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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패션'이 뭐길래

조회수 2020. 3. 18. 13: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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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인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1 리나일론으로 만든 프라다의 가방.
2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2020년 S/S 컬렉션.
3 스텔라 매카트니의 2020년 S/S 컬렉션.

최근 패션업계 관계자로부터 플라스틱 재생섬유에 대한 섬뜩한 이야기를 들었다. 재생 가능한 섬유를 만들기 위한 폐플라스틱의 공급이 여의치 않아 원사용 플라스틱을 생산한다는 이야기였다. 주객전도가 따로 없다.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재생섬유를 만드는 건데, 그 때문에 다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물론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 브랜드가 벌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패션이 마케팅에 그치는 건 아닌지, 실제로 잘 행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대중의 의구심을 알고 있다는 듯 프라다는 라는 단편영화 다섯 편을 발표했다.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상에는 프라다의 재생 나일론이 어디서 오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드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패션 하우스의 이런 적극적 행보 덕분에 리나일론 출처에 관해서는 의심을 거둘 수 있게 됐다. 프라다는 이에 머물지 않고 2020년에도 더욱 활발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유네스코와 손잡고 지속 가능성 및 순환 경제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 ‘Sea Beyond’를 진행하는 것. 세계 곳곳의 중등학교와 연계해 해양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고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의 심각성과 패션 산업의 자연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알릴 계획이다. 2020년 5월까지 지속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프라다가 지속 가능한 패션, 환경에 대해 꾸준히 책임 의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지속적 행보가 이어질 때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환경을 생각하는 또 다른 대표 주자는 스텔라 매카트니다. 이들이 모피와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2020년 S/S 컬렉션에서도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60% 사용해 브랜드의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는데, 지속 가능한 비스코스, 재생 나일론, 트레이서블 알파카(생산과 유통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알파카) 등을 사용해 완성한 컬렉션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UseTheExisting이란 슬로건 아래 기존 원단을 재활용하거나 가공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2019년 F/W 시즌부터 슈트 제작 공정에서 생긴 자투리 원단으로 재활용 캐시미어와 울을 재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슈트를 만든다. 특히 최근 개최한 2020년 F/W 패션쇼에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티스트 앤 패터슨(Anne Patterson)과 협업해 자투리 원단으로 ‘Art of Earth’라는 수천 개의 리본 테이프로 구성한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인 것. 꼭 옷으로 재가공하지 않더라도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4 프라다와 유네스코의 협업 프로그램 ‘Sea Beyond’ 이미지.
5 자투리 원단으로 만든 설치미술 작품 ‘Art of Earth’.

지난해 8월에 열린 G7 서밋에서는 32개의 글로벌 패션과 섬유산업의 리더가 모여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최소할지 논의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의 제로화를 약속했다. 이런 노력이 단순 마케팅으로 소모되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끊임없는 관심과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옷을 사지 말라는 극단적 답이 최선은 아니다. 현명한 소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현명한 태도는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패션을 펼치는 브랜드를 알고 소비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옷을 구입할 때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생섬유의 함량을 인증하는 RCS(Recycled Claim Standard) 마크, 원사부터 최종제품까지 사회적・환경적 기준을 확인하는 GRS(Global Recycled Standard) 마크를 확인하거나 유기농 원면에 대한 OCS(Organic Content Standard),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태도야말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지하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아닐는지. 2020년 S/S 컬렉션의 가장 두드러진 키워드가 지속 가능한 패션인 만큼 ‘패드(Fad, 잠깐 유행하고 사라지는 패션)’를 넘어 오래도록 지속하는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에디터 이민정(mj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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