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남친, 에릭남 설레이는 화보

조회수 2019. 3. 4. 11: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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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oblesseMEN

에릭남이라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한참 동안 멍한 기분이었다. 사전에 에디터가 짜놓은 판과 틀에 상대방을 끼워 넣는 작업을 하는 ‘인터뷰’라는 연극 무대에서 나는 즉흥적으로 그동안 내가 알던 에릭남을 지워나가는 작업을 해야 했다. 주로 방송을 통해 알려진 에릭남에 관한 이미지는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별로 좋은 장치가 아니었음을 현장에서 비로소 깨달았기에. 


‘1가구 1에릭남(에릭남처럼 매력적이고 다정다감한 남자가 집집마다 필요하다는 뜻의 신조어)’이란 말을 말끔히 지우고 그와 나눈 한 시간의 대화 끝, 가려진 커튼 뒤엔 노래하고 싶어 소리 없이 울부짖는 가수 에릭남의 민낯이 있었다. 색이 어떤 빛을 만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을 띠듯이, 그래서 애초에 절대적 색이란 게 존재하지 않듯이, 에릭남은 고정되지 않은 채 다채로운 팔레트 위에서 자신의 노래를 하고 싶어 했다. 일견 음울할 정도로 진지한 음악에의 열정, 그리고 편견 없는 열의와 자신감을 지닌 사람. 동시에 어린 소년의 천진함과 소박함을 지닌 한 인간. 마침 에릭남이 코앞에 둔 단독 콘서트 제목은 ‘I Color U’라고 했다.

출처: NoblesseMEN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스케줄이 풀이었는데, 이젠 공연 준비를 위해 다 비워뒀어요. 이 인터뷰가 끝나면 계속 연습, 연습의 연속이에요.


한국말이 많이 늘었어요. 언어마다 고유의 기운이나 감정이 있잖아요. 한국어를 알아가면서 음악적으로도 달라진 스스로를 느끼나요? 

-한국말이 참 신기해요. 기분이나 감각에 대한 표현이 많더라고요. 쿵쾅, 토닥토닥 이런 건 영어엔 없는 말이잖아요. 쫀득, 쫄깃? 이런 말도 제겐 같은 표현으로 들렸거든요. 다음 앨범을 준비하면서 한국어 가사를 조금씩 쓰고 있는데,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하지만 1년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걸 느껴요. 다양하게 전달하고 싶던 말이 전보다 빨리 나오는 걸 보면서요. 아, 그동안 뭔가 좀 달라졌구나.


4년 전 첫 단독 공연에 비하면 곡이 많이 늘었어요. 

-자작곡도 많아졌고. 감회가 새롭죠. 예전에 부른 노래 가사를 이제야 이해하기도 하고. 자작곡의 경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니 느낌이 달라요. 더 멋있게 해야지 하는 부담도 있지만, 맘대로 부를 수 있으니 편해요. 제 노래니까.


곡 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 적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곡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 않나요? 

-있죠.


그럴 땐 어떻게 풀죠? 

-어떻게 풀더라…. 요즘은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해요. 많이 내려놨어요.


뭘 내려놨어요? 

-매일같이 절 짓누르던 압박감이요. 요즘은 내키는 대로 살아요. 먹고 싶으면 먹고 술 마시고 싶을 땐 마셔요. 집에 널브러져 있기도 하고.(웃음) 원래 제 성격이라면 절대 허락 못할 일이죠. 지금 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하는데, 조바심을 냈거든요. 요즘엔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뱃살도 많이 찌고.(배를 움켜쥔다)

출처: NoblesseMEN

누구나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잘 안 되잖아요. 저도 매일 그렇고요. 에릭남만의 비법이라도 있나요? 

-나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확신이 없고 불안할 때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인생이구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느껴진 게 언제쯤인가요? 

-1년 안 된 것 같아요. 2018년 8월쯤이었나?


계기가 있었나요? 

-해외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동안 너무 쫓기듯 살았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순위와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언제부턴가 저도 거기에 얽매여 산 것 같아요. 작년에 투어하면서 해외에 오래 머물다 오니까 리프레시되면서 좀 다른 시선을 갖게 되었어요. 어차피 인생은 답도 없고 내가 끌리는 대로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이런 고민도 그 과정이었어요.


이런 고민을 가사에 담기도 하나요? 

-가사로 풀기엔 지나치게 시적으로 들릴 거 같아 잘 안 써요. 제가 쓰기도 어려운데 듣는 사람은 더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OST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불렀다)를 부를 때 굉장히 새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삶에 대한 고민, 게다가 이런 긍정적 가사가 언제 마지막으로 노래에 담겼을까? 생각한 기억이 나요.


늘 위로를 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해왔어요. 최근 노래를 통해 위로받은 적이 있나요? 

-라이언 애덤스(Ryan Adams)란 가수가 테일러 스위프트 앨범 전체를 커버한 앨범이 있어요. 컨트리 분위기의 음악인데, 그 노래를 들으면 숲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숲속 풍경을 상상하면서 힐링하죠. 잠시 숨 돌리고 시간을 갖자 싶고.


듣다 보니 서울이 에릭남에게 너무 가혹한 도시 같은데요.(웃음) 

-긴장시키는 도시임엔 분명해요. 특히 국내외를 오갈 때 더 강렬하게 느끼죠. 한국을 떠나 있는 시간이 길수록 밀리는 일이 너무 많은 느낌이에요. 서울 도착하면 쳐내야 할 일이 산더미니까요. 돌아올 땐 늘 (길게 숨을 들이쉬는 시늉을 하며) ‘오케이, 오케이. 준비됐어!’ 스스로 주문을 걸어요.


긴장이 주는 매력도 있지요? 

-있죠. 그런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 선지 평온을 더 찾게 돼요.

출처: NoblesseMEN

한 열흘간 완전한 휴가가 주어진다고 생각해봐요. 뭘 할 거예요? 열흘은 너무 긴가? 

-예전 같으면 길다고 말했을 거예요. 나흘이면 충분하다고. 지금은 안 길어요. 유럽 어딘가 완전히 컨트리로 가서 와인 마시고, 치즈 먹고, 노래하고 싶을 때 하다가 시내 구경하고 피자 먹고 공연 보고….(허공을 보며 미소 짓는다)


그럴 땐 어떤 음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유기농 음악.(웃음)


이번 단독 공연 이후 호주, 일본, 유럽 투어로 이어지잖아요. 마지막 공연이 6월 영국이네요. 방금 말한 힐링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목적지 아닌가요? 거기서 시간을 보낸 뒤엔 에릭남의 음악이 굉장히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안 그래도 그걸 노리고 있어요! 스코틀랜드에서 친구들이랑 위스키 투어도 하려고요.


위스키를 좋아하는군요. 오늘은 어떤 위스키 기분이에요? 

-오늘은 약간 피트하고 스모키한 위스키요. 아드벡, 라프로익….


의외네요. 관객은 에릭남에게 맥캘란, 발베니 같은 부드럽고 과일 향기 나는 음악을 기대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죠. 싱글 몰트라면 다 좋아하고, 특별히 하나만 고집하진 않아요. 분위기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골라 마셔요.


예능적으로 비쳐진 에릭남은 굉장히 바른 청년이잖아요. 그런데 아까는 스스로 크레이지한 남자라고?(인터뷰 전 짤막한 영상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했다) 

-저 생각보다 보통 아니에요.(웃음) 잘 모르는 사람이 절 보면 (경악하는 표정으로) ‘얘 이런 사람이었어?’ 할 때가 많아요. 신나게 소리 지르면서 노래하고 이상한 춤도 막 추거든요.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예의를 지키면서요. 전 이게 건강한 것 같아요. 뭘 숨겨요.


스스로에게 불만은 없나요? 

-제 몸을 더 잘 챙기면 좋겠어요. 지금 몸에 문제가 너무 많아요. 이명도 들리고, 목 디스크도 두 개나 생겼어요. 일 중독이라고 할 만큼 닥치는 대로 일만 하다 몸이 망가진 걸 몰랐죠.

출처: NoblesseMEN

음악 외에도 너무 많은 일을 해왔잖아요. 음악 외적인 재능이 많다는 점이 뮤지션 에릭남에게 족쇄가 된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맞아요. 방송을 하면서 음악도 병행해 풀어야 했는데 그걸 놓친 것이 가장 안타깝고 억울하고…. 제 음악을 에릭남이 아닌 아예 다른 이름으로 내볼까, 팝 가수인 척 미국에서 낸 것처럼 해볼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요. 어쨌든 지금은 에릭남이란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이 제 음악을 떠올리고 인정해주길 바라요. 최근에 타블로 형이 그러더라고요. “넌 목소리도 노래도 너무 좋은데 왜 사람들이 네 음악을 잘 몰라? 진짜 너무 잘하는데.” 이건 숙제예요. 언젠가 제가 풀어야 할 숙제. 더 해야죠. 꾸준히 계속해야죠.


무대에 오르기 전, 어떤 생각을 해요? 

-감사하다. 행사든 공연이든 시간과 돈을 투자해 제 음악을 들어주고 보러 와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공연하면서 혼자 울컥할 때가 많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에? 

-아, 잘 모르겠어요.(글썽거린다)


이번 공연 제목이 ‘I Color U’예요. 여러 색깔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건가요? 

-에릭남 하면 많은 사람이 발라드를 떠올려요. 근데 사실은 발라드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한국에선 가수가 한 가지 음악 색깔을 고수해야 하는 룰 같은 게 있는데, 전 그게 싫어요. 발라드 부르고 싶으면 발라드 부르고, 신나는 거 부르고 싶으면 신나는 거 부르면 안 되나요? 기분에 따라 오늘 하고 싶은 걸 하고 싶거든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에릭남 음악 잘한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각인되고 싶어요. 나이 든 다음에도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도록요.


어떤 공연이 될지 무척 기대돼요. 조금만 힌트를 준다면요? 

-관객에게 풀 영상, 사진 마음껏 찍게 할 거예요. 공연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나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대 구성이나 세팅도 인스타그램용으로 최대한 잘 나올 수 있게 꾸밀 예정이에요. 색깔도 아주 화려하게 꾸며 관객이 입장하는 순간 우와! 탄성 지를 수 있게 하려고요. 저 진짜 돈 안 받아도 좋으니 이번 공연에 아낌없이 투자해달라고 했어요.


요리를 좋아해선지 음악이랑 요리를 자주 빗대어 표현하더군요. 에릭남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셰프가 만드는 어떤 요리일까요? 

-음 글쎄요, 푸드트럭! 솔직히 예전에는 가장 큰 무대에서 무조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고 싶었어요. 이제 어느 정도 했고 나이를 먹으니 제가 최선을 다한다 해도 그 뒤는 관객의 몫인 것 같아요. 제가 잘하는 걸 꾸준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 푸드트럭처럼요. 제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캐주얼한 밥 한 끼, 사소하지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출처: Noblesse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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