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세라믹 작품처럼 오랜 시간을 거쳐 탄생한 뷰티 아이템

조회수 2020. 3. 23. 10: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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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시간과 정성의 기다림 끝에 탄생한다는 점에서 세라믹 작품과 뷰티 제품은 꼭 닮았다.
(왼쪽부터) 프랑스 그라스 지방에서 5월 중 3주 동안만 피는 장미를 수작업으로 수확해 만든 Chantecaille 퓨어 로즈 워터,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공예의 신 프타의 성수인 아피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아피스 황소’, 창세기 속 선악과에 주목해 만든 ‘하와의 사과’ 모두 박고운 작가의 작품. 고대 레시피에 따라 체코의 한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Fresh 크렘 앙씨엔느.

추억의 형상

뾰족한 뿔이 매력적인 황소 흉상으로 잘 알려진 도자 브랜드 ‘코흐’의 박고운 작가. 그녀의 작품에는 추억이 깃들어 있다. 어릴 적 좋아한 신화 속 동물의 스토리를 표현하거나, 주변의 꽃과 잎사귀의 모양새에서 모티브를 얻는다. 눈으로 감상하는 오브제를 만들던 그녀는 얼마 전 이를 확장한 리빙 라인도 전개하기 시작했다. 반복 제작이 가능하도록 석고 몰드를 활용하지만 리빙웨어 역시 혼자서 모든 제작 공정을 진행한다. 그녀는 유연한 물성의 흙으로 만드는 도자기는 작가의 언어를 손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며,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을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전한다. 이는 수작업으로 느리게 완성하는 뷰티 제품과도 공통분모가 있다. 수십 번 다듬어도 1250℃의 뜨거운 가마에서 나오기 전엔 완성된 모습을 예측하기 어려운 세라믹 공예처럼 기계로 똑같이 찍어내는 화장품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든 스킨케어 제품에도 그 안에 아름다워지길 소망하는 진심과 이를 위해 노력과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는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위부터) 백토를 기본으로 빚은 도자기에 다양한 종류의 흙을 이용해 채색한 이정은 작가의 작품. 그 사이에 세팅한 제품은 디올이 개발한 새로운 화이트 장미의 강인한 생명력을 담은 Dior 프레스티지 라이트-인-화이트 라 쏠루시옹 뤼미에르, 피부의 칙칙함을 걷어내는 자생 미백 에멀션 Decorte AQ 화이트닝 에멀션, 손바닥 피부 단백질 메커니즘에서 착안한 Sisley 휘또 블랑 르 꽁쌍트레, 귀한 백삼의 에너지를 담은 Sulwhasoo 자정유액.

단아한 백색

‘하우스 오브 세라미스트’의 이정은 작가는 백자 흙을 베이스로 백제 토기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만든다. 직접 만든 몰드에서 여러 작품을 뽑아내지만 색을 입히는 등의 후반 작업은 수작업이라 모든 작품이 각기 다른 질감과 색감을 띠는 것이 특징. 언뜻 작품의 실루엣이 계산한 듯 정확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미세하게 겹을 이룬 다른 색감의 흙이나 직접 손으로 뜯어낸 입구의 모양 등 각 작품의 오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새롭게 만든 몰드에서는 길들이기까지 구겨지거나 찢어진 모양이 나오기도 하는데, 작가는 이것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을 따르기보다 각자의 개성이 곧 매력이 된 지금 미의 기준 역시 그녀의 작품과 닮았다. 잡티 하나 없는 하얀 피부를 열망하던 과거와 달리 각자의 자연스러운 피부 톤 안에서 균일하고 투명한 빛을 살리고 싶은 바람을 담은 브라이트닝 제품을 그 안에 세팅했다.

(왼쪽부터) 조형미가 돋보이는 김민선 작가의 폴루 화병. 마이크로 발효 영양소를 담아 피부 본연의 힘을 강화하는 Estēe Lauder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 세가지 프리바이오틱스 성분과 발효를 통한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을 담은 Lancome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 파우더리한 겉면과 유약 처리한 내부의 상반된 질감이 매력적인 김민선 작가의 플랫 베이스.

시간과 변수의 미학

“발효 과정을 통해 이전과 다른 물질이 되는 발효 화장품은 불을 만나 다른 성질로 변모하는 제 작업과 꽤 흡사합니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일맥상통하고요. 공예의 경우 번조의 과정에 작가가 개입할 수 없는 절대적 시간이 존재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참 매력적이에요. 작가의 계산 아래 작업이 이뤄지지만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아 더욱 즐겁고, 또 겸손해질 수 있죠.” ‘선과 선분 스튜디오’의 김민선 작가가 빚은 작품은 미니멀한 디자인은 물론 그 이면의 과정이 첨단 기술을 탑재한 발효 화장품과 비슷한 면모를 지닌다.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녀의 작품은 공간과 기물의 균형을 생각한 것이 많은데, 선명한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색소지를 연마하는 작업을 거친다. 핸드메이드로 작품마다 모양과 색이 조금씩 다른 것은 물론이다. 사진 속 ‘폴루’ 시리즈는 하와이 원주민 언어로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의 푸른색’을 의미한다. 핸드캐스팅 기법으로 만들어 외관에는 유약을 칠하지 않고 연마 작업만으로 부드럽고 매트한 질감을 완성했다.

(왼쪽부터) 옻으로 흙과 나무를 이어 붙이거나 자기 위에 나무를 자연스럽게 얹은 배주현 작가의 작품. 그 사이에 놓은 제품은 매그놀리아와 수선화 향을 담은 Bvlgari 레젬메 임페리얼리-스플랜디아, 천연 산삼이 품은 양기를 고스란히 크림에 담은 The History of Whoo 환유고.

반복되는 기억의 축적

‘메라키 스튜디오’의 배주현 작가는 “흙은 반복되는 기억의 축적”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나고 자라 다시 돌아가는 자연의 대순환 속에 흙이 함께하기 때문. 작가는 그런 흙의 의미에 집중하면서 깨지거나 일부가 떨어져나간 도자기를 옻으로 다시 붙이고 이음매를 메우는 긴츠키 기법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구워낸 흙의 갈라진 틈에 잘 정제한 생옻을 바르면 다음 날 미세한 틈새가 조용히 메워져 있는 걸 볼 수 있다고. 자기 표면에 옻과 유약으로 드로잉하며 물성이 다른 두 개체를 이어나가는 작업 방식에선 나무 역시 중요한 재료. 시간의 풍화를 거친 편백나무나 참나무는 단단한 상태인데, 이 나무를 직접 거둬 소금물에 절이거나 찬물에 담갔다 빼내는 과정을 통해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흙이라는 재료와 이어진 나무는 작품이라기보단 그저 숲이나 땅에 놓인 자연의 일부를 연상시킨다. 그것이 자연의 에너지를 그대로 품은 원료로 만든 두 가지 뷰티 제품을 그녀의 작품 사이에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정재희(jh_jung@noblesse.com)

사진 박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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