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기 좋은 식물 가득한 교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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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9년 새롭게 오픈한 싱가포르 주얼 창이 국제 공항 전경.
몇 년 사이 식물을 컨셉으로 한 상업 공간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신체적·정신적 이로움도 이유겠지만 도심에서 푸른 자연을 접할 기회가 그만큼 적은 탓이다. 이 공간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용 식물원 못지않게 다양한 수목과 조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정식으로 오픈한 싱가포르 주얼 창이(Jewel Changi) 국제 공항이 대표적 예다. 3개의 여객 터미널과 연결된 지하 5층, 지상 10층 높이의 이 공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인공 폭포가 자리하고, 돔형 구조물을 계단식 숲으로 둘러쌌다. 브라질, 호주,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미국 등지에서 공수한 2000그루의 야자수·활엽수와 10만여 그루의 관목을 심었으며, 각 층 곳곳에 꽃과 식물로 정원을 꾸몄다. 계단식 숲 주변에는 200여 개의 상점과 90여 개의 식당이 자리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자유롭게 오가며 정원을 즐긴다. 설계 디자인을 맡은 사프디 아키텍트(Safdie Architects)는 “정원을 끌어들임으로써 환승객과 일반 대중에게 공항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공식 오픈 전 6개월간 운영한 소프트 오픈에서 5000만 명이 다녀갈 만큼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물에 집중한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 적지 않은 규모의 조경 공간을 함께 조성해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장소에 자리하는데,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 겸 가볍게 다녀오기 좋다. 경기도 양주에 자리한 ‘오랑주리’는 6년간 버려진 마장호수 주변 부지를 개조해 카페로 만들었다. 주말이면 나들이 나온 가족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자리가 없어 되돌아가는 손님도 부지기수다. 통유리창으로 식물 공간과 차 마시는 공간을 구분했다. 식물이 위치한 공간에는 쉴 새 없이 물이 흐르는데, 인공적으로 조성한 계곡이 아닌 자연 그대로를 살려 인상적이다. 실제 계곡에 자리 잡은 카페인 것. 박종찬 대표는 땅을 파는 곳마다 암반이라 나무를 심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고 귀띔했다. 오랑주리의 정원에는 홍콩야자, 종려야자, 알로카시아, 몬스테라 등 아열대 관엽식물부터 바나나, 파파야, 무화과, 백향과 등 과일나무까지 다채롭게 조성했다. 지금은 완전히 뿌리를 내린 나무에서 바나나와 무화과가 열리고, 모종으로 심은 레드 바나나는 2m를 훌쩍 넘긴 지 오래다.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숨’은 좀 더 고즈넉한 카페다. 공장 자재 창고로 사용하던 두 채의 건물을 이어 하나로 개조했다. 건물 사이에 자리한 일본식 중앙 조경은 김성주 대표의 부모님이 20여 년간 직접 가꾼 것으로, 이끼 위에 놓인 소철에 호젓한 기운이 감도는 듯하다. 회사 생활을 했던 김 대표는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카페 전체를 노키즈 존으로 꾸몄다. 책을 읽고 명상을 할 수 있는 힐링 존을 따로 마련한 것도 같은 이유. 통유리창 앞에는 의자를 일렬로 놓아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죽엽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커피 향, 고즈넉한 정원에서 사람들은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수서에 자리한 ‘식물관PH’는 식물과 카페에서 한발 더 나아간 복합 문화 공간을 제시한다. 가드닝 컨설턴트, 건축가, 아트 디렉터가 합심해 조성한 공간에서 큐레이터가 공간과 부합하는 전시를 기획한다. 입장료 1만 원을 내면 음료를 제공받고, 카페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층고가 높은 한쪽에는 열대우림에서 볼 법한 관엽수를 두고, 카페 중앙에 자리한 유리 온실에는 야생초를 두어 두 식물의 간극을 메웠다. 유리 온실에서는 종종 가드닝 컨설턴트가 야생초 묘목을 주제로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이번 주말엔 천편일률적인 동네 카페를 벗어나 조금 멀리 떠나보는 건 어떨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
사진 김잔듸, 차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