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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런웨이 속 난해한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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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WONDERLAND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2018년 F/W 시즌 구찌의 쇼가 막을 올리기 전, 무대 위에 놓인 건 어쩐지 섬뜩한 기운이 감도는 초록색 수술대뿐이었다. 이윽고 자신과 꼭 닮은 두상을 손에 든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마에 ‘제3의 눈’을 그리거나 신화 속 베이비 드래건을 품에 안은 모델 등 초현실적 장면이 연이어 눈앞에 펼쳐졌다. 


수술대 사이 런웨이를 태연하게 거니는 그들의 공허한 표정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통해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했다. 구찌의 퍼포먼스를 출발점 삼아 다른 브랜드들도 예술로서의 패션, 패션이 구현하는 예술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던졌다. 한편, 새 시즌 룩을 기대하며 마르니 쇼장으로 들어선 이들은 가장 먼저 곳곳에 가득 쌓인 폐기물과 마주했다.

무대를 둘러싼 폐지와 폐타이어, 그 사이를 가로질러 걷는 모델들과 해체주의적 의상에서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리코가 언급한 현대사회의 혼란 속 질서가 엿보였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순적이고 기묘한 컨셉의 런웨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비제 르 브륑의 21세기 의상을 상상해 선보인 톰 브라운 쇼에서 하늘로 치솟은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모델은 캔버스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캣워크를 걷는 다른 모델들을 스케치하는 전위적 연출을 시도했는데, 말하자면 ‘예술 속 예술’과 같은 것이었다. 쇼가 끝난 뒤, 일제히 박수를 치던 사람들은 어느새 골똘한 생각에 잠겼다. 각 디자이너가 완성한 상상의 공간에서 그 어떤 요소도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없는 듯했다.

SUCH A WEIRD LOOK

못생긴 것, 이상한 것, 낯설고 특이한 것. 대부분은 이러한 대상에 반감부터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그저 특별한 생김새나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생경한 모습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에 가까울 것이다. 


반면 예술은 그 모든 것을 아름답게 여겨 기존의 추상적 개념을 타파하는 형이상학적 행위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즌 대다수의 런웨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괴상망측한 디자인과 과장된 실루엣의 룩은 입는 대신 예술을 위해 탄생한 ‘작품’이라 칭할 수 있겠다. 대표적으로 꽃을 형상화한 발렌티노의 후디드 롱 케이프, 이파리처럼 레이어가 켜켜이 쌓인 드레스는 유명 화가의 풍경화와는 사뭇 다른 형언하기 어려운 자연의 광대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작가 수전 손택의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에서 영감을 받은 꼼데가르송의 아방가르드 룩도 아트 피스나 다름없는 의상으로 심미적 기준에 대한 고찰인 ‘캠프(camp)’라는 단어의 개념을 레이 가와쿠보 특유의 기발한 디자인에 적용했다. 이렇듯 표현의 매개로 형태를 활용한 디자이너들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방식의 스타일링을 시도하며 맥시멀리즘 미학을 추구한 이들도 있다. 


오버사이즈 재킷과 코트를 여럿 겹쳐 입어 평범함을 넘어선 캘빈 클라인의 레이어링 룩은 설치미술가 스털링 루비가 꾸민 창고 앞 팝콘 런웨이 무대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상징한다. 여기에 지나치게 챙이 넓은 모자와 거대한 재킷을 매치한 마크 제이콥스, 존 갈리아노의 블레이저와 점퍼, 코트 등 아우터를 차례로 결합해 완성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미래적 스타일 등 런웨이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실험정신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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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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