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버려서 고민인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

조회수 2020. 2. 13. 11: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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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도 많은 이들이 '단순한 삶'을 꿈꾼다. 필요 없는 것들을 비우고 싶지만 도저히 안 되는 이들을 위한 심리 상담가의 처방전.

일상의 수많은 계획, 끊이지 않는 업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도전을 하며 살아간다. 스트레스로 머릿속은 이미 포화 상태. 깔끔하고 정돈된 따뜻한 집은 일상에 지친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반면 어질러진 공간은 스트레스와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나아가 우울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은 집에 사는 사람일수록 나쁜 식습관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질러진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늦잠을 자는 방어기제, 즉 ‘회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필자는 두 아이들이 대학으로 떠난 후, ‘삶을 조금 더 심플하게 디자인해보자’는 야무진 꿈을 실천하기 위해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은 편이라 불필요한 물건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몇 달째 정리를 하고 있을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과감하게 정리하자’ 하면서도 버릴까 말까 수십번을 고민하곤 한다. 자, 왜 이렇게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1. 언젠가는 필요할 수도 있다 

부엌 구석구석에는 언젠가 꼭 쓰일 거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않은 양파망, 음식통, 페트병 등이 쌓여 있다. 얼마 전 주문해 먹은 음식이 담겨 있던 플라스틱 통은 깨끗하게 닦아 나물이라도 무쳐 넣어두면 훌륭할 듯하다. 페트병엔 콩을 담아 보관하면 안성맞춤, 양파망도 수세미로 재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부엌 서랍 안엔 멀쩡한 유리 반찬통이 이미 넘쳐나고, 살 때부터 지퍼백에 포장되어 있는 콩도 굳이 페트병에 옮겨 담을 필요가 없다. 찌든 때를 지우개처럼 지워주는 수세미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양파망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다.

부엌의 자질구레한 물건을 넘어 옷장 속 사정도 마찬가지다. 패션은 돌고 돈다 하니 몇 년째 옷장 속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옷과 신발도 언젠가는 나를 패셔니스타로 만들어 줄 것만 같다. 그런데 이 역시 상상과는 달리 15년 전 입었던 부츠 컷 바지는 너무 작을 뿐만 아니라 유행하던 멜빵치마도 지금 나이에 입기엔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모아둔 옷, 신발, 액세서리는 삶의 공간을 비좁고 불편하게 만든다. 미래의 어느 한 순간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불편함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2. 정말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이다

17년 전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 말로만 듣던 바니스 뉴욕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 파격 세일을 하는 명품 코트 하나를 장만했다. 아무리 세일을 했다 하지만 주머니를 쥐어 짜내 마련한 생애 첫 명품 코트였다. 몇 년 동안 애지중지 입었는데도 명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보푸라기가 잔뜩 생겨 입을 수가 없게 되었다. 못 입게 된지 10년은 족히 되었음에도 옷장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때 주머니를 쥐어짜서 어렵게 산 그 코트는 그냥 코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새 나의 공간과 필요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코트를 살 때 지불한 돈의 가치에 더 우선을 두는 것이다. 돈이 우선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는 물건은 코트만이 아닌 수 년째 건들지도 않은 불편한 명품 구두, 집안 곳곳을 채운 무거운 가구, 거창한 부엌 용품, 운동기구까지 셀 수 없이 많다.

3. 물건을 버리면 추억도 함께 버리는 것만 같다

90년대 노래방에서는 손님이 부른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해주곤 했다. 그 당시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박스에 넣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나에겐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도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듣고 있을 만한 시간도 의지도 없다. 창고 안엔 그 외 여러 개의 박스가 있는데 남매를 키우며 모아 놓은 일종의 타임캡슐이다. 배냇저고리부터, 첫 한복, 첫 드레스, 신발, 그림 등 아이들의 추억을 모아두다 보니 박스는 해마다 늘어났다. 이렇듯 우리는 과거의 많은 순간들을 상징하는 물건을 수도 없이 쌓아 두고 산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 되어버린 ‘추억의 물건’은 미래에 대한 집착이 되어버린 ‘나중에 쓸 일이 있을 물건’과도 같다.

그러면 어떻게 효과적으로 버리고 정리할 수 있을까?

1. 물건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라

쓰이지 않는 물건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본 후 버릴지 기부할지 여부를 정하도록 한다. 갖고 있는 모든 물건이 그 가치를 다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본다.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것들은 없는지 돌아본다. 최대한 용도에 맞게 활용되고 있는지 떠올린 후 그렇지 않다면 버리도록 한다. 만약 버리기 아깝다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물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쓰임을 받을 때 빛나는 것이다. 애물단지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삶에 불편함을 준다면 이미 그 물건은 가치와 의미를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비울수록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더욱 더 즐길 수 있게 되고 애정을 갖게 된다.

2. 물건이 아닌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에 집중하자

미래에 언젠가는 쓸지도 모를 것들과 과거의 추억을 담고 있는 것들로 인해 현재의 삶이 지배당해선 안된다.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있지도 않을 상상의 일들로부터 지금의 나를 지키는 것이다. 당장 오늘 내 삶에 편안함과 안정을 줄 생활 환경을 살피고 그것을 우선순위로 지키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3. 물건으로 인해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새겨 보자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필요 유무와 상관없이 많은 물건을 사재는 것 역시 습관화되어 있다. 점점 쌓여가는 물건을 보며 자신에게 질문해 보자. ‘이것을 갖고 있어 행복하고 자유로운가?’, ‘본전 생각으로 마음이 쓰리거나 공허감만 안겨주고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련과 집착이다. 그런 감정은 자칫 불안과 강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무엇인가로 인해 자유롭지 않다면 과감하게 비우자. 비우고 나면 채워진다. 비울수록 자유로워진다.

4. 짧은 시간을 정해두고 정리하는 습관을 갖기

우리는 물건과도 정서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기에 한번에 몰아서 많은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루에 한 번씩 15분가량 시간을 정해두고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표시도 나지 않는 정리를 계속 하게 되면 이 역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구역을 정하고 비교적 애착이 적은 물건부터 정리를 시작하도록 한다.

5. 자신만의 규칙과 원칙 세우기

하루에 한 개씩 버리기, 하나를 사면 하나 버리기, 대체할 물건이 있다면 과감하게 버리기, 버리기 힘든 물건은 유통기간을 정한 후 쓰임새가 없다면 버리기 등 내 삶에 맞는 규칙들을 세워본다. 자신이 세운 원칙은 충실히 따르되 차근차근 여유 있게 해 나가기를 권한다.

6. 물건 정리에서 나아가 인간 관계 정리까지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주변 정리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정리하듯 삶을 차지하고 있는 공허하고 의미 없는 관계에도 적용해 본다. 삶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관계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건의 수를 줄일 때 남아 있는 물건에 애정을 느낄 수 있듯 피곤한 인간 관계를 정리함으로써 남은 사람들과 더 깊고 가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무엇인가를 버리려고 온다. 중독, 나쁜 습관, 부정적 생각, 독성관계 등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고 짓누르는 그 무언가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힘쓴다. 이렇게 우리는 버리는 연습을 함으로써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새해에는 주변을 깨끗하게 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해 보자. 불필요한 생각과 스트레스를 비우고 정말 내가 집중해야 할 것들을 찾다 보면 올 한 해는 더욱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에디터 김희성 (alic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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