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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기억해야할 시계 트렌드는?

조회수 2019. 10. 16.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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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시계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1 BVLGARI가 소개한 제랄드 젠타 50주년 기념 에디션.

Monumental Watches

시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이너를 한 명 꼽는다면, 아마도 제랄드 젠타일 것이다. 그는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초석을 다진 가장 중요한 시계를 창작했고, ‘젠타 스타일’의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하게 만든 인물이다. 타 브랜드 시계를 디자인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는데, 말년에 불가리가 이를 인수해 그의 디자인을 옥토 컬렉션으로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시계 브랜드 제랄드 젠타가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불가리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불가리 로고를 삭제한 채 제랄드 젠타라는 이름으로 푸른색 시계를 발표했다. 사실 제랄드 젠타가 아무리 중요한 인물일지라도 불가리 로고를 전혀 넣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계를 만드는 모든 자본과 인력은 불가리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리는 전설의 워치메이커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계는 제랄드 젠타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분과 요일을 표시한다. 시간은 다이얼 12시 방향에 날짜 창처럼 뚫린 디지털 인디케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브먼트는 불가리의 인하우스 오토매틱 칼리버 BVL 300을 탑재했으며, 41mm 지름의 케이스 소재는 플래티넘이다.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 역시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하이비트 무브먼트인 엘 프리메로는 1969년 ‘세계 최초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지금까지 제니스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50피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한 엘 프리메로 50주년 기념 세트는 오리지널 모델을 재현한 ‘엘 프리메로 A386 리바이벌’, 블랙 세라믹 베젤을 적용해 현대적 느낌을 주는 ‘크로노마스터 2 엘 프리메로’, 제니스의 미래를 상징하는 최신 메커니즘을 적용한 ‘데피 엘 프리메로 21’로 구성했다.

2 탄생 25주년을 맞은 A. LANGE & SÖHNE의 랑에 1 기념 에디션.
3 다이얼 테두리에 날짜 인디케이터를 적용한 A. LANGE & SÖHNE의 새로운 자이트베르크.

1832년에 설립한 론진은 모든 시계의 고유 번호를 기록해온 덕분에 올해 5000만 번째 생산한 시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5000만 번째 시계 제작이 가까워질 즈음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로즈 골드 케이스와 애뉴얼 캘린더 사양을 갖추고도 300만 원이 넘지 않는 놀라운 가격에 선보인 ‘마스터 애뉴얼 캘린더’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당연히 판매용은 아니고, 스위스 본사에 위치한 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오메가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작전의 50주년을 기념해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리미티드 에디션 2종을 발표했다. 먼저 18K 문샤인 골드로 만든 ‘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1 50주년 기념 문샤인™’은 아폴로 11호의 성공적 작전을 축하하는 1969년 행사에서 공개해 19명의 우주 비행사에게 증정한 시계를 충실하게 재현한 모델이다. 오리지널 모델을 1014점 제작한 이유로, 이 시계 역시 1014점을 선보인다. 베젤과 인덱스, 핸드, 로고 등에 문샤인 골드를 사용한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1 5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은 실제 아폴로 11호 우주인이 착용한 4세대 스피드마스터를 기본으로 해 새롭게 디자인한 시계다. 다이얼 9시 방향에 위치한 스몰 세컨드 다이얼에 버즈 올드린이 우주선에서 내리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백케이스에는 달에 내디딘 첫 번째 발자국을 완벽하게 묘사했다. 코르크 소재의 벨크로 스트랩을 동봉했으며, 6969개 한정 생산했다.

4 달 착륙 50주년을 기리는 OMEGA의 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1 5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5, 6 ZENITH의 엘 프리메로 50주년 기념 세트.

샤넬을 워치메이커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 세라믹 워치의 명작 ‘J12’가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재창조됐다. 디자인 측면에서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기보다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12.1을 탑재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덕분에 백케이스는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교체했고, 로터 디자인도 J12 등장이 안겨준 파격만큼 개성이 넘친다. 무브먼트는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고, 70시간의 긴 파워리저브를 자랑한다.

7 LONGINES이 올해 5000만 번째로 생산한 마스터 애뉴얼 캘린더.
8 인하우스 칼리버를 탑재한 CHANEL WATCHES의 새로운 J12.

랑에 운트 죄네를 상징하는 랑에 1 컬렉션은 올해 탄생 25주년을 맞았다. ‘랑에 1’은 중심에서 벗어난 레귤레이터 다이얼과 2개의 커다란 디지털 빅 데이트 인디케이터가 상징으로 자리 잡은 시계다. 지름 38.5mm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로 선보이는 기념 에디션은 푸른색 인덱스와 핸드, 스트랩이 눈에 띈다. 백케이스는 경첩을 달아 열 수 있게 했으며, 커버에 매뉴팩처 모습을 인그레이빙했다. 무브먼트에서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밸런스 콕에 ‘25’라고 적힌 빅 데이트 창을 푸른색으로 새긴 것이다. 시계는 250피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커다란 디지털 인디케이터로 시와 분을 표시하는 ‘자이트베르크’ 역시 10주년을 맞았다. ‘노안을 위한 극강의 럭셔리 워치’라 불리는 모델답게 기존 디자인은 거의 그대로 유지했지만, 다이얼 테두리에 날짜 인디케이터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퀵 체인지 시스템을 적용한 디스크가 회전하며 날짜를 알려주고, 케이스 옆면에 위치한 푸셔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 자이트베르크는 랑에 운트 죄네가 토크를 얼마나 훌륭하게 제어하는지 보여주는 시계다. 게다가 상당히 많은 양의 동력을 필요로 하는 모델이기에 기존 모델은 파워리저브가 36시간으로 짧은 편이었지만, 이 모델은 72시간의 긴 파워리저브로 매뉴팩처가 얼마만큼 진화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9 MONTBLANC의 스타 레거시 메타모포시스 리미티드 에디션 8.
10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GREUBEL FORSEY의 아트 피스 에디션 히스토릭.

The More Complicated, The Better!

최근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는 기존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 제작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독자적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중 가장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메이커는 바쉐론 콘스탄틴이다. 2015년 창립 260주년을 맞은 바쉐론 콘스탄틴은 57가지 기능으로 중무장한 ‘Ref. 57260’을 선보였다. 갖가지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가득 담은 이 시계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타이틀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커스텀메이드 방식으로 만든 유니크 피스이기에 주문자를 제외하고는 구입이 불가능하다. 2019년 바쉐론 콘스탄틴이 발표한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는 지갑만 두둑하다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레귤러 모델로 탄생했다. 이 시계는 기계식 무브먼트의 진동수를 변환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메커니즘을 탑재해 다시 한번 하이 컴플리케이션의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이 시계는 다이얼 9시 방향에 위치한 진동수 인디케이터 화살표를 1.2Hz에 놓는 것만으로 풀 와인딩 시 65일의 파워리저브를 지속시킨다(2개월 동안 착용하지 않아도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는 얘기). 덕분에 핸드와인딩 칼리버 3610 QP를 탑재했지만 셀프와인딩 시계보다 훨씬 편리하며, 케이스 두께도 12.3mm로 얇다.

11 그랑 컴플리케이션으로 선보인 JAEGER-LECOULTRE의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투르비용 웨스트민스터 퍼페추얼.
12 진동수를 변환할 수 있는 VACHERON CONSTANTIN의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

예거 르쿨트르는 무브먼트 제조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메이커다. 가장 많은 수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발표한 브랜드로, 하이 컴플리케이션이 전문 분야다. 올해 발표한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투르비용 웨스트민스터 퍼페추얼’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예거 르쿨트르만의 다축 투르비용 메커니즘인 자이로투르비용, 가장 높은 단계의 스트라이킹 기능인 웨스트민스터 미니트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하나의 시계에 담은 그랑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자이로투르비용과 미니트리피터처럼 갑작스럽게 동력을 많이 소비하는 기능을 적용했지만 콘스탄트 포스 메커니즘으로 토크를 유지한다. 탑재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184는 105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18점 한정 판매한다. 하이엔드 독립 시계 브랜드 그뢰벨 포시는 올해 아트 피스 컬렉션을 통해 ‘아트 피스 에디션 히스토릭’이라는 시계를 내놨다. 다이얼과 케이스 옆면에 빼곡히 새긴 타이포그래피는 전위적 예술 작품을 연상시킨다. 다이얼 8시 방향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더블 투르비용 30°’는 그뢰벨 포시 시계만이 지닌 메커니즘. 행성처럼 떠 있는 밸런스 휠과 이스케이프먼트는 1분에 한 번, 토성의 고리 같은 투르비용 케이지는 4분에 한 번 회전한다. 몽블랑의 빌르레 매뉴팩처에서는 하이엔드급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 제조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빌르레 매뉴팩처에서 생산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로는 ‘스타 레거시 메타모포시스 리미티드 에디션 8’이 대표적이다. 몽블랑은 2010년과 2014년에 메타모포시스라는 독자적 메커니즘의 시계를 발표했다. 서브 다이얼 형태의 인디케이터 일부를 덮개로 닫아놓고, 케이스 옆면의 슬라이드 레버를 당기면 그 덮개가 갈라지면서 아래에 감춰진 새로운 인디케이터가 등장하는 극적인 기능이었다. 이번 신작은 다이얼 12시 방향에 위치한 엑소투르비용 메커니즘의 특성을 극대화한 디자인이다. 덮개가 닫혀 있을 때는 밸런스 스프링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밸런스 휠만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슬라이드 레버를 당기면 밸런스 휠 아래 감춰진 밸런스 스프링과 그에 연결된 이스케이프먼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13 TAG HEUER의 오타비아 아이소그래프.
14 TUDOR의 블랙 베이 브론즈. 7 ZENITH의 파일럿 타입 20 크로노그래프 어드벤처.

Bronze Rocks

최근 브론즈 케이스는 골드, 스틸, 티타늄, 세라믹의 바통을 넘겨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브랜드에서 사용하고 있다. IWC는 파일럿 워치 컬렉션의 스핏파이어 라인에만 4개 모델에 브론즈 케이스를 적용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빅 파일럿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플래그십 모델에도 이를 적용했다는 것. 부식에 강한 반면 변색이 잘되는 브론즈는 최고급 모델에서 사용하는 소재는 아니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다. 몽블랑도 1858 컬렉션의 세 가지 모델에 브론즈 케이스를 적용했다. 그중 베이스 모델인 ‘1858 오토매틱 리미티드 에디션’은 올리브그린 다이얼, 나토 스트랩과 어우러져 터프한 밀리터리 시계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는 미네르바의 밀리터리 필드 워치의 후예로 볼 수 있는 모델이다.

15 ZENITH의 파일럿 타입 20 크로노그래프 어드벤처.
16 ORIS의 다이버즈 식스티-파이브.

Bronze Rocks

오리스는 브론즈 트렌드가 시작될 때부터 꾸준히 다양한 모델을 선보인 브랜드다. 올해도 다양한 모델을 소개했는데, 특이한 점은 스테인리스스틸과 브론즈를 함께 사용한 투톤 모델이 올해 신제품의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다이버즈 식스티-파이브’ 브레이슬릿 버전은 베젤과 3열 브레이슬릿의 가운데 열에만 브론즈를 적용했는데, 마치 골드를 사용한 것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해 보인다. 말했듯이, 브론즈 케이스는 부식에 강해 염분이 많은 바닷물에도 잘 견딘다. 그래서 기능적으로 브론즈 케이스가 잘 어울리는 곳은 바로 다이버 워치다. 튜더의 ‘블랙 베이 브론즈’는 케이스 컬러와 오묘한 슬레이트 컬러 다이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멋스럽게 완성되었다. 파티나가 진행될 때 더욱 분위기 있어 보일 스트랩 역시 근사하다. 태그호이어는 2017년 1966년의 오타비아를 리메이크해 선보이며 시계 애호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이후 오타비아는 스페셜 라인업이 아닌 정규 라인업으로 편성되었고, 레이싱 워치 전문가로서 태그호이어의 헤리티지를 상징한다. 올해 새롭게 발표한 ‘오타비아 아이소그래프’는 42mm 지름의 스틸 케이스 5종과 브론즈 케이스 2종으로 출시했으며, 브론즈 케이스 버전은 다시 브라운과 그린 다이얼로 나뉜다. 무브먼트인 칼리버 5에는 태그호이어 매뉴팩처가 개발한 아이소그래프 밸런스 스프링을 탑재했다. 제니스의 ‘파일럿 타입 20’ 컬렉션 케이스는 대부분 에이징한 스틸과 브론즈로 만든다. 올해 신제품으로는 브론즈 케이스에 올리브그린 다이얼과 카무플라주 스트랩을 매치해 강인한 분위기를 풍기는 ‘파일럿 타입 20 어드벤처’와 ‘파일럿 타입 20 크로노그래프 어드벤처’가 있다. 타임 온리 모델은 셀프와인딩 엘리트 679 무브먼트,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셀프와인딩 엘 프리메로 4069를 탑재했으며, 파일럿 모델로는 드물게 100m 방수 기능을 갖췄다.

에디터 이서연(janicelee@noblesse.com) 글 김창규(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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