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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디자인의 비밀

조회수 2018. 8. 1. 1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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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oblesse

맨 앞에 석쇠처럼 생긴 라디에이터 그릴을 세우고 기다란 보닛이 뻗어 있으며, 앞에 둘, 뒤에 셋, 5개의 시트가 놓인 실내, 그 뒤에 트렁크…. 자동차는 으레 이렇게 생겼다. 뜨거워지는 엔진을 식히기 위해 맨 앞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두었고, 마차를 끌고 다니던 시절부터 뒤에 가방(트렁크)을 묶고 다니던 습관이 트렁크를 낳았다. 자동차는 이런 모습으로 100여 년을 달려왔다. 그런데 작금의 전기차는 이 법칙을 자꾸 흔든다. 모터쇼 무대에 올라오는 미래의 전기차는 죄다 우주선에 바퀴를 붙인 것처럼 생겼다. 네모난 박스에 바퀴를 붙여 큰 쇼핑카트처럼 보이는 전기차도 있다. 이런 차가 정말 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모터쇼를 위해 준비한 객기일까?


사실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는 모두 과도기 상태다. ‘배출 가스가 전혀 없는 순수 전기차’라고 외치지만, 그리 ‘순수’하진 않다는 이야기다. 전기차를 목표로 ‘0’에서 만들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엔진 달린 차를 기본으로 개조한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엔진과 변속기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배치한 게 요즘 길에 굴러 다니는 전기차다. 반면 앞으로 나올 전기차는 약간 다르다. 엔진 대신 모터를 넣은 게 아니라 비교적 처음부터 ‘모터’를 위해 차를 디자인한다. 다만 내연기관 차가 100여 년에 걸쳐 만들어온 여러 규제나 안전장치를 감안해야 하고, 휠과 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의 부품도 내구성이나 안전 문제 때문에 기존 것을 다수 활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조만간 나올 전기차도 확 바뀌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약간 전기차스럽게 바뀌는 정도랄까.

출처: Noblesse

그렇다면 ‘전기차스럽게’ 바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전기차 디자인의 맹점은 공기저항이다. 전기를 조금이라도 덜 사용하면서 더 멀리 달리기 위해 매끈하게 공기를 가르며 달려야 한다. 대부분의 전기차를 날카로운 모서리가 보이지 않도록 둥글게, 둥글게 디자인하는 이유도 자연스러운 공기의 흐름을 위해서다. 그렇다 보니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엔진의 냉각을 위해 필요한 장치지만 그만큼 공기저항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얼마나 다행인가. 배터리의 전력이 전기모터를 거쳐 바퀴를 구동하는 전기차는 구조적 특성상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하지 않다. 쓸모없다고 인상을 좌우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니 자유롭게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컨셉카 제너레이션 EQ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전면 디자인은 SF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했다. 전조등과 연결된 푸른색 일체형 전면 패널.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앴지만 푸른색 조명으로 그릴 무늬만 은은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하면서 삼각 별 엠블럼을 얹었다(이후 EQA로 진화하면서 붉은색 세로 그릴로 바뀌기도 했다). 로봇으로 변신할 것 같은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아우디 일레인 역시 꽉 막힌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선보였다. 대신 좌우 각각 250개의 LED로 구성한 디지털 매트릭스 프로젝터 헤드램프가 있어 입체적이고 미래적인 느낌. 곧 출시되는 재규어 I-페이스의 그릴도 막혀 있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처럼 보이는 부분)의 윗부분을 안으로 밀어 넣어 공기 통로를 만들기도 했다.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다운포스(고속에서 차가 바닥으로 가라앉는 힘)’를 증가시키는 요소다. 


전기차는 SUV나 크로스오버 형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BMW 역시 두 번째 양산 전기차로 X3를 기반으로 한 SUV, iX3의 출시를 예고했다. 이런 형태의 실용적인 차를 세단보다 선호하는 이유도 있지만, 배터리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SUV는 낮게 깔린 스포츠카보다 공간이 여유로워 바닥에 전기 배터리를 두기에 용이하다. 다만 바닥이 높은 SUV라도 지붕을 최대한 낮추고 뒤쪽 유리를 날렵하게 눕혀서 공기저항을 줄이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궁극의 전기차는 어떤 모습일까?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전기차는 구조가 자유로워 완전히 다르게 바뀔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밥통 크기의 전기모터를 굳이 엔진 룸에 넣지 않아도 되고, 배터리를 박스처럼 쌓거나 매트리스처럼 널찍하게 깔 수도 있다. 또 모터 하나로 차를 굴릴 수도 있고, 컵라면만 한 전기모터를 각 바퀴에 붙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모든 게 ‘자유’다. 소파에 바퀴를 붙여도 되고, 욕조에 바퀴를 붙여도 된다. 바퀴 안쪽에 전기모터를 붙이고 바닥에 배터리를 깔고 달리면 그만이다. 다만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더라도 100년 넘게 진화해온 충돌 안전, 보행자 안전, 공기역학등 자동차 안전장치의 틀은 여전히 계속되기 때문에 기존의 레이아웃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입을 모은다. 벽에 부딪칠 때 충격을 흡수해줄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엔진 룸처럼 생긴 앞부분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뒤에서 부딪치는 차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트렁크처럼 생긴 뒷부분을 유지해야 하기도 한다.


대신 전문가들은 전기차 트렌드와 함께 ‘자율주행’ 트렌드가 자동차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전기차가 자동차의 구조를 자유롭게 바꿨다면, 자율주행 기술은 주행 환경 전반을 바꿀 것 이라는 이야기다. 자율주행 차는 운전대를 잡고 앞만 보고 달릴 필요가 없으니, 승객들이 거실에 앉은 것처럼 마주 보고 달려도 된다. 또 앞을 보고 달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헤드램프도 앞을 비출 필요가 없다.

출처: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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