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영화랬는데, 카체이싱과 신파만 넘쳐
[시사 직후]
'#살아있다'의 바통을 이어받아 K-좀비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부산행'으로 전 세계에 K-좀비를 전파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가 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개봉하기 앞서 칸 영화제 공식 인증 마크를 받았기에 '반도'를 향한 기대치가 매우 높은데.
시사회 직후 쏟아지는 각종 궁금증에 답해보고자 한다.
Q. '부산행' 4년 후, 전작보다 나은 점이 있었어?
기차라는 좁은 공간에서 한국 도심 전체로 무대를 확장시키면서 볼거리가 더욱 많아졌다.
침몰되어 있는 배들과 폐허가 된 인천항과 서울 전체는 매우 현실적으로 구현해냈다.
웬만한 할리우드 CG, 미술 못지 않은 정교함이다.
그리고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 카체이싱 액션은 '반도'의 자랑거리다.
전반부와 후반부 각각 길게 등장하는데, '이것이 한국영화의 기술력인가'라며 감탄할 것이다.
장점만큼 단점도 크게 부각됐다. 공간을 확장시킨데 반해 몰입도는 오히려 '부산행'보다 떨어졌다.
'부산행'은 끊임없이 몰아치는 좀비들의 습격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면, '반도'는 쉬는 타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
그리고 카체이싱 액션과 함께 전·후반부에 포진된 신파코드도 마이너스.
정석(강동원)이 한반도를 탈출해 홍콩까지 가게 된 과정이나 민정(이정현)네 모녀의 절절한 가족애는 다른 작품에서도 지겹게 본 장면들이다.
Q.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강동원, 어땠어?
대신 강동원이 맡은 정석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크게 매력이 없다.
과묵한 성격과 과거의 죄책감, 위기 때 발휘되는 히어로스러운 면모는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Q. '반도'에 많은 배우들이 나오잖아, 주목해야 할 배우가 있었어?
연상호 감독이 개봉 전 "'부산행'에 마동석이 있다면, '반도'엔 이레가 있다"고 언급했듯, 이 영화는 이레의 재발견이다.
그동안 어린 나이 답지 않은 풍부한 감정연기를 펼쳐 관객들을 울렸다면, '반도'에선 화끈한 카체이싱 액션으로 새 이미지를 심어줬다.
Q. 그렇다면... '반도'는 재미있는 영화야?
'부산행' 만큼 긴장함을 원한다면, '반도'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쫀쫀함을 느껴야 할 때마다 루즈해지는 전개와 평면적인 캐릭터들, 투머치한 신파코드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좀비들의 분량도 전작에 비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아쉽다.
대신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이나 비주얼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상당 분량을 차지하는 카체이싱 신과 우리가 흔히 아는 서울의 황폐화된 모습은 확실히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