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10cm 배우가 되어줘
[입덕안내서]
그러니까,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확 튀는 그런 얼굴은 아닐 거다.
자기주장 강한 이목구비를 가진 연예인들 사이에서 평범하디 평범한 느낌의 사람.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박정민만 기억이 난다.
tvN '안투라지', 출연진부터 배경까지 참 반짝반짝하다. 톱스타들의 세계가 이런 것인가 간접체험 시켜주는 이 드라마에서 유독 목까지 단추를 꽉 채우고 '샌님'처럼 있는 이호진이 눈에 띈다.
박정민이 어떤 배우인지 궁금해지고 있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박정민이 직접 에스코트하고 문까지 활짝 열어주는 '입덕' 입구다. (출구 없음 주의)
# 박정민 본인피셜 프로필
이름 박정민, 바를 정(正) 백성 민(民), 바른 백성이라는 뜻이다. 이름도 참 바르다.
별명은 없다고 하지만 데뷔작 '파수꾼'에서 '베키'라는 별명으로 불려 영화 팬들에게는 한동안 이름보다 '파수꾼 베키'라고 불렸다.
'학력'도 상당히 화제였다. 학창 시절에 공부 좀(사실 잘) 했다. 고려대 인문학부에 진학한 뒤 연출이 하고 싶어서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에 재입학했다.
재입학도 놀라운데 영화과에서 연기과로 전과한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수줍음도 많고 낯가림도 많은 성격. 하지만 인터뷰에서 상당히 위트있는 말솜씨를 자랑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조곤조곤, 나긋나긋 말하는 편.
하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빵' 터지는 나름 박정민 스타일의 개그를 볼 수 있다. 밑에서 설명하겠지만 '언희'라는 이름은 참 잘 지은 그의 필명이다.
박정민이 어떤 사람인지 묻기 위한 '입덕안내서'이 답변에서도 박정민 스타일이 보인다.
대놓고 셀프 자랑할 타이밍인 '나의 매력' '나에게 입덕해야 할 이유!' 질문에는 고민 끝에 "이건 정말 모르겠다"고 실토(?)하기도.
쑥스러운 것은 참, 참, 잘 못한다. 위트 +1, 쑥스러움 +1, 진심 +1, 고민 +3 담긴 박정민의 답변들.
-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박정민은 어떤 사람이에요?
"다 다른데요. 기본적으로 저를 정상으로는 보지 않는 눈치예요."
그렇다.
박정민의 취미는 '걷기'다.
"걷는 걸 좋아합니다. 그렇게 걷는데 다리가 얇은 건 왜 때문일까요."
그렇게 걸어서 그런 건 아닐까.
- 남들이 잘 모르는 박정민의 '의외의' 모습은 뭔가요?
"아이돌을 좋아해요. 이유는 없습니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는 법이죠. (웃음)"
그렇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으니까.
박정민의 핫플레이스는 집을 중심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집과 집 근처와 집 근처의 카페.
"집 근처의 카페 주인 아주머니는 커피 리필을 공짜로 해주십니다."
박정민의 습관이나 버릇은 왠지 놀랍다. 역시 의외의 박정민이다.
"이것 저것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록해놓거나 녹음해놓는 걸 좋아합니다. 아, 나쁜 데 쓰지는 않으니 걱정은 마시길 바랍니다."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박정민, 또 다른 취미는 바로 DVD 모으기다.
"모으다 보니 꽤 모았습니다. 앞으로 계속 모으려고요."
이런 습관은 작품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영화 '들개' 촬영을 앞둔 날, 그는 스케치북에 자신의 캐릭터의 1부터 100까지 전부 내용을 적어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한 뒤 섬세한, 세밀한 연기까지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고.
그리고 그가 말하지 않은 '특기'를 전하자면 글을 매우 잘 쓴다. 2013년부터 한 매거진에 '박정민의 언희'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언희(言喜)는 그의 필명.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언희를 영어로 적은 아이디로 SNS를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SNS를 하지 않는다.
미사여구와 허세를 걷어 낸 문체와 솔직한(사실상 셀프디스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그의 글을 묶은 책 '쓸만한 인간'도 출간됐다. 무려 배우와 작가, 투잡인이다.
# 박정민 필모 입덕코스
- '파수꾼'(2011)
"제 데뷔작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캐릭터 이름은 백희준이지만 내내 배키 혹은 베키라고 불렸다. '파수꾼'은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은 수작!
어른과 소년의 경계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특히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배우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 이제훈과 박정민은 이 작품으로 충무로의 유망주로 성장했고.
친구에게 상처받은, 또 상처를 준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소년이 된 박정민의 연기를 볼 수 있다.
- '동주'(2016)
"이 작품이 저의 데뷔작인 줄 아는 분들이 꽤 많은 작품입니다."
그만큼 박정민의 연기가 돋보였다. 이 영화로 2016년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상도 수상했다.
박정민은 윤동주 시인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 역할을 맡았다. 일제의 억압에 저항하는 송몽규의 삶과 정신은 박정민의 연기로 구현됐다.
흑백의 화면에서 박정민의 눈빛은 유난히 반짝인다.
- 그리고 '안투라지'
현재 출연 중인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안투라지'에서 그는 톱스타 차영빈(서강준 분)의 친구이자 매니저인 이호진 역이다. 캐릭터 타이틀부터 '그나마 멀쩡한 놈'이다.
개성 강한 친구들 사이에서 이호진은 연애 숙맥, 평범남, 고집 센 '샌님' 캐릭터를 가진 인물.
박정민은 여기서 소심한, 어리숙한 캐릭터 연기(이 분야 장인이신 듯) 로 눈길을 끈다. 이게 박정민이 만든 이호진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자신의 진짜 능력을 '아직' 모르는 능력캐, 성장캐의 느낌이 벌써 온다. '안투라지'의 우정, 성장이라는 주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인물이다.
# 이 사람이 박정민이었어?
2011년 데뷔해서 엄청나게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이 박정민인 그런 경우 많다. 안 짚고 넘어가면 서운한 또 다른 박정민들.
- 영화 '들개' - 효민
위험한 에너지를 가진 남자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자. 정구(변요한 분)의 약점을 공유한 뒤 그를 압박하는 효민 역할을 맡았는데, 압박 스킬이 국가대표 급이다.
-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 지국
덕후몰이를 위한 캐릭터다. 4인방의 마스코트 같은 인물이랄까. 무려 '귀여움'을 담당했는데 귀여운 박정민도 궁금하다면 '너포위'다.
- tvN '응답하라1988' - 똥차.. 아니, 보라 전 남친
'응팔'에서 보라(류혜영 분)의 친구와 바람 난 남자친구로 출연했다. 어르고 달래다가 윽박지르는 모습이 공포스럽기 까지 하다.
딱 3분 나왔음에도 연기를 너무 찰떡같이 해서 시청자들로부터 정말 수많은 욕을 먹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여기서 바람 난 보라 친구였던 배우 정유민과의 인연이다. '안투라지'에서 다시 연인으로 재회했다. 19금 대사를 나누는 바로 그 여자 친구다.
-영화 '순정', '피끓는 청춘'
박정민이 코믹 연기를 얼마나 잘 하는데! 이 두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분량은 짠내나는데 나올 때마다 빵빵 터뜨려주고 간다.
'순정'에서 친절하게 등까지 내줬지만 모두가 떠나고 목석이 된 그 장면도 마찬가지.
'안투라지', 김은갑(조진웅 분)은 이호진(박정민 분)에게 말한다. 10센티미터 거리의 매니저가 있고 10미터 거리의 매니저가 있다고.
매니저 아닌 배우 박정민에게도 하나 더 바란다. 그 차진 연기 아끼지 말고 소처럼(!) 열일하는 딱 10센티미터 거리의 배우가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