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본문
약 6주 동안 일주일에 4번 TV에서 만날 수 있었다.
월화엔 JTBC '모범형사'에서, 그리고 토일은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지난 9일 종영했다)

시청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나 배우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자주 출연해 이미지가 많이 소비되거나 전작과 비슷한 연기 및 캐릭터로 몰입도를 해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오정세는 예외였다.
되려 월화에 만나는 오종태('모범형사')와 주말에만 등장했던 문상태('사이코지만 괜챃아')가 동일인물이 연기하는 게 맞나 의심될 정도.
먼저 '사이코지만 괜찮아' 문상태를 보자.
문상태는 자폐 스펙트럼(ASD), 발달장애 3급 자폐(HFA)를 가진 인물로 어린아이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극 중 캐릭터들 중 가장 순수하다.
호불호가 확실하며, "호"를 외칠 때는 세상 다 가진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동생 문강태(김수현)의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 고문영(서예지)이 문강태 옷을 입고 있던 점에서 삐친 상태 ㅋㅋ
문상태는 순수함의 결정체다.
'모범형사'에서 분한 오종태도 문상태만큼 순수하다. 다만, 순수한 악이라는 게 큰 차이점.
오로지 돈만 생각하고 돈만 쫓는 인물로, 자신의 범죄 또한 돈으로 은폐한다.
그래서인지 상대방을 도구로 여기고 자신보다 약하다 싶으면 가차없이 하대+구타+폭언을 일삼는 슈퍼甲.

5년 전 여대생 윤지선(김려은)을 살해할 때도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즉흥적으로 저지르는 저 악랄함.
+아무 관련 없는 이대철(조재윤)에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씌워 사형까지 이르게 했다.
문상태는 하나뿐인 동생 강태바라기다.
항상 자신을 챙기는 강태한테 "형이 동생을 지켜줘야 해"라면서 듬직한 형 모먼트를 드러내곤 했는데
동생이니까 겁쟁이지. 동생이니까. 형만 믿어. 형만. 형 있으면 든든하니까.

3289만 원 모아 캠핑카 사려는 이유도 이사 그만 다니기 위함+동생 강태 그만 고생하라는 형의 따숩한 마음씨.

반면, 오종태는 어릴 때 한 집에서 살았던 사촌동생 오지혁(장승조)에겐 나쁜 형아 그 자체.
동생을 자기 집에 얹혀 사는 '기생충'으로 여겨왔다. (지금도 그 생각 변함없고요)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고 있는 오지혁에게 성추행범으로 엮은 걸로 모자라 퇴직하면 없애라고 명령하는 오종태.


상태는 나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나비 모양 브로치를 한 여성에게 살해당하면서 생긴 상처로 나비만 보면 극도로 불안증세를 보였다.
괜찮은 병원 원장 오지왕(김창완)의 의뢰로 시작한 벽화그리기 알바.
처음에는 나비를 무서워했으나, 점점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에 벅찬 감동이 밀려오고.

고문영, 빨리와! 둘 다 안 와? 고문영 문강태 둘 다 빨리 안 와?


+ 강태도 문영이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았던 말 못할 트라우마를 상태 덕분에 극!복!
오종태는 평범한 나쁜 X이 아니라 아주, 대단히 무시무시한 빌런이었다.
커넥션으로 얽힌 유정렬(조승연) 차기 법무부장관 청문회 때 입다물기로 약속했으나, 곱게 넘어가지 않았다.
청문회서 도발하며 유정렬-유정석(지승현) 형제를 압박했다.
마치 "언제나 난 널 지켜보고 있다"는 식의 경고였달까.
위기에 몰릴 때도 오종태는 혼자 죽지 않는 개미지옥 같은 모먼트를 드러냈다.
윤지선 살해 사건 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되자, 유정렬 사무실을 찾아가 자백을 빌미로 한 번 더 협박.


결론은 극과 극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오정세가 대단하다는 뜻.
그래서 "연기 좀 살살 하세요"라는 반응 또한 끊이질 않고 있다.
