가 있다. 2020년 S/S 시즌 저마다의 정취에 흠뻑 젖은 패션 하우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샤넬의 버지니 비아르는 현대적 시각으로 ‘시대의 재해석’을 일삼은 대표적 사례다. 그녀는 파리의 높고 낮은 지붕을 보며 1950년대 젊은이들이 주도한 예술운동 ‘누벨바그(Nouvelle Vague)’를 떠올렸고, 지붕 위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듯한 재미있는 런웨이 무대를 연출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이번 컬렉션의 룩은 단지 한 시대의 풍경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현대 여성의 주체적 면모를 상징한다.

‘예술 황금기’라 불리는 ‘벨에포크(Belle Epoque)’ 시대를 모티브로 한 루이 비통의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스크린 속 다양한 표정을 짓는 어느 여성의 얼굴을 배경으로 등장한 아르누보적 실루엣의 의상은 벨에포크 시대의 우아함을 간직한 동시에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태도가 느껴졌다. 반면, 존 갈리아노의 메종 마르지엘라 컬렉션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두 차례 세계대전 당시 각종 직업군이 입은 제복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은 그는 디스트로이드 디테일을 더한 밀리터리 룩과 간호사를 떠올리게 하는 모자 혹은 케이프, 런웨이를 가로지르는 남성 모델의 레더 소재 간부 후보생 유니폼 등으로 시대적 상황에 굴하지 않는 선구자들의 도전정신을 그렸다.

네온 컬러로 꾸민 발렌티노의 2020년 S/S 컬렉션 쇼장.

Varying Touches

하우스를 이끌며 발상의 전환을 거듭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2020년 S/S 시즌에는 ‘기법의 전환’을 꾀했다. 실제 미술이나 조각 작품을 만들 때 쓰이는 정교한 기법을 모티브로, 수공예 장식과 복잡한 테일러링 기술을 과감히 컬렉션 의상에 적용한 것. 이미 컬렉션마다 섬세한 쿠튀르적 디테일을 더해 감탄을 불러일으킨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이번 시즌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즐겨 사용한 ‘그리자유(Grisaille)’ 기법에 주목했다. 간결한 곡선 실루엣의 컬렉션 룩은 이러한 기법을 거쳐 한층 풍성하고 과장된 볼륨으로 재탄생했고, 환한 네온 컬러 쇼장 내부에서 눈부신 빛을 뽐냈다. 매 시즌 파리 유네스코 건물 안 런웨이에 아트 피스를 배치해 하우스의 예술 정신을 강조한 로에베는 서로 다른 소재의 믹스 매치 기법을 선보였다.

일일이 패턴을 이어 만든 기퓌르(Guipure)나 촘촘한 짜임의 샹티이(Chantilly) 레이스 등을 매끄러운 새틴, 빳빳한 코튼과 결합하면서 예상치 못한 이색적 조합의 컬렉션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기법 연구’에 몰두한 알렉산더 맥퀸의 컬렉션도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라 버턴은 2020년 S/S 컬렉션으로 옷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했는데, 스티치 스쿨을 비롯한 여러 패션 전공 학생과의 협업뿐 아니라 햇빛과 달빛에 자연히 색이 바래도록 건조한 리넨 드레스를 제작하는 등 자유분방한 시도로 변화를 추구했다.

에디터 손현지(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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