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신까지 점령한 뉴트로의 물결

조회수 2020. 3. 12.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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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의 인기는 뷰티업계에도 계속된다.
1 Gucci Beauty 립 컬러와 디자인 그리고 광고 비주얼까지, 전방위에서 레트로 감성을 읽을 수 있다. 제품명도 할리우드 황금기의 배우와 캐릭터 이름에서 영감을 받았다.
2 Chanel 2019~2020년 크루즈 컬렉션 뷰티 룩은 1990년대가 연상되는 피부 표현을 테마로 했다.

현재 소비 시장의 중심을 이루는 Z 제너레이션이 주시하는 것은 ‘좋아할 만한 가치’의 문제다. 고유의 컬러가 녹아 있고 진정성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과거의 스타일도 결코 촌스러운 것이 아니며, 1990년대 가수 양준일의 음악이나 트로트를 듣는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취향이 아니다. 그들의 열린 감성을 기반으로 계속되는 뉴트로의 인기에 힘입어 뷰티업계 역시 1980~1990년대에서 영감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2월 국내에 공식 런칭한 구찌 뷰티. 레트로적인 것을 힙하게 탈바꿈시키는 재주가 탁월한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영입하기 전 구찌 뷰티는 사실 과거의 구찌 하우스가 그러했듯 섹시함을 적당히 가미한 세련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켈레의 터치와 뉴트로에 대한 니즈가 맞물리며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구찌 뷰티는 할머니의 자개장 서랍에서 발견할 법한 플라워 패턴과 금빛 색감을 입은 립스틱으로 어린 세대에게 가장 어필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작년에 런칭한 돌체 앤 가바나 뷰티의 립 래커는 컬러풀한 장미 패턴 케이스가 모던함이나 세련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뉴트로 트렌드와 맞물리며 공식 런칭 전 팝업 스토어에서부터 지금까지 내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향수의 경우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거나 그 당시 디자인을 오마주해 탄생한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3 Byredo 1996 1996년 듀오 포토그래퍼 이네즈 & 비누드가 촬영한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 묵직한 우드 향에 스모키한 질감으로 무게감을 더했다.
4 CK 옵세스드 1993년 출시한 버전의 보틀 디자인과 향,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케이트 모스의 광고 비주얼로 30대 이상 고객은 물론 젊은 세대의 관심도 모았다.

현재 30~40대에게는 20대의 향기로 기억될 CK 옵세스드는 몇 년 전 1993년 버전 향수를 그대로 출시하며 케이트 모스가 등장한 그 시절의 광고캠페인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몇 달 전 바이레도는 네덜란드의 포토그래퍼 부부 이네즈 & 비누드가 1996년에 촬영한 어린 소녀의 사진 ‘Kristen 1996’에서 영감을 받아 ‘1996’이라는 향수를 런칭하기도 했다. 사진 자체의 레트로 무드가 강하지는 않지만, 1996이라는 짧은 이름은 뉴트로 트렌드 속에서 어느 때보다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제품뿐 아니라 런웨이 모델들의 뷰티 룩에서도 뉴트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샤넬은 지난 2019~2020년 크루즈 쇼에 1990년대 스타일을 녹여냈다. “1990년대 스타일을 표현했습니다. 건강하고 윤기 있는 피부 표현에 반짝이는 블랙 립, 가벼운 컨투어링을 더해 20세기 여주인공 스타일을 재해석했죠.”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메이크업 & 컬러 디자이너 루치아 피카의 설명이다. 그녀의 설명처럼 쇼에 등장한 모델들의 피부 텍스처와 은은한 컨투어링에서 1990년대를 감지할 수 있으며, 글로시한 질감 덕분에 한결 경쾌하게 연출한 블랙 립에선 동시대의 세련된 감성까지 느낄 수 있다.

5 Gucci 길티 향수는 쨍한 색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빨래방, 미용실, 슈퍼마켓 등의 장소를 배경으로 한 비주얼과 함께 캠페인을 전개했다.
6 1990년대 하이틴 영화를 연상시키는 2020년 S/S A.P.C 컬렉션 룩.

샤넬 외에 A.P.C, 끌로에, 펜디 등의 컬렉션에서도 자연스러운 음영을 드리운 피부 표현, 컬러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의 조화를 통해 1990년대 코드를 읽을 수 있다. 한때의 유행이라기엔 뉴트로 컨셉이 시장에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코티코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뉴트로는 현재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트렌드 이상으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뉴트로는 기존 레트로 트렌드에 대한 재생산뿐 아니라 현재 뷰티업계의 주요 이슈인 자연주의, 클린 뷰티, 고급화 컨셉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이런 부분 덕분에 뉴트로 컨셉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지속적일 수밖에 없고요.” 기성세대에겐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게 하고, 젊은 세대에겐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가는 뉴트로 트렌드.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이 트렌드가 앞으로 어떻게 뻔하지 않은 독특함을 담아내며 전개될지 기대를 모은다.

에디터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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