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즈데이즈 디자이너 유혜영의 특별한 결혼식

조회수 2020. 4. 6.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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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서핑을 사랑하는 유혜영과 김헌주에게 결혼식은 멋진 파티를 위한 과정이다.

유혜영이 입은 스티치 디테일의 올리브색 브라 톱과 크롭트 팬츠는 모두 Lehho, 메탈릭 소재 앵클부츠는 Christian Louboutin, 쇼트 베일은 Atelier Ku, 네크리스는 leeenoir by Hago. 김헌주가 입은 화이트 슈트는 Ordinary People, 실버 링은 Maple by Mr Porter, 화이트 라운지체어는 a.temp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름 하면 생각나는 커플이 있다. 서핑이라는 테마로 만난 이들은 10년 동안 끈끈한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소소한 성공과 실패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아몬드색 피부에 언제 어디서나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유혜영과 서핑을 자신의 영혼처럼 생각하는 김헌주. 각각 패션 브랜드 ‘데이즈데이즈’와 ‘잘루즈’를 운영하는 두 사람은 연인이자 서로 사업을 도와주는 비즈니스 파트너다. 유혜영 대표가 2015년 여름 런칭한 데이즈데이즈는 보디라인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컬러와 디자인으로 순식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잘루즈는 가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발돋움하고 있다. 생각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거침없이 표현하는 유혜영과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표현하는 김헌주는 다른 듯 비슷한 부분이 많다. 공통의 관심사와 주제로 대화가 끊이지 않는 커플. 올해부터 살림을 합친 두 사람에게 결혼식은 멋진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일 뿐이다.

유혜영이 입은 그린 드레스는 Eenk, 워치는 Cartier. 김헌주가 입은 니트 풀오버는 CK Calvin Klein, 코팅 진은 Cos.

두 사람이 잘 어울려요. 어떻게 만났나요? 

혜영 2011년 4월 벚꽃 피는 계절에 만났어요. 저희를 둘 다 잘 아는 언니가 소개해줬는데, 서핑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덕분에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었죠. 지금은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 같은 사이예요.

사업도 함께 하고, 취미도 같고, 이제 살림도 합쳤어요. 24시간 내내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헌주 어떤 부부는 집에서 말도 잘 안 한다는데, 우리는 관심사와 취미가 같은 데다 사적인 생활은 물론 일까지 함께 하다 보니 대화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에요. 심심할 겨를이 없죠. 오히려 입이 아파서 쉬자고 할 정도예요. (웃음)

서핑 외 취향이나 성격도 잘 맞나요? 

혜영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성향은 잘 맞아요. 더 깊은 단계, 성숙한 관계로 접어든 것은 엄청난 트러블을 겪은 뒤부터인데, 처음엔 둘 다 무난한 성격에 서로에게 잘 맞춰줘서 싸울 일이 없었죠. 각자 사업에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되면서 의견 차이 때문에 2년 정도는 격렬하게 싸웠어요. 단순한 연애 다툼이 아닌, 일에 관한 소신 문제니까요. 2~3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각자 분야에 대한 존중이 생기더군요. 서로 다른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덜 싸우게 됐죠. 한창 풋풋하던 시절과 격렬하게 싸운 시기를 지나 지금은 좀 더 끈끈하고 신비로워진 관계랄까요.

서로에게 선물 받은 소중한 물건을 가져와달라고 했는데, 다이어리와 시계네요. 

혜영 풋풋한 연애 초기, 제가 오빠를 생각하며 쓴 일기예요. 헌주 항상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죠. 저는 혜영이가 순간을 메모하면서 일기 쓰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사실 인생이 다 기억과 추억의 모음이잖아요. 저는 서툰 솜씨지만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만들어줬어요. 이런 기록이 없다면, 이렇게 세세히 추억을 돌이킬 수 없을 거예요. 혜영 이 두 가지가 국경을 넘은 장거리 연애를 끈끈하게 지켜준 장치였다고 생각해요. 사는 데 지쳐 감정이 무뎌질 때 이런 물건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인생에 이런 추억을 나눈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는 게 소중한 거죠.

버건디 사이드 테이블은 a.tempo.

시계와 얽힌 이야기도 특별할 것 같아요. 

헌주 대학생 때 일해서 번 돈으로 저를 위해 처음 산 까르띠에 시계예요. 혜영 오빠의 청년 시절 자긍심이 담긴 징표 같은 거죠. 저와 함께 일하면서 투쟁하듯 싸운 시기를 지나 저를 존중하게 됐을 때 이 시계를 선물로 주더라고요. 저한테는 이 시계가 ‘이제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삶을 개척해나가고 싶다’는 의미로 다가왔어요.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멀리 떠나가지 않고 옆에 계속 있을 거라는 믿음이 느껴졌죠.

식을 올리기 전 먼저 살림을 합쳤는데,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혜영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은 이미 결혼한 것과 같아요. 각자 가족과의 관계도 그렇고요. 헌주 결혼이라는 서약은 시기적 문제일 뿐, 언제 해야 한다는 조급함은 없어요. 혜영 계획은 대략 세웠어요. 여름이면 더할 나위 없고 햇빛과 자연, 바람이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다만 우리만의 행사이기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어 시점을 엿보고 있죠. 가벼운 파티 같은 느낌으로 하려고요.

김헌주가 입은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팬츠는 모두 Man on the Boon, 플라워 패턴 타이는 Prada by Mr Porter, 에스닉 리넨 머플러는 Etro by Mr Porter,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혜영이 입은 크링클 텍스처 슈트는 Eenk, 이어링은 H&M Conscious Exclusive, 링은 모두 Monica Vinader.

서핑하느라 좋은 휴양지를 많이 다녔잖아요. 신혼여행으로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혜영 예전에는 파도가 좋은 곳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살다 보니 그런 곳을 하나씩 다니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예쁜 곳보다는 서로 손 꼭 붙잡고 의지해야 하는 곳에 가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한 달 정도 아프리카 여행을 가는 거죠. 낯선 곳에 가면 더 의지하게 되잖아요.

두 분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헌주, 혜영 호주 바이런 베이요. 히피들이 서핑하며 사치 없이 건강하고 밝게 사는 문화가 이색적인 곳이에요. 함께 여행을 간 건 두 번 정도인데, 그런 여름 나라에서 건강하게 아이들 키우면서 살고 싶다고 꿈처럼 말해요. 


비즈니스 파트너와 연인 사이에서 줄다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서로 사업적 포지션은 어떻게 되나요? 

혜영 저는 크리에이티브한 면이나 경영 면에서 주관 있게 밀고 나가는 반면, 오빠는 먼저 사업을 해본 인생 선배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편이에요. 제 감각을 믿으면서도 경험이 부족하다 싶을 때마다 오빠가 조언을 해주고, 잘 모를 때는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죠. 그렇지 않았으면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을 거예요.

유혜영이 입은 독특한 소매의 오프숄더 드레스는 Zac Posen by Atelier Ku. 김헌주가 입은 블루 데님 헤링본 피크트라펠 슈트와 셔츠는 모두 Baton Lenoir, 재킷에 브로치처럼 연출한 플라워 헤어핀은 Atelier Ku.

앞으로 두 사람만의 새로운 사업을 꾸릴 계획도 있을 것 같아요. 

혜영 사실 저는 이미 원하던 수영복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건강한 모습으로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일하면서 여름 나라를 다닐 수 있는 라이프도 좋고요. 함께 하는 일에 관에서는 조금 더 즐거운 일로 돈을 벌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좋은 전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헌주 운동이나 건강과 관련한 일이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을 투자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고 있죠. 이 친구와 동반자로 함께하면서요.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혜영 지금 밖에서 힘든 일을 한 뒤 집에 들어왔을 때 포근한 침대로 들어가는 느낌 같아요. 내 침대 안은 안전하다고 느끼잖아요. 밖에서는 센스 있고 멋있는 사람처럼 보이려 애써 노력하지만, 이 사람 앞에서는 무릎 튀어나온 바지를 입든 침 튀기며 말하든 그 어떤 모습으로도 편안해요. 헌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배려하는 마음이 사랑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대로만 만날 수는 없거든요. 혜영이는 사업적 능력이 뛰어나고 배울 점도 많아요. 예를들면 혜영이가 가진 봉사하는 마음씨 같은 것도 그렇고요. 제가 존경하는 사람이자 사랑스러운 친구죠. 함께 있으면 늘 즐거워요.

어떻게 늙고 싶다는 나이 듦의 지표가 있나요? 헌주 저마다 인생의 목표가 있겠지만, 저희는 소소한 행복을 원해요. 둘이 함께할 때 주변의 다른 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면 좋겠다, 우리 삶이 어떤 사람에게 영감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한 번 사는 인생, 의미 있게 살면 좋겠어요.

에디터 이다영(yida@noblesse.com)

사진 이재안 패션 스타일링 박정아 헤어 이지(포레스타) 메이크업 황세연(포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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