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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구독 전성시대, 무엇을 구독하나요?

SNS의 흥행으로 한동안 주춤하던 이메일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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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있을까. 신문물로 추앙받아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금세 아날로그로 전락한다.

디스켓, 카세트테이프, CDP를 포함해 여러 하드웨어가 종적을 감췄고 야후 코리아, 라이코스 코리아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도 경쟁에서 밀리자 속절없이 사라졌다. 이메일도 예외는 아니다. 점점 업무용 성격이 짙어져 사적인 메일은 낯설게 느껴지는 데다 더 편리한 소셜 네트워크와 메신저 앱의 등장으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21세기 포문을 연 신(新)기술은 어느덧 구식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없느니만 못하다. 여러 플랫폼에서 읽을거리가 쏟아졌지만,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콘텐츠에는 알맹이가 부족했다. 스낵 컬처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은 점점 실속 있는 텍스트를 원했고, 이메일 기반의 뉴스레터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 뉴스레터라 해서 홍보성 짙은 소식지를 생각했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요새 이메일은 소셜 미디어보다 정보와 지식을 더 깊게 전달하며 전문 지식을 구축하도록 돕는다”라는 <포브스>의 기사처럼, 근래 런칭한 뉴스레터는 컨셉을 잡고 쓸모 있는 지식을 제공하는 ‘정보지’에 가까우니 말이다. 

1, 2 <뉴닉>의 대표 캐릭터 고슴이. 뉴스레터 주제에 따라 달라지는 고슴이의 모습이 볼거리 중 하나다.

먼저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CNN·BBC 방송이 뉴스레터를 전면 개편했다. 신문과 웹사이트에 실은 뉴스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이메일 포맷에 맞게 재편집하거나 뉴스레터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CNN은 그날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 뉴스를 담은 ‘CNN 5 Things’, <뉴욕타임스>는 ‘The New York Times’ Morning Briefing’으로 아침을 여는 짧은 뉴스를 이메일로 보내준다. <워싱턴 포스트>는 구독자의 다양한 취향에 맞게 각양각색의 뉴스레터를 운영하는데, 그중 여성을 위한 따스한 글귀와 여러 인권 이야기를 보내주는 ‘The Lily’가 인기 있다. 해외 주요 언론사들이 뉴스레터를 정성껏 만들고 있지만, 선두 주자는 따로 있다. 7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더 스킴>이다.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위한 뉴스레터로, 복잡한 뉴스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편안한 톤 앤드 매너가 특징. 이를테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메인 질문을 던진 뒤 ‘왜?’, ‘그래서?’, ‘어떻게?’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조곤조곤 설명하는 식이다. 접근 방식이 가볍다는 비판도 있지만, <더 스킴>은 오프라 윈프리의 구독 인증과 세라 제시카 파커, 타이라 뱅크스, 미셸 오바마의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3 매일매일 가장 중요한 뉴스 5개를 선별해 소개하는 ‘CNN 5 Things’.
4 <일기 딜리버리>를 구독하면 문보영 시인의 원고를 이메일과 일반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해외 뉴스레터들이 이름처럼 ‘뉴스’에 집중한다면, 국내 뉴스레터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가깝다. 음악, 문학, 시사, 철학, 경제 등 대주제에 걸맞은 이야기를 보낸다. <뉴닉>은 한국에서 뉴스레터 vv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이들은 뉴스레터가 하나의 미디어 포맷으로 자리 잡은 해외 사례와 아침에 메 일함을 확인하는 직장인의 모습에서 가능성을 보고 <뉴닉>을 런칭했다. <뉴닉>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위트 있게 녹여내 밀레니얼 세대의 호감을 샀고, 출시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구독자 수 13만 명을 달성했다. 뉴스레터가 현재의 정보 전달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 문보영은 자기 생각을 담은 일기, 시, 소설, 에세이를 이메일에 담아 보내는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한다. <일기 딜리버리>는 한 달 기준으로 일주일에 세 번 발행하는데, 첫 레터와 마지막 레터는 작가의 자필 원고를 일반 우편으로 발송한다. 이메일과 우편을 병행하는 뉴스레터는 옛 펜팔 감성을 불러일으켜 작가와 일대일로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기 딜리버리>는 매월 초 작가의 블로그에서 구독 신청을 받는데, 문보영만의 감성에 공감하는 이가 많아 금세 마감된다.

5, 6 <오디티 스테이션>을 발행하는 스페이스 오디티는 인디 뮤지션을 위한 라이브 시리즈 ‘아지트 라이브 세션’을 운영한다. 위부터 선우정아와 술탄의 공연 모습.

음악 전문 뉴스레터로는 매주 목요일에 발행하는 <오디티 스테이션>이 있다. “<오디티 스테이션>은 음악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읽는 라디오 성격을 띱니다. 저희가 듣는 음악부터 눈여겨보는 트렌드를 큐레이션해 전달하죠. 구독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레터를 받아봤으면 하는 마음에 라디오 DJ가 말하듯 콘텐츠를 작성합니다.” 소개말처럼 <오디티 스테이션>은 무작정 ‘이 노래 좋아요’라고 권하는 게 아니라 지금 듣기 좋은 노래와 그에 얽힌 스토리를 함께 전해준다(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출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집에서 듣기 편안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했다). 음악 장르도 팝, 클래식, 재즈, K-팝 등 다양해 음악적 취향의 저변을 넓히기 좋고, 메일 마지막에 적힌 음악 뉴스와 코멘트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외에도 구글이 발행하는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싱크 위드 구글>, 전 세계 주요 테크와 경제 분야 트렌드를 살피는 <더 허슬>, 해외 디자인 뉴스를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디독>, 경제와 비즈니스 소식을 전달하는 <모닝 브루>, 부동산 지식과 이슈를 소개하는 <부딩> 등 여러 뉴스레터가 있으니 입맛대로 구독해보자.

7 영문 기반의 경제 뉴스레터 <모닝 브루>.
8 <더 스킴>은 뉴스레터 성공에 힘입어 팟캐스트와 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달리 이메일은 더욱 개인적입니다. 다른 플랫폼은 사용자가 채널을 직접 찾아가 불특정 다수를 위해 쓴 콘텐츠를 보지만, 뉴스레터는 개인 메일함으로 날아오죠. 물론 한꺼번에 여러 구독자에게 발송되는 이메일이지만, 나를 위한 편지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일대일 마케팅의 힘은 유효하죠.” 이 시대에 뉴스레터의 유의미함을 묻자, <오디티 스테이션>에서 돌아온 답변이다. <뉴닉>도 “<뉴닉>을 보는 월·수·금요일을 ‘뉴닉일’이라 부르는 독자가 생겼습니다. <뉴닉>이 때가 되면 찾아오는 편지처럼 기다려지는 존재라는 건 발행인으로서 가슴 설레는 일이죠. 디지털 우편이 자아내는 감성과 친근함은 큰 매력입니다”라며 비슷한 답변을 건넸다. 이처럼 여러 플랫폼은 메일의 장점을 극대화해 양질의 정보를 무료 또는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받아보는 데 만족하지 말고 열어봐야 한다는 점! 뉴스레터 메일 오픈 비율은 평균 11%라고 한다. 메일을 받아보기로 한 만큼 열어보고 정독해 뉴스레터가 전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오롯이 흡수하는 건 어떨까.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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